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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14>신고리5,6호기공론화 이후 부울경 주민이 해나가야 할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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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은 ‘신고리5,6호기 건설은 재개하되 안전기준을 강화해야하고 원전은 축소해야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민참여단의 59.5%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53.2%가 ‘원전을 축소해야한다’고 선택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시민참여단이 원하는 것은 향후 원전을 축소하는 것이기에 노후 원전의 조기폐로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신고리5,6호기의 경우도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활성단층을 포함한 최대지진평가를 통한 안전성 강화조치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공론화는 신고리5,6호기 건설중단과 탈원전정책을 두고 471명 시민대표참여단의 의견을 묻는 숙의과정을 통해 정부와 국회를 넘어 직접민주주의의 일면을 보여주었고, 향후 사용후핵연료처리문제의 공론화를 비롯해 민주주의의 실질성을 보완해간다는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의 구성이나 추진과정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켜 ‘공론화=공정한 결론’을 도출했다고는 볼 수 없다.

위원회 구성원들 중 실제 공론화를 실시 연구해본 사람들이 배제됐다는 점과 중립적 인사 구성 원칙 강조하다보니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3개월간의 일정은 너무 촉박했다. 적어도 찬반 양진영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 1~2명이 공론화위원에 포함돼 ‘신고리5,6호기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인식이 보다 명확해야 했다. 기계적 중립화에만 익숙한 공론화위원들은 정작 공론화과정 설계에서 신고리5,6호기로 인해 피해를 입는 부울경지역 찬반 양측의 의견청취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특히 부산지역의 경우 대표적인 피해지역임에도 사전 의견 조율 절차 자체가 아예 없었다. 또한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이 공론화 세부진행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자 공론화위원회에 면담을 신청했으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실무적인 이유로 면담이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반면에 기계적인 중립을 내세우면서 넓은 의미에서 신고리5,6호기 원전의 사실상 수혜자인 수도권 주민들의 의견이 지나치게 인구비례보다 더 많이 반영됐고, 남녀성별이나 연령대분포 또한 왜곡됐으며 미래세대의 의견은 전면 배제됐다. 이번 시민참여단의 최종 합숙토의에서 건설중단 입장을 발제한 동국대 박종운 교수는 “이번 합숙기간 중 시민참여단에게 만일 신고리5,6호기를 시민참여단 개인이 살고 있는 지역에 짓는 것을 동의하는 분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대답한 사람이 없었다”며 “다수호기가 문제가 되는 부울경지역 신고리5,6호기 건설에 동의한다면 수도권을 비롯해 어느 지역에 원전을 지어도 괜찮다는 말로 사실상 동의를 하는 셈인데 신고리5,6호기는 그대로 짓고 앞으로 원전은 더 짓지 말자는 결정을 내린 것은 자기모순이기도 하다”라고 23일 부산YWCA강당에서 열린 ‘신고리5,6호기 부울경 긴급토론회’에서 소감을 밝혔다.

이런 점에서 이번 공론화의 경우 개인 생각으로는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 비율을 50%로 하고, 국민투표에 준하는 전국 여론조사와 주민투표에 준하는 부울경지역 여론조사 비율을 각각 25%씩 해서 결정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정확한 국민여론을 반영하는 면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김지형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시민참여단 중 신고리 원전 건설 재개를 최종 선택한 비율이 59.5%로 건설 중단 의견을 낸 40.5%보다 19%포인트 높았다”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 발표를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이번 공론화위원회는 ‘너무나 조용한 위원회’였다. 오히려 일부 수구보수언론의 사실왜곡보도와 출연기관과 공기업의 건설재개측 참여, 기계적 중립에 따른 부울경 지역 의견 원천 배제, 일부 찬핵측 전문가의 전문위원 활동 허용, 공론화 숙의민주주의 토론과정의 체계적인 국민 TV 토론 및 생중계의 부족, 자료검증시스템의 불명확, 상호토론 시간의 절대부족 등의 한계를 많이 내보였다. 특히 한수원 노조와 일부 지역 주민들이 보이콧 선언을 하고 행정소송까지 하는 등 공론화 결과에 대한 불복 프레임을 가지면서도 원전업계, 학계와 연계해 ‘검증되지 않은’ 공론화자료를 양산했다.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정부의 탈원전정책 추진과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추진에 부정적인 기사를 일방적으로 쏟아냈고, 특히 시민참여단이 신고리5,6호기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에 ‘초법적 행위’ ‘포퓰리즘 정책’과 같은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공론화과정은 50년 ‘원전마피아’와 탈핵진영간의 총력전이 됐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신고리5,6호기 백지화 공약을 한 문재인 정부는 한발 비켜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기간 ‘가능한 중립적 입장’을 취하면서 신고리5,6호기 백지화 공약에 대해 무책임했고,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의 ‘신고리5,6호기 공사재개’ 공세에 무력했다.

