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11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올해로 8주년을 맞게 된다. 후쿠시마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오염이 원전 주변지역은 물론 최근에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방류 방침으로 국제적인 논란을 빚고 있다. 한편 일상적인 원전가동 중에도 원전주변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일부 지역주민의 갑상선암 발병과 같은 건강피해에 대해 국내에선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등 원자력발전과 관련해 방사능오염문제가 심각해 이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원전 주변지역에 거주하는 갑상선암 발병 주민들과 그 가족들이 2014년 12월 16일 한수원을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 참여한 갑상선암 피해 주민은 총 301명으로 모두 원전 인근 10㎞에서 5년 이상 거주하거나 근무한 사람들이다. 여기에 배우자와 직계가족 등도 정신적 경제적인 피해를 주장하며 소송에 참가했다. 이에 따라 총 원고인단 수는 1336명에 이른다. 지역별로 보면 고리원전이 191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월성원전 46명, 영광원전 34명, 울진원전 30명 등이다. 이들 중 95.5%가 최근 10년 안에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다.

고리원전 인근 주민 참여가 높은 것은 이른바 ‘균도 소송(2012년 7월 제기)’ 1심 판결 이후 부산지역에 집중된 언론보도와 시민의 관심 증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균도 소송’은 한국 최초로 원전 인근 주민에게 발병한 암에 대해 원전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다. 균도네는 균도의 발달장애에다 어머니의 갑상선암, 아버지의 직장암, 외할머니의 위암 등 가족 모두가 암질환을 호소했다. 부산동부지원 민사2부(최호식 부장판사)는 2014년 10월 17일 균도 씨 어머니 박금선(49) 씨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박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박씨는 고리원전 인근에서 20여 년을 살았고 2012년 갑상선 암에 걸렸다.

당시 재판부는 “갑상선암 같은 경우 원전 주변의 발병률이 높고 갑상선과 방사능 노출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논문 등이 발표됐다”며 2011년 서울대 의학연구원의 역학조사를 인용했다. 해당 역학조사에 따르면 원전 주변지역(5㎞) 이내에 거주하는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 발병률이 원거리(30㎞) 거주 여성보다 2.5배 높다.

한수원은 2014년 10월 22일 이 판결에 불복해 대형 로펌을 통해 항소했고, 환경단체는 2014년 12월 16일 공동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때도 원고인 중 여성의 비율이 83.8%로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연령대는 40, 50대가 65.3%로 다수를 차지했다. 또 특정 지역에서 갑상선암이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났는데 이들 지역은 원전 인근 해안가 낮은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환경단체들은 설명했다.

