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을 말할 때 세계의 에너지전망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016년 11월에 발효한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의 핵심은 에너지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에너지부문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2를 배출하고 있는 부문으로 그것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파리협정의 목적 달성에 매우 중요하다.
국제에너지전망에 관해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하는 ‘국제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WEO)’ 연차보고서가 도움이 된다. 정확한 정보에 바탕을 둔 미래전망은 오늘날 에너지정책 결정에 매우 중요한 토대를 제공한다. 세계에너지전망은 현재의 정책프레임 하에서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을지, 무엇이 이러한 미래를 견인하는 핵심 동인인지, 복잡한 에너지시스템 전반에서 어떠한 상호작용이 발생할지 등을 살펴보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있다. 이것이 ‘국제에너지전망’ 연간보고서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8월에 나온 IEA의 ‘국제에너지전망 2018(World Energy Outlook 2018)’ 요약보고서를 바탕으로 국제에너지전망을 한번 따라 가보자.
이 보고서는 효과적인 에너지정책 수립을 위해 가격적정성, 신뢰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이란 세 가지 관점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격 적정성(Affordability) 차원에서 보면 태양광 및 풍력의 발전단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긴 하지만, 유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4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상회했다는 것이다.
둘째, 신뢰성(Reliability) 차원에서는 석유 및 가스공급과 관련된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전세계 인구 8명 중 1명은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전력 계통의 유연성 확보부터 사이버 안보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난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차원에서는 전세계 에너지분야 이산화탄소 배출은 최근 3년간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7년 전년대비 1.6% 가량 다시 증가했고 2018년에도 이산화탄소 배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에너지와 관련된 대기오염으로 인해 매년 수백만 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정책 시나리오(Current Policies Scenario)는 현시점에서 추가적인 정책 노력이 없다면 에너지안보와 관련한 위협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증가하게 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미 발표된 정책과 목표를 포함하는 WEO 기본 시나리오인 신정책 시나리오(New Policies Scenario)의 전망은 다소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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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UAE 원자력 고위급협의회가 지난 16일 서울 소공로 롯데호텔에서 열려 수하일 알-마즈루이 UAE 에너지산업부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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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너지산업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신정책 시나리오에 따르면, 도시화, 소득증대 그리고 17억 명에 달하는 개도국 인구증가에 따라 전세계 에너지수요는 2040년까지 25% 이상 증가한다. 미래 수요증가는 대부분 인도를 필두로 한 개발도상국에서 비롯된다. 2040년까지 전세계 천연가스 소비 증가의 50%, 풍력 및 태양광 발전량 증가분의 60%가량이 아시아에서 비롯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의 경우 아시아의 비중이 80%를 상회하며, 석탄 및 원자력은 아시아 지역의 수요 증가가 다른 모든 지역에서의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다. 2025년까지 전세계 석유·가스 생산 증가분의 50% 이상(석유 75%, 가스 40% 수준)이 미국에서 발생한다. 2025년에는 미국이 전세계 석유 생산의 1/5, 그리고 가스 생산의 1/4 정도를 책임질 것이다. 재생에너지기술의 빠른 발전, 디지털기술의 진보 및 에너지 시스템 내 전력의 역할 증대라는 트렌드가 맞물려 진행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달성에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력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전망 및 영향에 대해 특별보고서 형태로 상세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한 전력은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까? 전세계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력 비중은 20%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전력 부문은 전체 에너지산업 온실가스 감축의 최전선에 서 있지만,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 운영방식을 설계해야 하는 과제 또한 안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효율 개선으로 30개 IEA 회원국 중 18개국에서 전력사용이 2010년 이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선진국의 전력소비 증가는 가정 사무실 공장 등에서의 전기난방 보급 확대, 운송부문에서 전력비중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개도국의 경우, 전력수요가 현재 대비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경제적인 저탄소전력 공급이 에너지정책의 핵심적인 목표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 전력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유연성(Flexibility)’이다. 태양광발전의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태양광 설비용량은 2025년 전에 풍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경에는 수력, 그리고 2040년 이전에 석탄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분산형 태양광에 대한 가정 및 기업의 투자도 빠르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신정책 시나리오에서 재생에너지와 석탄은 발전믹스에서 서로의 위치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체 전력발전에서 재생에너지는 25%, 석탄은 40% 가량을 점유하고 있지만, 2040년에는 재생에너지가 40%, 석탄은 25% 수준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과 풍력 등 가변적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전력 시스템에 안정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유연한 전력시스템 구축이 전례 없이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가변적 재생에너지(Variable renewable energy) 비중이 낮을 때는 대체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시스템은 더 높은 수준의 유연성을 필요로 하게 된다. 