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이야기] <74>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 민관산학연의 실천의지 담겨야
우리는 매년 새해에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작심삼일’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늘 계획은 생각했던 만큼 잘 실천되지 않는다. 국가나 지자체의 계획은 더욱 그렇다.
최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 워킹그룹 권고안을 바탕으로 산업부가 의견수렴절차를 거치고 있다. 정부의 중장기 에너지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토론회’가 12월 들어 세 차례(5, 14, 20일) 열렸다.
필자는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주최로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해 ‘권고안에서 나타난 에너지전환 과제 평가 및 보완방향’이란 큰 주제에서 ‘탈원전에너지전환을 위한 정책 제언’이란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권고안(산업부 보도자료 지난달 7일 자)’의 요지는 이러하다<그림1>.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추세 속에서 에너지공급 최적화와 소비구조 혁신을 포괄하는 중·장기적 에너지전환 비전을 ‘안전하고 깨끗한 국민참여형 에너지시스템 구현’으로 설정했다. 기존에너지정책의 핵심가치인 ‘안정적 에너지공급’은 지속 추구하되 ‘안전한 에너지시스템’과 ‘친환경에너지 수급 구조’ ‘공존을 담보하는 참여·소통·분권형 생태계 구현’을 통해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공적 에너지전환을 위한 주요 추진과제로서 ①에너지 수요관리 혁신 ②재생에너지 중심의 통합 스마트 에너지시스템 구축 ③미래 에너지산업 육성 ④국민참여·분권형 에너지 거버넌스 구현 ⑤에너지·자원협력 강화 ⑥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시대의 인프라 구축 등 6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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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제3차 에너기기본계획 워킹그룹 권고안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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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전환’의 기조를 이어받아, 에너지전환 과정에서도 에너지 고효율 소비구조로의 혁신을 보다 강력히 지속 추진할 것을 권고했으며 중소기업 기축건물 등의 에너지 효율향상을 집중 추진, 미활용 열에너지 활용의 확대 및 지자체의 수요관리 역할 강화를 통해 ‘샐 틈 없는 수요관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가격·세제도 ①사회적 비용의 반영 ②에너지 과세체계의 공정성·효과성 제고 ③에너지 효율향상 촉진이라는 3대 원칙을 제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에너지세제는 외부비용을 반영한 과세체계 구축을 추진, 화석연료 보조금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환경성을 강화한 과세 체계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에너지공급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스마트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는 25~40%의 범위로 제시해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분야의 상설 갈등 전문기구를 마련하고, 지자체의 에너지정책 책임과 권한 강화를 위해 중앙과 지역 간 에너지정책 조율체계를 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은 종전의 에너지기본계획에 비해 진일보한 것은 맞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점과 과제를 들 수 있다.
첫째, 계획이 너무 비현실적이다. 계획 수립과 추진할 주체의 의지가 전혀 담기지 않은 계획이다. 사전적 의미로 ‘계획’이란 ‘장차 벌일 일에 대해 구체적인 절차나 방법, 규모 따위를 미리 헤아려 구상함’이라고 돼 있다.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란 말은 ‘고려의 정책이나 법령은 사흘만에 바뀐다’는 뜻으로 한번 시작한 일이 지속되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어릴 적 방학계획표 만들기의 기억이나 금연 다이어트계획의 실패 경험담을 듣다보면 계획을 실천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계획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선 목표설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거나 달성해야 할 목표치 수준이 너무 높거나 낮을 때 일어난다. 그리고 목표달성방법이 시원찮을 때 그렇다. 계획을 세울 때 목표달성 의지가 거의 없이 ‘계획을 위한 계획’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국민이 어떤 의지로 우리의 미래계획을 수립하느냐 하는 것이 열쇠임을 잊어선 안 된다.