가령 울산 울주군의 한 마을에서는 주민 711명 중 15명이 원고로 참여했고 부산 기장군 일광면 한 마을에서는 577명 중 10명이 원고로 참여했다. 인구 10만 명당 68.7명 수준인 국내 갑상선암 발병률과 비교할 때 6배가 넘는 발병률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조차 모든 피해자가 참여한 수치는 아니다. 특히 원고 중에는 가족 중 2명 이상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사례도 있고 가구 수가 적은 마을에서 갑상선암 피해가 집중되는 현상도 확인됐다. 환경단체들은 원고모집 사실을 모르거나 암 발병 사실을 숨기는 숨은 피해자를 감안하면 전국 원전지역 갑상선암 발병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 인근 지역주민의 건강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대규모 공동소송의 진행은 원전의 방사성물질과 갑상선암의 상관관계를 실체적으로 입증하는 사례라며 한수원이 소송대응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실태 파악과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 등 8개 단체는 2014년 10월 23일부터 11월 30일까지 39일간 1차 공동소송 원고인단 298명을 모집해 12월 16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2차 소송인단도 2015년 1월 말까지 247명을 모집했다. 현재 갑상선암 발병자 총 545명이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1심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공동소송 원고인단은 ‘내부 피폭’에 관한 유럽방사선위기위원회(ECRR)의 2011년 보고서를 번역했고, ECRR 과학위원장 크리스 버스비 박사에게 법정 증언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진섭 씨 가족이 제기한 ‘균도 소송’은 지금까지 11회에 걸쳐 공판이 속개돼 지난해 12월 고법 판결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달 20일로 연기된 상태다. 균도 소송으로 촉발된 원전 주변지역의 갑상선암 공동소송 원고인단은 지난해 10월 현재 총 618명(고리251명+월성 94명+울진 140명+영광·고창 126명)으로 늘었으며, 공동소송 공판은 잠정중단된 상태로 ‘균도소송’ 판결 이후에 속개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자료정보실통신’ No.405(2008.3.1)는 독일 연방방사선방호청의 역학조사보고에서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소아백혈병이 높은 비율로 발병했다고 밝혔다. 2007년 12월 독일의 환경부와 연방방사선방호청은 ‘통상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주변 5㎞권내에 소아백혈병이 높은 비율로 발병하고 있다’는 내용의 조사연구(이하 ‘KiKK연구’)의 결과를 공표했다. 첫 번째 연구는 독일 소아암등록기구가 1980년부터 1990년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원전에서 5㎞, 10㎞, 15㎞권의 15세 이하 어린이의 암발병빈도를 관찰하는 생태학적 연구를 실시해 1992년 공표된 보고에서 원전으로부터 5㎞ 이내의 5세 미만 어린이의 소아백혈병의 발병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했다(상대위험도: 3.01)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가 사회적으로 큰 논의를 불러일으켜 같은 시기에 크륀메르원전 주변에 유의한 소아백혈병 발병이 인정됐기에 1997년에는 첫 번째 조사자료를 갱신해 1991년부터 95년의 자료를 추가한 두 번째 생태학적 조사연구 결과를 공표했다(상대위험도: 1.49). 결론은 ‘원전에서 5㎞ 이내의 5세 미만 어린이의 백혈병발병률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지만 높다. 그러나 15㎞ 이내에서는 암발병률이 높다는 증거는 없고 더 이상 조사는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아 세 번째 조사연구는 1980년부터 2003년 사이에 소아암등록기구에 등록된 5세 이전 소아암 발병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였다. 진단시 독일의 16개 원전 입지 주변지역에서 살고 있는 5세 이하의 암발병 사례는 1592건이였다. 결과는 원전에서 5㎞ 이내에서 전소아암, 소아백혈병 모두 다른 지역과 비교해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전소아암 발병수는 77건, 소아백혈병은 발병수 37건으로 각각의 발병률로 치면 1.61배, 2.19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독일정부가 실시한 ‘KiKK연구’는 5세 이하 어린이가 소아백혈병이 발병하는 위험성에 대해 거주지와 원자력발전소 입지지점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증가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보고서를 검토한 외부검토위원회는 ‘연구는 과학적 검증에 견딜 수 있는 현시점에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수법으로 행해진 포괄적인 조사였다’고 평가했고, ‘KiKK연구’가 제기한 원전의 방출방사능과 암 발병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독일정부가 계속 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균도 소송의 원고인 이진섭 씨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원전입지 지역지원금 대부분이 사회간접자본사업으로 들어가는데 실질적으로는 원전 주변지역 주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투자가 돼야 할 것이며, 고리원전의 경우는 그나마 원자력병원이 있어 혜택을 받는데 다른 원전 주변지역에도 이러한 시설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국토미래연구소장)는 미디어오늘(2019.1.20) 칼럼에서 ‘국립 탈원전·안전연구소를 설립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 교수는 “대기중 방사능문제는 ‘균도아빠’가 소송까지 이기고 있지만 정부 측은 기초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방사능은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지금 엄마들은 불안 속에 산다. 먹거리 안전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단순 수치 뿐 아니라 ‘안심’ 수준까지 가야 한다. 새로 판을 짜야 한다. 정책을 제안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제대로 된 연구소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후쿠시마원전사고 발생 8주년을 맞는 오늘날 우리사회는 방사능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증진과 더불어 원전사고예방은 물론 평시 원전가동과 관련된 방사선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대책 마련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첫째 당장 방사능 안전문제가 있다. 원전오염수 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무총리가 일본 원전오염수 방출을 우려한지 반년이 됐지만 너무 조용하다. 이건 일본정부가 조장하는 ‘환경침략’이 아닌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과정이 국민에게 전달되고 여론이 모이도록 해야 마땅하다. 왜 그 많은 정부 산하 원전관련 조직들은 침묵하고 있나?

둘째 심각한 핵폐기물(사용후 핵연료) 문제다. 핵폐기물이 얼마나 골치 아픈 문제인지 너무들 모른다. 아니다. 알면서 모른체 한다. 부안 민란을 잊었는가? 핵폐기물은 10만 년간 방사능을 내뿜는다. 10만 년이면 상상이 되지 않는 긴 기간이다. 유럽도 미국도 이 문제는 궁극적 해답이 없다. 그저 전전긍긍하면서 튼튼한 암반이나 찾고 있다. 찾았다해도 지진이나 지각 변동이 나서 방사능이 노출되면 재앙이다. 후손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 살 수밖에 없다. 인류가 마음 먹고 몇 세대 노력하면 해결될 기후변화나 미세먼지와 격이 다르다

얼마전 신고리5·6호기도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와 쌍으로 동시에 다뤘으면 공사재개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오류는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랬다면 최근 송영길 의원의 한울 3·4호기 공사재개 발언이 나올 수 없다.

셋째 에너지전환 노력은 잘 하지만 그런 일은 서울시장도 잘하는 일이다. 문제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이다. 최근 건설과정의 부실시공이나 변압기 납품비리 등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원자력안전위원회 같은 감시기관이나 전문기관이 아닌 현장의 담당자와 주민의 발견으로 드러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아랍에미리트(UAE) 시공현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기존 체제에 근본결함이 있는 것이다.

이런 대응을 하는데 기존의 원안위나 관련연구소나 대학은 무능을 입증했다. 하기야 원전 진흥과 건설, 에너지 생산에만 쏠려 있으면서 전문가 행세를 한 집단이 어찌 이런 생각들을 하겠는가? 그들에게 무슨 탈원전과 안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화석화된 전문지식’이 무거운 걸림돌이 될 뿐이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