그러나 그 결과 어쨌든 ‘신고리5,6호기 공사재개, 향후 원전은 축소’라는 공론을 만들어냈다. 원전마피아라 골리앗과 탈핵진영 다윗의 싸움에서 아직 승패를 말하기엔 이르다. 문제는 이제부터이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이나 원자력업계, 학계 그리고 일부 야당은 ‘신고리5,6호기 재개’ 결정에 힘입어, 원전 수출 등을 강조하며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딴지를 걸고 나오고 있다.

이제 공은 문재인 정부로 넘어갔다. 문재인 정부의 공식적인 ‘신고리5,6호기 후속대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다. 우선 정부는 11월부터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 조치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고리5,6호기는 각각 2021년 10월, 2022년 10월 완공, 설계수명 60년으로 최소한 2082년까지 우리나라에는 원전이 존재하게 된다. 이들 원전의 폐로를 생각한다면 2100년대까지도 원전사고 우려, 폐로 및 사용후핵연료처리문제로 부울경주민들은 잠재적 불안을 떨치기 힘들게 돼 있다. 일단 정부는 올해 안에 제8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영덕 천지1,2호기, 울진 신한울3,4호기 등 원전 6기의 신설 계획 백지화와 동시에 월성1호기 조기 폐쇄, 2030년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노후원전 10기의 설계수명 연장금지를 담은 ‘원전 비중 축소’ 로드맵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위 권고안에서 시민참여단이 ‘원전 축소’를 선택한 비율이 53.2%로 원전 유지(35.5%)나 확대(9.7%)를 크게 앞선 만큼 정부는 단계적 원전 감축을 적극 추진할 추동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정말 이제부터 새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이번 공론화와 관련 대국민 메시지를 내되 국민에 대한, 특히 부울경지역 주민에 대한 신고리5,6호기 백지화 공약 불이행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이 제기한 공익감사를 통해 신고리5,6호기의 건설허가과정에서 드러난 ‘불법,부실,졸속’ 사례를 제대로 파헤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원전적폐’를 청산해 나가야 하고, 안전성과 관련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간참여체제를 갖추도록 해야 하며,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 제고를 위한 에너지정책을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펼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는 특히 공론화기간중이던 지난 10월 5일부터 열흘 이상 월성원전 3호기의 원자로 냉각재가 누출된 사고에 대해 이를 제때 알리지 않은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통해 향후 안전사고에 대한 즉시공개 및 투명성대책을 밝혀야 한다.




