금시장은 2008년과 2011년에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두 차례의 큰 가격 상승을 경험하였다. 최근 금 가격의 상승에 있어서는 과거와는 달리 달러 약세와 물가상승을 수반하지 않았다는 특이점이 있다. 최근 금 가격의 상승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실수요보다는 투자수요였는데 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금 투자수요별 장단기변수를 중심으로 전망해 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단기적으로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시화 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적으로는 통화완화정책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낮은 금리대비 금의 투자 메리트가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노력이 가시화 되면서 가격하락 시 마다 하방지지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금 가격은 달러가치, 물가, 정치이슈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 가격은 2008년과 2011년 각각 원자재 수퍼사이클과 유로존 재정위기 시기에 최고가를 경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지지부진하던 금 가격은 2018년 미·중 무역 분쟁 이슈를 계기로 현재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있어서도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 한 나라에서 통용되는 통화의 액면을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것) 이슈(Issue)로 부유층의 매입이 증가하며 글로벌(Global)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 대비해서도 국내 금 가격이 한층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우선 3차에 걸친 구간별 금 가격 상승기의 특징을 살펴보자. 1차 상승기는 2005~2008년의 기간으로 133%의 상승을 보였다. 이 당시는 미국이 이머징국가 대비 성장둔화를 보인 시기로 달러약세를 동반하였다. 또한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원자재 슈퍼사이클(Super Cycle)을 수반한 상승기였기에 구리, 원유, 농산물 등 기타 원자재가격도 모두 상승한 시기였다. 2차 상승기는 2008~2011년의 기간으로 163%의 상승을 보인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서브프라임사태로 인해 글로벌 자산가격의 폭락 이후에 기술적 반등을 보인 국면이었고 유로존(Eurozone) 재정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증가 영향으로 인한 상승기였다. 당시 금 가격은 최고치인 1트로이온스당 190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3차상승기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로 33%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달러약세와 물가상승을 수반하지 않고 기타원자재 가격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홀로 상승세를 보이는 기현상을 보인 특징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홍콩 불안, 이란 이슈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운데 금과 은 가격만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시기별로 구분하여 원자재 가격상승에 대해 살펴보면 1차 및 2차 상승기에는 금, 은, 원유, 구리, 농산물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동반상승세를 보인 반면 최근 양호한 흐름을 보인 금과 은의 가격상승은 기타원자재 가격이 부진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나 홀로 상승한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생산 공장의 전반적인 부진으로 원자재 가격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반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증가로 원자재 가운데서도 위험자산과 금과 은 같은 안전자산 간의 차별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에 한정시켜 살펴보도록 하자. 전통적으로 금은 공급보다는 수요측면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공급에 있어 기존 금제품의 재활용이 가능해 공급을 위해 광산에서 신규 채굴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지 않다. 수요에 있어서는 금은 귀금속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의 니즈(Needs)가 높은 편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각각 20%수준인 중앙은행 보유분과 민간투자 비중이 앞으로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과거의 금 가격은 금귀속(Luxury Goods)수요나 산업용 수요에 크게 좌우되었으나 최근의 금 가격은 투자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정치적, 지정학적 이슈는 금 가격에 단기간 강력하고도 일시적인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폭증되어 야기되는 차원의 급등이다. 중기적으로는 미 연준(Fed: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방향성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대체로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1~2년간 지속된 흐름을 보임으로써 금 가격에 있어 중기적인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보유증가추세는 장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사료된다.

실수요 측면에서 볼 때 귀금속과 산업용 금에 대한 수요는 그래도 당분간 안정적일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해 사치재·원자재로서의 금 수요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고, 최대 수요처인 중국과 인도의 인구증가속도가 주춤거리면서 귀금속 수요 또한 줄어들 전망이기는 하지만 쥬얼리로서의 금이 매년 600ｔ, 산업용으로서의 금 수요가 80ｔ 내외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2018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 가격의 상승움직임에는 트럼프의 예상 불가능한 정치적 행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무역 분쟁, 이란 이슈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발생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가격이 먼저 상승하는 측면이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에도 추가적으로 향후 5년간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시화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미 연중의 스탠스(Stance)가 중요한데 현재 시장의 포지션(Position)은 금리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 시 예금 및 채권의 수익성 하락으로 대체재인 금 투자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따라서 1~2년간 정도 지속되는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은 금 가격에 중기적으로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금리 인하추세는 일단락되었으나 완화적인 QE(Quantiative Easing: 양적완화)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통화정책 방향은 금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한보유고 3조 달러인 중국은 최근 무역 분쟁으로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갈 전망이다. 또한 달러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러시아와 인도도 최근 금 보유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정 이슈로 금 가격의 낙폭이 확대될 때에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어 금 가격하락에 대한 방어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다변화 정책으로 인해 금 매수는 장기적으로 증가가 예상되는 국면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미 대선으로 인한 트럼프 발 이슈는 약해질 것으로 기대되나, 재선 확정 이후에는 다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일단락되기는 하였으나 글로벌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에 근접함으로 인해 금에 대한 투자메리트(Merit)는 여전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향후 금 가격에 대한 조정이 있을 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대기 매수세가 강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을 저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즉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날 시 금 가격의 단기 조정 가능성은 있으나 중·장기적인 변수로 볼 때 여전히 우호적인 환경인 것이다.

금 투자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 1년간 기타 원자재가격 대비 금 가격의 상승세가 높았기 때문에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재 부각될 시에는 단기 조정의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장기적으로는 채굴원가 수준인 1트로이온스당 1200달러 수준을 적극적인 매수 구간으로 설정하고 과거 최고가였던 1900달러를 향해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시각으로 시장에서 대응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단 최근 상승시기에 있어 국내 금 시세가 국제 금 가격시세를 앞지른 부분이 있어 현 시점에서의 접근은 국제 금 투자가 국내 금 투자보다는 유리하지 않을까 한다. 하이투자증권 WM센터 차호중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