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 장영실과학동산에 있는 일성정시의 복원품.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는 조선의 가장 대표적인 천문관측기인 간의의 구조를 응용해 세종 19년(1437)에 독창적으로 창제한 주야 겸용 천문시계이다. 이것은 세종 임금이 직접 구조와 사용법을 제안한 것으로 조선의 과학 기술을 세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지름 68㎝로 구리로 만들어진 일성정시의는 한양의 북극 고도(한양의 위도)인 지구의 자전축 방향으로 정확히 맞추어 천문에 사용하는 적도 좌표계와 일치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낮에는 해시계로, 밤에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극성 주위의 별들이 규칙적인 일주 운동으로 회전하는 것을 보며 밤 동안에 시간을 측정하는 독특한 주야 겸용의 정밀한 천문시계이다. 당시 궁중에 설치한 자동 시보 장치인 물시계 자격루의 시각을 교정했던 한양을 기준으로 한 국가 표준시계라 볼 수 있다.

일성정시의의 구조는 관측과 관련해 3개의 고리로 구성된 환(環) 부분과 계형(界衡)이 있고 하늘의 북극 방향을 맞추는 정극환이 있다. 또한 용 모양으로 되어 있는 자루 부분과 이들을 받치는 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대에는 수평을 맞추는 도랑과 못이 있다.

환 부분을 보면 제일 바깥에 있는 주천도환(周天度環)은 1/4도 간격의 눈금으로 365와 1/4도의 눈금이 표기되어 있고 동짓날을 기준으로 해 1년에 1회전할 수 있다. 중간에 있는 일귀백각환(日晷百刻環)은 고정되어 해시계로 사용하며 시간(時, 刻, 分 표기) 눈금이 표기돼 있다. 제일 안쪽에 있는 성귀백각환(星晷百刻環)은 매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별의 위치와 시간 눈금이 일치하도록 매일 1도씩 회전할 수 있도록 조립되어 있다.

측정 방법은 낮에는 해시계와 같이 태양을 향해 계형으로 일귀백각환이 지시하는 시간을 본다. 밤에는 정극환 밑에 있는 바늘구멍을 통해 하늘의 북극을 바라보면, 북극에서 가깝고 밝은 제성(帝星, 작은곰자리 베타성)이 밤새도록 북극 주위를 도는 동안 계형을 회전시켜 제성이 성귀백각환에 지시하는 시간을 읽으면 된다.

세종 때 모두 4개를 제작해 2개는 궁 안에 설치하고 2개는 군사를 지휘하는 함길도와 평안도 원수영으로 보냈다. 당시 유물은 사라지고 없지만 장영실 과학동산에 복원된 일성정시의로 우리 민족의 과학적 긍지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이용삼·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