   
지난 20일 부산시청 앞에서 탈핵부산시민연대신고리5,6호기백지화부산시민운동본부가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공론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입장 표명하는 기자회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새 정부는 탈원전에너지전환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정부의 일방적인 에너지 및 전력소비 추정에서 벗어나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에너지전환위원회’를 만들어 시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참여를 통해 목표를 설정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에너지전환위원회를 지역차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보급을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풍력, 태양광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발전과 같은 ‘변동형 전원’도 기존의 전력계통과의 연계 접속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송전계통에 재생가능에너지를 다른 전원보다 우선해 접속하는 ‘우선접속’ 원칙 확립이 절실하다. 현재 발전과 송배전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한국전력에서 전력을 자유화하고 발전과 송배전을 분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한국전력거래소와 같이 도매전력시장만이 운영되고 있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피크타임 때 ‘전력과부족’을 실시간에 거래하는 ‘전력수급불균형해소시장’ 또는 ‘실시간전력거래시장’을 통해 개별거래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거래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이 경우 피크타임때 전력가격이 오르기에 수요억제 효과를 가질 수 있고 이럴 경우 대기업이나 대규모 수요처를 가진 곳이 자가발전,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력개혁에 대한 큰 그림이 나와야 한다. 또한 원전의 발전단가 공개와 함께 전기요금 인상문제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안을 제시하고, 에너지절약을 하는 개인과 기관이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제도를 적극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보급확대를 위해 재생가능에너지재단, 지자체별 재생가능에너지공사 설립을 지원할 필요가 있고, 전기요금에 원전진흥에 사용했던 전력기금을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기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적극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부울경 주민 입장에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신고리5,6호기백지화운동의 핵심은 ‘원전안전신화’ ‘기술만능주의’ ‘원전마피아의 부실, 비리, 은폐의 흑역사’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핵단지화’를 청산하고, ‘안전하고 평온한 지역의 일상생활’을 되찾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부울경 주민 입장에선 첫째, 이번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이른 정부 발표로 신고리5,6호기 공사가 재개된다 해도 부울경지역에선 신고리5,6호기백지화운동의 깃발을 내려선 안 된다. 이번 결정이 사실상 ‘건설허가’라면 앞으로 7,8년 뒤의 ‘준공허가’가 있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감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진행되던 지난 10월 13일, 일본의 탈핵운동가인 원자력자료정보실(CNIC)의 반 히데유키 대표가 녹색당을 방문해서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반 대표는 “설령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 결정이 되더라도 핵발전소에 핵연료를 장전하여 가동하기 전이라면 얼마든지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원전부지마다 원전정지 소송이 진행중인데 이는 핵발전소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핵발전소는 일단 가동해 버리면 건물이 오염되지만, 가동하지 않는다면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것이다. 신고리5,6호기도 건설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건설은 하되 ‘원자력안전박물관’ ‘원자력?재생에너지체험박물관’ 또는 ‘재생에너지타운’ ‘에너지파크’로 용도를 변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공론화 시민참여단이 신고리5,6호기 건설을 재개할 경우 필요사항으로 안전기준 강화(33.1%),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27.6%), 사용후핵연료 해결방안 마련(25.4%), 탈원전정책 유지(13.3%)를 꼽았는데 이를 새로운 탈핵운동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둘째, 부울경 주민 입장에서 신고리5,6호기 재개결정과 함께 이러한 안전기준강화를 ‘보완대책’이 아니라 ‘선결’대책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지난해와 올해 국민이 제기한 신고리5,6호기 관련 공익감사와 국민소송에서 문제가 된 것은 원자력안전법에 원전 운영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으면 이를 취소하게끔 규정하고 있는 바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 지 엄격한 기준위에서 신고리5,6호기의 건설을 감독감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23일 원안위 고시의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에 ‘중대사고 평가’를 포함토록 고시가 개정됐음에도 바로 이날 원안위는 건설허가를 신청했을 당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한수원의 주장이 받아들여 ‘정치적으로’ 승인을 했다. 따라서 이제는 ‘중대사고 평가’를 포함해 다시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전업계가 ‘세계 최고 기술’이라 강조했던 신고리5,6호기 설계인 APR1400과 달리 핀란드에 수출하려는 원전은 EU-APR로 설계 변경을 한 원전인데 이는 핀란드 안전기준에 맞게 안전장치를 더 강화하고 보완하는 협의를 거쳐 나온 것으로 APR1400과 달리 EU-APR은 이중 격납건물, 노심용융물 냉각설비인 코어캐쳐 추가 등으로 안전성이 강화된 결과 유럽사업자 요건(EUR) 인증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이는 APR1400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증이기도 하다. 국민 입장에서 새 정부는 신고리5,6호기 건설을 할 때 적어도 수출 원전인 EU-APR 수준으로 안전성을 강화하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다.

