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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구 장영실과학동산에 설치한 앙부일구. |
시간은 인류의 생활 속에서 편리함을 주는 중요한 것이다. 시간의 단위를 정하는 기준은 자연 현상 중에 해와 달과 별들의 움직임을 보며 정했다. 일기가 나쁜 날에는 물시계를 사용했다. 물시계는 삼국시대부터 국가의 공인 시계로 사용했다. 신라 성덕왕 17년(718)에는 누각(물시계)을 만들고 누각전을 설치해 박사 6인과 사 1인을 두었다. 그리고 경덕왕 8년(749)에는 천문박사 1인과 누각박사 6인을 누각전에 두어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고 관리하도록 했다.
조선 세종시대에는 앙부일구 등 각종 해시계와 일성정시의와 같은 별시계, 자격루·옥루 등의 자동 물시계들이 창제됐다. 자격루는 세종 16년(1434)부터 국가 표준시계로 운영했고, 세종 19년(1437)에는 옥루를 제작했다. 이를 만든 천재 기술자 장영실은 대호군(장군)의 벼슬을 얻게 됐고, 세종시대 시계 제작의 전통은 그 후로도 이어져 조선을 시계 왕국으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자동 시보 시스템은 당시 시각제도에 따라 시보장치와 타종장치로 운영됐다. 조선의 시각제도는 오늘날과는 다른 것이다. 우리의 전통 시계를 이해하려면 당시 시각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조상들은 하루를 12 등분해 12시로 각각 시간의 이름을 12지의 자, 축,…술, 해로 정하고 더 정밀한 단위를 위해 한 시간을 초(初)와 정(正)의 둘로 나눈 후 각각 각(刻)으로 구분했다. 하루는 총 100각이며 각을 분(分)으로 나누어 사용했다. 효종 4년(1653)에 서양의 영향을 받은 시헌역법을 사용한 이후부터는 하루를 12시 96각으로 나눴다. 이때부터 종전에 사용하던 원주의 각도 365와 1/4을 360도로 사용했다. 100각법은 하루 12시의 정수배가 되지 않으므로 한 시간을 초와 정으로 이등분해 각각 4와 1/6각씩 더해 8과 1/3각을 배당했다. 반면에 96각법은 1각이 15분으로 나눠떨어진다. 초와 정은 각각 4각이 되어, 초 1~4각, 정 1~4각의 순서로 시간을 정한다.
해가 진 뒤 밤엔 경점법(更點法)을 사용했다. 매일 밤을 초경 2경 3경 4경 5경으로 다섯 등분해 사용했다. 매 경(更)은 5점(点)으로 구분하고 하룻밤 동안을 25 등분해 총 25점이다. 밤의 시간순서는 1(또는 初)경 1점, 1경 2점,…1경 5점, 2경 1점,…5경 5점이다. 실제로 밤은 저녁 박명이 지난 후 아침 박명 전까지 한밤을 5경으로 5 등분해 일몰 후 2.5각인 혼(昏)에서 일출 전 2.5각인 신(晨)까지 계산했다.
밤을 5 등분해 매 경의 시간 간격을 보면 계절 변화에 따라 겨울에는 길고 여름철에는 그 간격이 짧다. 그 때문에 시간을 관장하는 국가 기관에서는 매일 밤의 정확한 시간을 관리했다. 세종 때 창제한 자동 물시계 자격루는 24절기에 따라 해당하는 물시계의 경과 점의 눈금을 새긴 잣대를 사용해 자동으로 시간을 알린 국가의 표준시계이다. 백성은 낮에는 하루 12시간을 사용하고 밤에는 경점법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해가 지면 일을 중단하고 5경의 종소리가 들리면 잠에서 일어나 준비하고 해가 뜨면 일을 시작하는 당시 생활 리듬에 맞게 조정해 사용하는 지혜를 보였다.
이용삼·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