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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책과 세상 <41> `행복한 시민책방`을 보며

市, 지역서점 배려 고맙지만 책 구입 등 실질적 도움 줘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23 20:30:1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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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부산시청 로비에 개관한 '행복한 시민책방'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산시청 로비에 '행복한 시민책방'이 지난 10일 문을 열었다. 대형서점 동보서적과 문우당이 문을 닫은 뒤 지역서점 활성화 의견이 많았고,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은 부산시의 결단이 맺은 고마운 결과다. 연중 서점이 가장 정신 없이 바쁜 신학기에 자신들의 영업현장을 제쳐두고 팔 걷고 일정에 맞춰 서점 문을 연 부산시서점조합(조합장 박상수)의 노력도 고맙다.

지난 토요일 '행복한 시민책방'에 갔다. 서점 문은 닫혀 있었다. 시민책방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오후 7시 영업한다. 시민책방에서 책을 마음껏 보고, 한 권을 사들고 나와, 시청광장 나무그늘에 앉아 빵도 뜯어먹고 커피도 홀짝거리며 책을 읽는 우아한 주말을 꿈꿨던 나로서는 조금 실망이었다. 서점이 도서관도 아닌데 오후 7시에 문 닫고 주말에는 아예 안 열다니. 자리는 만들어줬으나, 시청업무시간에 맞춘 관리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러다 좋은 의미로 만든 시민책방이 책이 안 팔려 이조차 문을 닫는 기막힌 일을 보게 되는 건 아닌가 더럭 겁도 났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시민책방을 보면서 서점에 관해 나름 생각하던 것을 감히 제언한다. 이제 우리 지역의 서점 앞에 습관적으로 달던 '향토'라는 단어를 떼어내자. 컴퓨터로 클릭만 하면 안방까지 책을 배달해주는 편리함을 원하는 독자들은 경쟁에서 밀린 서점이 문을 닫는 걸 보면서 '책을 구입하는 독자는 판매의 대상이지 의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인터넷에 글을 남겼다.

그들 앞에 언제까지 '향토'라는 말로 기댈 수는 없는 일이다. 책이 지역특산물도 아니고, 서점이 재래시장도 아닌 지금 향토라는 말은 우리 스스로 한계짓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도서관의 서비스는 잘한 것만 칭찬하고 무엇이 부족한 지 크게 관심을 두지도 않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면서 돈을 벌어야 운영되는 서점은 편안하게 책을 읽는 북카페도 있어야 하고, 유명 저자와 만남도 원하고, 할인도 해줬으면 좋겠다며 '문화공간'이기를 강요한다. 그러나 성인 100명 중 35명이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을 사지도 빌리지도 않고, 서점 계산대에서 책을 구입하기 직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도서할인가를 확인한 뒤 그대로 두고 나가버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서점이 향토와 문화공간이어야 하는 걸까.

지역서점들은 대학생들과 문화예술인들의 행사 등 부산 문화를 오래 후원해왔다. 대형서점 홍보업무를 하던 필자는 작년 대학축제 기간 중 문학행사 후원을 의뢰하러 온 대학생들을 만났다. 그들과 했던 대화는 이렇다. "학생들은 인터넷 어디서 책을 삽니까?" 온라인 등 다른 데서 산다고 말하는 그들에게 나는 "당신들이 책을 구입하는 그곳에 후원금을 의뢰하세요"라고 말했다.

시민책방을 만들 만큼 성의를 보이면서도, 부산의 기관·학교·단체들은 책을 구입할 때는 공개입찰을 거쳐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이용한다. 그게 원칙임을 잘 안다. 하지만 지역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점을 유지해야 향토든, 문화공간이든 할 수 있지 않나.

"시민책방 제1호 고객은 부산시장님입니다. 박완서 선생의 수필집 '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였죠." 박상수 서점조합장의 말이다. 책 제목이 상징적이다. 시청로비에 서점을 세운 것 자체가 우리가 '못 가본 길'이다. 이제 첫걸음을 딛었다. 못 가본 길을 열어놓는 결단을 내린 시장님께도 말씀드리고 싶다. "시장님! 시민책방에 자주 들러 책 많이 사주세요. 서점 운영이 안 되면 공직자들도 지역서점에서 책을 안 사는구나 생각하겠습니다."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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