앞으로 멕시코 인도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지역 내 많은 국가들이 전례 없는 규모의 유연성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배터리 비용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배터리가 단기적인 변동성을 완충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가스화력발전설비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수력 다음으로 큰 저탄소 전원인 원자력의 발전 비중은 1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나, 지역간 구도는 크게 변화할 것이다. 2030년 이전에 중국의 원자력 발전은 미국 및 유럽연합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에 위치한 원전의 2/3 가량이 3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설비의 수명연장 또는 폐로결정이 에너지안보, 투자 및 탄소 배출 추이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20년대 중반 승용차용 석유소비는 정점에 이를 것이나, 석유화학 트럭 비행기 선박 등에서의 석유 수요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다. 2040년 3억 대의 전기차가 하루 3백만 배럴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내연기관 차량의 연료효율 개선을 통해 이보다 3배 이상 큰 잠재적 수요감소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는 2030년에 석탄을 뛰어넘어 석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전세계 가스 수요는 2040년까지 약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산업 부문이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부문이 될 것이다. LNG 교역은 중국을 필두로 한 개발도상국들의 수요 증가로 인해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신정책 시나리오에서 에너지 관련 탄소배출은 2040년까지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요구 수준과 한참 거리가 있는 궤도이다.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제시한 목표를 준수하고 있지만, 아직 빠른 시일 내에 탄소 배출을 감소세로 전환하고자 하는 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엔 불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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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만공사는 최근 중국 교통운수부 수운과학연구원 펑촨성 선임연구원을 초청해 배출가스통제구역(ECA) 규제 등 중국 정부가 시행하는 해운 항만 분야 대기오염 저감 정책에 대한 강연회를 열었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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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발전 시나리오는 에너지 접근성, 대기오염 저감,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통합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글로벌 에너지시스템의 폭넓은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저탄소기술과 탄소 포집, 사용 및 저장(CCUS)과 같은 기술을 포함한다. 전력발전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현재 25%에서 2040년 50%까지 증가하며, 난방부문에서는 동 기간 10%에서 25%, 운송 부문에서는 3.5%에서 19%까지 각각 증가할 전망이다.
앞으로는 정부정책이 에너지의 중장기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신속한 에너지전환을 달성하려면 더욱 청정하고, 스마트하며, 효율성이 높은 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가 촉진되어야 한다. 정부정책은 에너지효율 개선과 기술혁신의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정책 결정이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다.
2016년에 발간된 IEA의 ‘국제에너지전망 2016’을 보면 세계 전기자동차 보유대수는 2015년 130만 대로 2014년의 두 배에 이르는데 2025년에는 3000만 대, 2040년에는 1억5000만 대를 넘어, 2040년에는 석유수요를 하루에 약 130만 배럴 줄게 된다는 것이다. 배터리 비용은 계속 하락하지만, 소비자가 일반자동차보다 전기자동차를 선택하도록 하게 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다. 더 엄격한 연비규제, 배출규제, 재정적인 인센티브 등 정책이 강화되면 2040년까지 약 7억1500만 대의 전기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석유수요를 하루 600만 배럴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심시나리오(파리신기후체제에 맞춰 190개국의 기후변화에 관한 모든 서약을 검토해 넣은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까지의 신규발전 용량 전체의 약 60%가 재생에너지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으로, 2040년까지 이들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전력의 대부분은 모든 지원 없이도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2040년까지 태양광발전은 평균비용이 40~70% 정도 줄어들고, 육상풍력 발전비용은 10~25%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450시나리오(지구온난화를 2℃ 미만으로 억제할 가능성을 50%로 잡은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 발전량의 약 60%가 재생에너지로부터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그 절반이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에 의한 것이다. 중심 시나리오와 비교하면 재생에너지에 의한 발전량이 40% 증가하지만, 누적보조가 15% 늘어날뿐 소비자가 부담하는 추가비용도 거의 없다. 450시나리오에서는 가정이 지불하는 전기요금은 에너지이용의 효율화로 인해 중심시나리오의 경우와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이러한 국제에너지전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전망도 매년 좀 더 치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단순한 예측만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정책 의지가 반영되고, 국민과 소통하는 ‘대한민국 에너지전망’ 연차보고서가 나오길 소망한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