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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59>전력수급, “안정성과 더불어 경제성, 공급보다 수요관리에 중점을 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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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03 14: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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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을 쓰는 2018년 9월 2일 밤 10시30분. 며칠 새 드문드문 내린 비로 어느덧 가을 초입에 접어든 느낌이다. 한국전력거래소 홈페이지를 들어가 요즘 전력수급상황이 어떠한지 한번 보았다. ‘2018년 9월 2일 오후 10시20분 현재 실시간 공급예비율 57.25%’. 전기 생산 시설 절반 이상이 놀고 있다는 의미이다.

오후 10시55분에 다시 들어가보았다. ‘9월 2일 최대부하전망은 피크예상시간이 오후 7~8시, 최대부하 6330만㎾, 공급예비율 2831㎾, 공급예비율 44.7%. 오후 10시55분 현재 실시간 전력수급현황은 현재부하 5719만 ㎾, 공급예비력 3466만 ㎾, 공급예비율 60.59%’.

지난 7월 24일 최대 전력수요가 오후 5시 기준 9248만 ㎾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공급예비력은 709만 ㎾, 공급예비율은 7.7%로 집계됐다. 세계적인 폭염이 지속되던 7, 8월 공급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만 보고도 보수언론과 일부 야당은 ‘폭염재난’ ‘전기요금 걱정’ ‘전력수급 불안’ ‘탈원정책 제고’ 등 폭염과 관련된 기사를 마구 쏟아냈다. 참고로 한국전력거래소가 밝힌 2017년도 우리나라 발전설비현황을 보면 평균 전력 공급예비율은 12.9%, 설비예비율은 37%이다.

연합뉴스(2018.8.5)는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2018년 7월 24일 순간 전력수요가 1시간 만에 400만 ㎾ 가까이 급증하는 등 전력수급 불안이 심화해 블랙아웃(대정전사태)이 발생할 위험마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이 5일 전력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 24일 최대전력수요는 한 시간 동안 391만 ㎾가 급증해 오후 3시에는 9161만 ㎾를 찍었다는데 이는 정부가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의 올여름 전망치인 8750만 ㎾를 초과한 것이며 당일 공급예비력은 709만 ㎾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한전이 공급 예비력이 500만 ㎾ 이하로 떨어질 경우 준비경보를 발령하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전력수요가 200만 ㎾만 더 올라갔어도 전국이 전력 비상에 빠질 수 있었던 셈이다. 폭염기에 원전 가동률을 높이지 않았다면 전력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블랙아웃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며 “하루빨리 탈원전 정책과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뒤 이투데이(2018.8.21)는 ‘111년 만에 최악 폭염·탈원전에도 블랙아웃 없었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전력수급 예비율을 안정적 10%대를 유지했고 기업에 사용제한 요청 없이 수요를 감당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23일과 24일 전력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틀 연속 역대 최대전력수요를 갈아치우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25~27일 예비율이 9%, 30일 이후 예비율은 10%대를 보이며 안정세를 찾아갔고 8월 13일, 14일 다시 최대전력수요가 9000만 ㎾대, 예비율이 9%대를 기록했지만 17일을 기점으로 사실상 올해 여름 전력 수급을 무탈하게 넘겼다는 평가였다.

   
한전 부산울산본부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전력 사용량을 점검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보수언론과 일부 야당 의원이 ‘블랙아웃’ 운운했던 지난 7월 24일 상황은 관리영역 안에 있었다. 당시 공급예비력은 709.2만 ㎾. 공급예비력이 500만 ㎾ 미만이 될 때는 수요감축요청, 시운전발전기 시험일정 조정으로 공급능력 추가 확보 등의 조치가 취해지는 ‘준비’ 경보가 발령된다. 준비, 관심, 주의, 경계, 심각단계(100만 ㎾ 미만)로 500만 ㎾에서 100만 ㎾단위로 5개의 비상단계가 있다. 이날은 비상단계로 가장 낮은 ‘준비’단계까지 원전 2기의 용량에 준하는 209.2만 ㎾의 여유가 있었다. 2011년 9.15 순환대정전사고 때는 한여름이 아닌 가을 초입이었고, 당시 설비예비율이 4.1%로 낮았지만 아니라 단기적으로 최대수요를 잘못 파악한 단기 운영계획의 대실패였던 것이다.