‘에너지기본계획’이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 법 제41조(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 ①항에 정부는 에너지정책의 기본원칙에 따라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③항에는 에너지기본계획에 포함돼야 할 사항으로 ▷국내외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추이 및 전망에 관한 사항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도입·공급 및 관리를 위한 대책에 관한 사항 ▷에너지 수요 목표, 에너지원 구성,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에 관한 사항 ▷신·재생에너지 등 환경친화적 에너지의 공급 및 사용을 위한 대책에 관한 사항 ▷에너지 안전관리를 위한 대책에 관한 사항 ▷ 에너지 관련 기술개발 및 보급, 전문인력 양성, 국제협력, 부존 에너지자원 개발 및 이용, 에너지 복지 등에 관한 사항이다.
우선 ‘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25~40%로 분명한 목표가 없이 ‘고무줄목표’라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 추세로 보아 매우 낮은 기준이다. 또한 목표달성 기준이나 측정지표가 없다. 2040년의 환경지표는 아예 제시되지 않았다. 최종에너지소비량을 보면 2017년(1억7600만 toe) 수준과 2040년(1억7660만 toe)이 별 차이가 없다. 지금과 같은 소비의식이 지속된다면 20여 년 뒤의 최종에너지소비량을 지금 수준으로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리나라 인구, 국제 석유가 등 자원가격의 변동 추이,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예상하고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2040년 재생가능에너지 목표치는 국내 문제이기 이전에 세계적인 달성목표치를 바탕으로 짜져야 한다. 지난 10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IPCC 서울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채택한 2도 억제 목표보다 더 엄격한 1.5도를 제시하고 있다. ‘1.5도 에너지전환 시나리오’에서는 2010년 대비 2030,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이 각각 58%, 93%로 이는 최종에너지수요의 경우 15%, 32% 감축, 전력 재생에너지 비중은 60%, 77% 감축이 목표이다. 190개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 보고서는 2040년 발전량의 약 60%를 재생에너지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2009년 11월)’ 저널에 게재된 스탠포드대 연구진의 논문은 “20년 내에 세계의 전력을 100% 청정에너지(원자력 제외)로 조달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탠포드대 마크 제이콥슨 교수는 자신의 글로벌모델을 기준으로 세계는 2050년까지 지구 전체의 전력수요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는데 그 목표의 절반은 에너지효율 향상과 에너지절약으로 달성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나라든지 원자력은 단기 해결책일뿐이며 폐로와 방사성폐기물의 처리비용 등을 감안할 때, 에너지전환은 기술문제가 아니라 그 나라의 정치, 사회적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IEA ‘국제에너지전망 2018’도 신정책 시나리오에서 재생에너지와 석탄은 발전믹스에서 서로의 위치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전체 전력발전에서 재생에너지 25%, 석탄 40%가 2040년에는 재생에너지 40%, 석탄 25% 수준을 차지한다고 전망한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은 이러한 세계의 보편적인 흐름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낮은 기준이다. 그런데 친원전업계 및 학회에서는 이러한 권고안조차도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전력수요엔 경제성장률, 전기요금 명목가격, 소비 패턴, 연료비 전망, 기온 변화 등이 영향 변수이다. 이는 ‘7차 전력수급계획(2015)’과 ‘8차 전력수급계획(2017)’에서 전력수요 예측의 큰 차이에서도 알 수 있다<그림2>. 연합뉴스(지난해 7월 13일 자)는 수요전망 워킹그룹위원장인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의 말을 빌어 “전력수요 전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약 70%)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연평균 전망치가 7차의 3.4%보다 0.9%포인트 감소한 2.5%(7차 전력수급계획 전망치 113.2GW)였다”며 “연평균 전망치를 2.7%로 가정하면 2030년 최대 수요는 기존 전망치보다 2.6GW 늘어난 104.5GW를 예상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환경단체는 목표치를 워킹그룹보다 9.5GW 낮은 95GW로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1GW가 신고리1호기와 같은 100만 ㎾ 규모의 원전 1기라면 2030년의 전력수요 전망이 7,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무려 원전 8~11기 차이가 난다. 파이낸셜뉴스(지난달 26일 자)는 산업연구원의 2019 경제성장률이 2018년 전망치(2.7%)보다 0.1%포인트 낮은 2.6%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점에서 앞으로 인구 감소와 성장률 저하로 전체적인 전력소비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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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7,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0년 최대전력수요 전망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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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제3차 에너기기본계획 권고안에는 ‘백케스팅(Backcasting)의 개념이 없다. 