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소파에서 카드뮴이 검출됐다. 문제의 제품은 ㈜아기자리가 제작한 ‘뽀로로 유아소파’다. 이 소파 바닥 지지대에서 기준치의 1.6배에 달하는 카드뮴이 나왔다는 게 국가기술표준원 조사 결과다. 문제가 되는 건 작년 12월~올해 6월 사이 제품으로 알려졌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이 제품에 ‘수거 등의 명령’을 내렸다.
한숨에 쌍욕이 섞여 나왔다. 18개월 난 아들을 키우는 우리집에도 저 소파가 있다. 등받이에 뽀로로 캐릭터 그림이 새겨져 있어 아이가 참 좋아했다. 확인해보니 리콜 제품에 해당한다.
카드뮴. ‘이타이이타이병’을 발병시키는 걸로 악명 높은 중금속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카드뮴에 노출될 경우 신장, 호흡기계 부작용 및 어린이 학습능력 저하 유발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생각이 복잡해졌다. “기준치에서 ‘기준’은 성인 기준인가 아동 기준인가. 그런 구분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애가 그 소파를 참 좋아했는데…. 기관지염으로 지난주 내내 입원했는데 혹시 소파 때문은 아니겠지? 그냥 유명한 브랜드 물건 사줄걸, 망할 뽀로로 그림 때문에. 하, 애들 앉으라고 만든 소파에서 카드뮴이 말이가 개자식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집에서 아기 용품 사고는 또 있었다. 지난 4월엔 에티튜드(ATTITUDE) 세제 환불 사태가 있었다. 친환경 세제로 유명한 브랜드다. 젖병뿐 아니라 아이 수저, 밥그릇을 씻던 세제인데 유해성분 검출됐다고 환불해줬다.
아기자리, 에티튜드 사태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한참 지난 뒤에야 당한 걸 깨달았다. 그래서 무력감이 든다. 지금 아이가 쓰고 있는 물건 중에서, 앞으로 살 물건 중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막아줄 자신이 없다. 에티튜드는 신경 써서 알아본 뒤 선택한 제품인데 뒤통수를 맞았다. 아기자리 소파는 뽀로로 그림을 좋아할 게 분명한 아이를 생각하며 샀다. 아기 소파 사면서 카드뮴도 염려해야 한다는 걸 이 땐 몰랐다.
아이 키운 지 겨우 18개월인데 용품 사고는 벌써 두 건이다. “나는 유난히 재수가 없거나 무신경한 부모였나” 싶어 국가기술표준원 홈페이지를 뒤져봤다. ‘리콜’을 검색해 노출되는 결과 62건 중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는 아동용품 관련 항목이 21건이었다. 가구는 물론 아동복, 장난감, 학용품, 보행기, 장신구에서 납·카드뮴이 검출되거나 제품 자체 결함으로 리콜 명령이 떨어졌다.
부모의 분노나 주장은 자주 ‘눈먼 것’ 취급을 받는다. “아이가 안 좋은 일을 당했으니 부모가 이성을 잃고 분별 없는 소리를 한다.” 이런 시선이 많다. 그런데 신체발달은 물론 면역력도 떨어지는 아동들 쓰라고 만든 물품에 이렇게 하자가 많다는 건 분명한 문제다.
조처 내역을 보면 이 사고들은 비슷한 유형으로, 일정한 기간을 두고 특정 시기에 반복되고 있었다. 봄가을 신학기엔 학용품에서, 여름·겨울엔 아동복에서 문제가 터졌다. 문제가 되풀이되는 동안 구조적인 분석도, 해결책도 안 나왔다. 대신 ‘내 새끼는 내가 지킨다’ 같은 페이지들이 생겨나 “뽀로로 소파에서 카드뮴이 검출됐다네요” 같은 비보를 실어 나른다.
사고가 터지면 뒤처리는 온전히 구매자의 몫인 것도 그대로다. 뽀로로 소파 업체는 며칠째 전화를 안 받고 있다.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