한편 전기신문(2018.8.17)는 ‘한 자릿수 예비율이면 안심할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내놓았다. 적정설비예비율 22%가 과연 적정한가를 묻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여름 이후 설비예비율을 15%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립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적정 설비예비율을 22%로 설정했다. 최소예비율 13%에 불확실성 대응 예비율 9%를 고려한 것이다. 22%의 예비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엄청난 투자와 전기요금 부담이 뒤따른다. 또한 안 돌리는 발전소에도 발전소를 짓는 데 들어간 투자비를 보상해줘야 해서 적정 수준의 예비력과 예비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같이 다른 나라와 전력시스템이 연결돼 있지 않은 경우에 적정예비율은 18.5%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와 계통여건이 비슷한 호주는 적정예비율이 18%, 미국 텍사스주는 13.75%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적정예비율을 18%로 설정한다면 약 4%에 해당하는 4GW(원전 4기)의 예비발전기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예비력은 설비예비력과 공급예비력, 순동예비력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설비예비력은 발전설비총량에서 전력수요를 뺀 수치이며, 공급예비력은 사고 또는 예방정비 등으로 실제 가동이 가능한 설비에서 전력수요를 뺀 예비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동예비력 개념인데 변동하는 순간마다의 예비력으로, 일반적 시스템운용에서 매 5분 간격으로 발전기 출력의 합과 가동 중인 발전기의 정격용량을 파악해 계산한다. 미국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 는 순동예비력을 150만 ㎾ 정도 확보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설비예비력 확보에 너무 정책 중점을 두어왔다. 이것은 원전추진파의 이익과 직결된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적정 설비예비률’을 넘어선 것은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전력수급에서 중요한 것은 발전설비 이상으로 시스템운용이 중요하다. 혹서기 혹한기의 피크타임만이 문제가 아니라 평소 전력예비율을 보고 적정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균정잡힌 시스템운영의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여름은 전 세계 사상최대 폭염에도 불구하고 전력예비율이 비상에 돌입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잘 운영됐다고 하겠다. 문제는 여름 겨울 혹서·혹한기의 피크타임 관리에 있다. 이제부터는 지나친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예비 설비 등으로 인한 ‘전력낭비’가 심하지 않은지도, 원가이하로 판매하는 대기업 전기요금으로 인해 설비예비력 확보에 드는 돈이 얼마나 될 것인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폭염 때 누진세로 인한 ‘전기요금폭탄’보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발전소 수십개 건설운영비’에 해당하는 비용을 국민들이 부지불식간에 세금이나 전기요금으로 물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전력수급 관리, 특히 수요관리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전 정부는 전력수요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공급중심의 정책을 펴왔는데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연합뉴스(2017.7.13)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력수요가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큰 폭으로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민간 자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전력수요전망 워킹그룹’은 2017년 7월 13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 관련 전력수요 전망치 초안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된 안의 핵심은 2년 전 예측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보다 전력 수요 전망치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점이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2030년 전력수요는 7차 계획 대비 11.3GW(113.2GW→101.9GW)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8차 계획의 수요전망이 크게 줄어들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국내총생산(GDP)의 하락’을 꼽았다.

반면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7차 전력수급계획 때는 오히려 전기요금을 낮게 잡고 수요는 너무 높게 잡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향신문(2015.7.14)에 따르면 환경부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전력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했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경부와 산업부의 2029년 전력 기본수요에 대한 전망에서 원자력발전소 10기 발전량만큼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리원전 1호기 전경. 국제신문 DB
당시 환경부는 산업부 협의 요청에 따라 7차 전력계획 검토의견을 산업부로 보내며 전력수요 과다 책정 등 4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7차 전력계획이 ‘저가’ 전력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전기요금을 정상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전력수요가 과다 책정됐다는 지적도 했다. 당시 환경부는 “2010년부터 전력소비 증가가 둔화하고 있다”며 “4% 이상으로 과다 전망된 2016~2018년도 전력수요를 2~3%대로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환경부는 “7차 전력계획이 22%로 설정한 설비예비율도 18% 이하로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력 수급기술의 발전과 낮은 재생발전비율 개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전력수요정책은 한마디로 ‘원전증설을 위한 정책’이었다. 같은 정부의 환경부의 ‘보수적인 견해’마저 철저히 무시하고 ‘전력수요 뻥튀기’를 한 것이다.