셋째, 부울경 주민 입장에서 정부가 원전안전과 관련된 규제기관의 개혁과 원전 안전을 담보할 인사 원칙을 바로 세우도록 요구해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원전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이다. 2012년 3월에 밝혀진 고리1호기 정전사고 은폐사건은 원전 지역 주민들은 물론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신고리5,6호기 건설 허가 승인의 문제는 바로 원안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원자력진흥?홍보위원회’로 전락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규제위원회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원안위 사무국을 후쿠시마사고 이후 일본처럼 원자력규제청으로 개편해 환경부 외청으로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원전진흥 전력이 있는 인사는 원안위 위원에 원천 배제해야 한다. 여야 동수의 상임위원을 배정하고, 원전입지 지자체 추천 비상임위원을 신설하되, 상임위원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감독부서의 낙하산인사를 막아야 한다. 과거 지경부 2차관이 한수원 사장으로 임명된 잘못된 관행을 더 이상 허용해선 안 된다. 산업부를 ‘원전마피아’가 지배하는 조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또한 원안위에 근무한 사람이 원전진흥기관으로 이동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 그리고 원전비리에 대한 처벌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방비리 이상으로 엄하게 다뤄야 한다. 또한 원전마피아를 막기 위해서는 원자력연구와 관련해 엄청난 용역비에 대한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리고 원자력문화재단도 원자력진흥?홍보가 아니라 원자력안전에 대한 홍보?교육을 중시하는 ‘원자력안전문화재단’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신고리5,6호기 건설기간에 ‘부실,비리,은폐’사건이 생길 경우 이에 즉시 대응조치를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넷째, 부울경주민 입장에선 사용후핵연료처리공론화때는 수도권에서 처리장을 수용하도록 압박을 넣어야 한다. 올 연말에 재출범할 가능성이 높은 제2차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에서는 그동안 차별을 받아온 지방에 각종 핵시설 유치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중간저장시설, 심지층시설 등 사용후핵연료처리장 설치 가능성을 포함해 사용후핵연료처리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다. 신고리5,6호기공론화 과정에서 수도권에 신고리5,6호기 건설이 한수원측에서조차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냉각수문제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지진안전성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수도권을 적극 포함해야 신뢰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중간저장시설 설치를 강제하는 공론화로, 원전 입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섯째, 부울경주민 입장에선 ‘안전한 도시’를 위한 원전입지 지자체의 실질적 방재대책 및 지역에너지분권정책을 제대로 수립하도록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해야 한다. 부산지역의 경우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확대에 따른 실질적 방사능방재대책의 수립이 절실하다.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일본 학자들은 방재대책 수립시 원전 반경 60km 권내 지역에서 방재훈련의 정기적 실시를 제안하고 있다. 원전사고 방호방재대책 수립을 위해 현재 원전 반경 20~21km로 돼 있는 긴급호호조치구역을 30km까지 확대하고 실질적인 예방계획 수립에 나서야 한다. 이와 관련된 방호방재예산을 지자체가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에 지역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줄 아는 단체장을 뽑아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부울경의 경우 앞으로 30~40년 뒤의 ‘탈원전 도시’를 생각하고 도시재생정책을 수립하도록 하며, ‘지역에너지분권정책’을 심도있게, 시민과 함께 수립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23일 오후 부산YWCA 강당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부울경 긴급토론회’에서 포럼지식공감과 신고리5,6호기백지화 부산시민운동본부가 토론하고있다. 국제신문 DB


이를 위해선 고리1호기 폐로 안전 확보와 이에 따른 지역 재정지원 관련 입법 제정 및 지역재생기금 마련, 반값전기요금 등도 확보해 나가야 한다. 고리1호기가 폐로에 들어갔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안전한 폐로가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선 고리1호기 폐로와 관련해 지역원전안전위원회 같은 위원회를 입법화해 향후 폐로 로드맵과 폐로 가이드라인과 민관 라운드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리1호기 폐로와 관련해 피해를 입게 될 기장지역은 물론 부산시 차원에서도 기존의 원전입지 교부금 외에 폐로지역지원금 등의 입법화가 절실하다. 지금까지 원전의 경우 가동중일 때만 지자체 교부금을 지원해왔는데 실제로 가동기간보다 훨씬 긴 최소 20년에서 60년이 걸리는 폐로기간 동안 원전입지 지역은 사실상 방폐장으로 변하는 실정이지만 이들 지역에 대한 보상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끝으로 부울경주민의 입장에선 ‘신고리5?6호기 백지화’ 당위성을 바탕으로 ‘소비자주권’ ‘지역주권’의식을 갖고 다가오는 선거에 탈핵시민의 힘을 계속 보여야 할 것이다. 그간 우리가 보아왔듯이 중앙의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원자력업계, 학계가 대대적으로 펼쳐온 원자력홍보전에 맞서 이제는 시민의 입장에서 핵발전소문제를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는 ‘교육홍보의 장’을 스스로 마련하고, 반공이데올로기 수준의 원전홍보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시민참여단 숙의과정에서 원전이 위치한 부산·울산·경남지역 시민참여단 의견으로 재개(64.7%)가 중단(35.3%)보다 높았던 점에서 지역여론전을 좀 더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탈핵진영의 반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탈원전은 대안이 있다. 원전안전신화에 매몰돼 늘 ‘기술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하는 ‘원전마피아’에게는 원전이 천년만년 안전한 기술일지는 몰라도 일반시민이나 상식을 가진 지식인 입장에서 볼 때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탈원전 대안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길로 가는 것이다. 시민들의 힘은 투표에 있다. 지난번 대선에서 그나마 ‘탈원전’을 내세운 대통령 후보를 선택했듯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탈핵에너지전환문제를 선거이슈화해서 여야 후보들에게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고 그에 합당하게 투표를 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 우리 도시의 미래를 선택하는 길이다. 아울러 탈핵에너지전환의 대물결을 역행하는 흐름에 대해선 촛불민심에서 보인 국민의, 지역주민의 조직된 힘으로 즉시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가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미래, 우리 도시의 미래를 우리가 선택하자.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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