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시대에 간의대 위에서 간의로 천체를 관측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간의(簡儀)는 천체 위치를 측정하는 조선시대 천문의기이다. 1276년 중국 원나라의 천문학자 곽수경이 복잡한 구조의 혼천의를 간편하게 해 처음 제작했다. 태양과 달 그리고 오행성과 별의 위치를 적도 좌표와 지평 좌표로 측정할 수 있고, 주야의 시간도 당시로써는 가장 정밀하게 관측한 천문기기이다. 세종 14년(1432)부터 자주적인 천체력(달력)을 만들기 위해 천체의 위치와 시간을 측정하려 제작한 많은 천문기구 가운데 대표적 천문관측기기이다.

간의를 이용해 관측자가 동쪽의 지평선에서 뜨는 어떤 천체의 위치를 측정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평선에서부터 점점 고도각이 높아지고 동쪽에서 남쪽을 거쳐 서쪽으로 질 때까지 방위가 변하게 된다. 지평 좌표는 이처럼 관측자의 위도에 상관없이 관측자 중심으로 고도각과 방위를 측정하지만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므로 지구 상의 모든 지역에서 공유하는 좌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적도 좌표는 지구 어디에서나 어떤 시간이든 같은 좌표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천체목록이나 천체 위치의 표기는 대부분 적도 좌표(적경과 적위)로 표시한다. 지구 상의 위치를 경도와 위도로 표기하듯이 이를 하늘로 무한히 연장하면 하늘의 적도 좌표가 된다. 즉, 지구의 북극을 하늘로 연장하면 하늘의 북극이 되고 지구의 적도 면을 무한히 연장하면 하늘의 적도와 만난다. 이처럼 천체의 위치도 동서 방향과 남북 방향을 각각 적경과 적위로 표기한다.

간의를 사용하던 조선시대에는 남북 방향의 측정은 하늘의 북극점으로부터 남쪽으로 측정한 각도를 '거극도'라고 하며 간의 사유환의 눈금을 보며 끝이 뾰족한 규형(망통 또는 가늠자)으로 측정했다. 동서 방향은 하늘의 적도 면을 따라 28수(宿) 별자리와 정밀한 각도를 표기한 간의의 적도환의 눈금을 보면서 2개의 계형(가늠자의 일종)을 사용해 입수도(入宿度, 현대의 '적경' 개념)를 측정한다.

또한 적도환 둘레에 있는 백각환(百刻環·12시와 100각 표기)을 사용해 시각을 측정하는데 낮에는 태양의 일주운동을 측정하는 해시계가 되고, 밤에는 적도 주변에 있는 28수 중에서 계절마다 자정에 남중하는 별(中星, 중성)을 찾아 관측하는 별시계이다. 중성인 별이 남중할 때 자정이면, 동쪽에 뜰 때 중성은 저녁 시간을 알려준다. 별은 한 시간에 15도씩 운행해 24시간에 백각환 주위를 1회 일주한다. 즉 그날의 중성은 마치 간의에 새겨진 백각환의 시간 눈금 둘레를 회전하는 시계 바늘과 같이 하루에 한 번 운행하는 것이다.

간의에는 적도 좌표의 정밀한 관측을 위해 간의의 극축과 하늘의 극축(지구의 자전축) 방향이 일치하도록 극축을 정확히 조정하기 위한 후극환과 정극환이 간의 북쪽 상단에 설치되어 있다.

지평 좌표 측정 장치에도 정밀한 측정을 위해 기준점의 수평이 잘 맞아야 하므로 지평환과 간의의 기준이 되는 받침대에는 수평을 잡을 수 있는 물 홈이 파여 있어서 물을 채워 수평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의 천문학자들은 간의를 통해 천체들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고 그 운동을 정확히 기술해낼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선조는 당시 세계에서 자랑할 만한 천문 역법인 칠정산 내·외편을 만들 수 있었다. 간의는 장영실과학동산에 복원되어 장영실이 이루었던 전통 과학과 기술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용삼·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