2017, 2018년에 폐로절차에 들어간 고리1호기·월성1호기가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결론은 대세에 지장 없다는 것이다. 2017년 6월 폐로절차에 들어간 고리1호기는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0.5%에 불과해, 폐로해도 전력수급에 지장 없으며, 월성1호기, 고리1호기를 동시에 폐로해도 2025년까지 20∼25%의 설비예비율을 유지해 전력공급은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김제남 국회의원은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를 각각 2015년도 상반기와 2017년 상반기에 폐로하는 것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 전력수요 1%와 3%의 감축시 2027년까지 각각 18.5%와 21.0%로 적정예비율 15% 이상을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한겨레, 2015.2.9). 실제로 한전 경제경영연구원이 2012년 ‘적정 설비예비율 및 운영예비력’에서 적정 설비예비율을 12%로 잡았고, 2008년 실시된 서울대 연구 결과도 12%가 적정하다고 제시했고, 미국 대부분 주의 설비예비율이 15% 내외, 독일·프랑스가 13% 수준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상황을 이해하는데 좋은 사례가 있다. 2011년 9월 11일 오후 우리나라는 전력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으로 전국적인 정전 발생 상황에 직면해 당시 전력거래소는 오후 3시11분부터 지역별 순환 단전을 실시했다. 그날 순환정전 당시 전력설비예비율은 5.0%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최소 20%선을 넘고 있다.

그 뒤 2013년 5월 28일은 원전 제품시험 결과가 조작된 불량부품 때문에 신고리2호기, 신월성1호기의 원전가동이 중단된 날인데 언론은 사설을 통해 이날을 ‘한국 원전 국치일’로 삼아야 한다고 한 날이기도 하다(아시아경제,2013.5.29). 이날 당시 우리나라 전체 원전 23기 중 10기가 가동중단 상태였다. 고리1·2호기, 월성2호기, 한울4·5호기, 신고리1호기가 정비를 위해 발전 중단 상태였고, 한빛3호기는 정비중이던 2012년 10월 제어봉 안내관 균열이 발견돼 7개월째 멈춰서 있었고, 월성1호기도 2012년 11월 설계수명을 마치고 당시 수명연장 심사를 받고 있었다. 이날 신고리2호기와 신월성1호기가 위조부품교체를 위해 가동을 중지하면서 모두 10기의 원전이 발전을 중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공급예비력이 588만 ㎾로 9.2%의 예비율을 갖고 있었다. 원전 10기가 가동중단인 상황에서도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아니었다.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 기간 원전은 오히려 증가추세에 있다. 2017년 24기에서 2022년 28기로 늘어나며, 2029년까지 노후 원전 11기가 수명완료가 됨에 따라 총 9129MW가 감소하고, 2023년까지 신규원전 5기가 건설되기에 총 7000MW 증가한다. 그리고 2031엔년 18기, 2038년 14기가 가동되게 된다. 그리고 신고리5·6호기의 경우는 계획대로라면 2082년에야 폐로하게 된다.

우리는 이제 전력수급에 대해 공급보다는 수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대기전력만 제대로 잡아도 블랙아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반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낭비되는 대기전력을 최소로 잡아 약 70W로 보고, 2011년의 총가구수 1771만9000가구와 전국의 사무실수 약 500만 개를 곱하면 국가적으로 낭비되는 대기전력만 약 159만 ㎾에 이르는데 이는 100만 ㎾급 원전 1.5개에 해당하는 전력량이라는 것이다(임승룡, 2014.12.16). 이는 고리1호기(58만7000㎾)와 월성1호기(67만9000㎾)를 합친 발전량보다 1.26배 많은 양이다. 발전소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약이라는 ‘절전소’를 늘리는 게 더 효율적이란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절전소는 가정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많이 설치해야 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전력과 관련한 ‘소프트전략’을 민관산학 거너번스체제로 새롭게 짜내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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