시나리오의 접근 방식이 기존의 예측(Forecasting)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생산 소비를 해왔으니 앞으로 20년 뒤에도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게 ‘포케스트방식’이라면 ‘백케스팅방식’은 2040년에는 이 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 에너지소비를 해야 하기에 2030년에는 어떤 목표, 2020년에는 어느 정도의 목표를 세워야 하는지를 거꾸로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일본은 2008년 후쿠다 수상 시절에 “2050년에는 70%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이는 ‘일본 저탄소사회의 시나리오: 2050년 이산탄소 70% 감축 목표(西岡秀三, 日本低炭素社會のシナリオ-二酸化炭素70%削減の道筋, 日刊工業新聞社, 2008)’라는 책으로도 나와 보급됐다. 2050년이라는 시점에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일본 국민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보여주었는데 아베 정부에 와서는 흐지부지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공급측보다 수요측의 에너지절약이 열쇠로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70% 감축은 연간 약 7조~10조 엔으로 가능하며 이는 2050년 GDP의 1%로 전망했다. 그리고 2050년 일본의 미래상을 ‘활력사회(연 2% 성장률)’와 ‘여유사회(1% 성장률)’ 증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하며 선택의 문제를 제시했다. 이번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적어도 이러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셋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추진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추진 주체의 의지가 담긴 실행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계획은 왜 이 계획을 세워야 하는 지 민관산학연의 각 주체가 목적을 공유해야 한다. 이런 거버넌스가 바탕이 된 계획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산업계는 생산의 주체이자 이산화탄소 배출의 원인제공자이다. 그런데 정부나 산업계의 인식은 아직도 ‘산업계’가 이러한 이산화탄소 감축이나 에너지절약의 주체가 아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기생산성, 에너지생산성을 높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산업계가 적극 이러한 ‘세계적인 에너지흐름’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기업경영에 우선과제로 넣어야 할 것이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조차 산업계가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한발 비켜서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제대로 수립되고 실행되려면 우선 의식과 행동양식이 바뀌어야 하고, 이러한 의식과 행동양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법제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우선 정부나 산업계가 세계의 흐름, 저탄소시대, 저에너지시대에 대한 이해와 책임의식을 갖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에너지효율과 절약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도 대량소비체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대기업의 기업경영 패턴에 변화를 주어야 하고, 우리 국민들도 생활양식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인센티브와 패널티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제도로 먼저 오염을 줄일 경우 지불하는 실적보조금이나 세제상 혜택, 가정이나 상가에서 전기 상수도 도시가스 등의 사용량을 절감할 경우 혜택을 주는 탄소포인트제 등의 실시는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개별(또는 가구당) 마일리지제를 각각 공공혜택과 연결하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에너지만이 아니라 복지 일자리를 포괄해 종합적인 판단에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도시인구의 분산과 도농상생을 위해 농촌이주를 유도하는 ‘농어촌 이주자 대상 기본소득’ 실시도 고려할 만하다.
배출부과금이나 벌과금 등 패널티적인 제도도 확실히 실행해야 한다. 쓰레기가 될 상품의 경우 폐기물 수거 및 처리까지 사전에 고려한 확대생산자책임제도가 있듯이 원전의 경우도 폐로비용이나 사용후핵연료처리비용이 실질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발전원가에 포함돼야 한다. 환경세를 제대로 도입하고, 화석연료나 원자력에너지에 대해 제대로 된 과세를 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와 관련해 내연기관 차량의 전기자동차화는 물론, 전기자동차 승용차보다는 카세어링시스템, 자전거의 근거리교통수단 활용, 교통수단에 따른 통근수당 조정 등 다양한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