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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천체관측 방식(왼쪽)과 조선시대 천체관측 방식. |
우리나라의 제왕들은 국가의 안위를 위해 하늘의 천변 현상을 살피거나 정확한 시간 측정과 역서(曆書·달력 등) 편찬을 위해서 천체를 관측하는 것을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로 여겼다. 그 때문에 천체 관측은 매우 신중하게 행해지는 동시에 정확해야 했다.
천변 현상은 일·월식 외에도 맨눈으로 보이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오행성이 운행하며 위치가 바뀌는 것과 행성들이 서로 겹치는 현상, 혜성과 유성의 출현 등이 중요하게 여겨져 관측됐다. 하늘의 여러 현상의 기록은 오늘날에도 잘 보존되어 귀중한 관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수많은 별 가운데서 각종 천변 현상이 출현하면 하늘에서 어떻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을까. 태평양에서 거대한 해일이 발생한다면 경도와 위도로 간단히 위치를 알 수 있듯이 하늘에서도 별자리 위치를 적경과 적위로 표기할 수 있다. 우리 선조가 천체의 위치를 관측할 때 사용한 대표적인 천문기기로는 혼천의나 간의, 소간의가 있다. 오늘날엔 천체망원경을 사용하지만 여기에도 적도 좌표로 관측하는 적도의(赤道儀)식 장치가 포함돼 있다.
적도 좌표는 관측자의 위도에 상관없이 지구 상의 어떤 위치서나 모든 관측자가 같은 좌표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천체목록이나 천체의 위치 표기는 적도 좌표의 적경과 적위로 표시한다. 이것은 지구의 표면에서 위도와 경도를 하늘로 무한히 연장해 천구(天球·둥근 하늘) 상에 표기한 것으로 지구의 적도 면을 한없이 연장하면 하늘의 적도 면과 일치하게 되고 지구의 남극과 북극을 연장하면 천구의 남극과 북극을 잇는 극축이 된다.
지구에서는 그리니치를 기준으로 동서 방향의 위치를 경도로 표기하지만 천구 상에서는 춘분점(춘분 날 천구 상에서 태양이 있는 위치)을 기준으로 해 적경을 사용한다. 천구 상의 남북 방향은 지구의 위도와 같이 적도를 기준으로 적위를 사용한다.
전통적으로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오늘날 사용하는 적경과 적위를 나타내는 서양 방식과 약간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적위를 적도면으로부터 북쪽으로 재지 않고 북극점으로부터 남쪽으로 떨어진 각거리 '거극도'를 사용하지만 의미는 같은 것이다. 또한 적경은 춘분점으로부터 재지 않고 적도면 주변에 있는 28개의 별자리 28수(宿)에서 각각의 기준 별인 수거성으로부터 서쪽으로 측정한 각도인 '입수도(入宿度)'를 사용한다.
별자리 위치를 적도 좌표로 표현하는 것은 동아시아의 오랜 전통이었고 혼천의는 그 전통 속에서 만들어진 관측기기이자 천구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 동래구의 장영실 과학동산에는 혼천의를 비롯해 간의와 혼상 등 각종 천문의기들이 복원돼 있다. 이 관측기기들은 모두 적도 좌표로 제작되어 있으며 적도 좌표에 가장 기준이 되는 하늘의 북극과 관측기기의 극축 방향이 일치하도록 설치돼 있다. 관측자는 관측에 앞서 기기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하늘의 극축 방향을 점검하는 것이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이용삼·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