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의 장영실 과학동산은 부산의 과학자 장영실의 천재적인 재능과 조선시대 과학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문화재 전문위원과 감정위원, 한국우주과학회장을 역임한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이용삼 교수가 천문기기 복원 과정의 뒷얘기와 과학적 원리를 전한다.

	동래구 장영실과학동산은 우리 고천문기기의 총집결장이다. 사진은 장영실과학동산 전경. 국제신문DB

인간은 누구나 우주에 대한 원초적 호기심을 갖고 있지만 특별히 우리 민족은 천문에 관한 한 유구한 역사 속에서 과학문화의 전통을 이어왔다. 첨성대, 금속활자, 고려청자, 측우기, 각종 해시계, 거북선 등 축적된 전통기술을 이어온 조선 세종 시대는 당대 세계 최고의 업적을 이룬 우리 과학기술의 전성기였다.

세종은 독자적으로 한양을 중심으로 한 자주적인 역(曆)을 편찬하도록 했다. 역을 편찬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태양, 달, 오행성, 항성들의 위치를 관측하고 또한 정밀한 시간을 측정해 하늘의 움직임을 정확히 계산해 내는 것이다. 특별히 천문기기 제작은 단지 천문학적인 행위만이 아니라 제왕 된 자가 '하늘을 받드는 정치'를 함에 무엇보다 앞서서 행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당시 역법 편찬을 위해 이순지, 김담, 정초, 정인지가 중국의 옛 서적을 연구했고, 김돈과 김빈은 천문기기를 설계했다. 세종은 1432년부터 본격적인 천문기기 제작을 시작했는데 이는 주로 이천과 천재 기술자 장영실이 맡았다.

드디어 1433년 경복궁 안에 높이 9.4m 길이 14.4m의 거대한 천문대인 간의대를 세우고 청동을 부어 간의를 만들어 설치했다. 종합 천문대인 간의대 주변에는 소간의, 혼천의, 혼상(천구의)을 설치했다. 간의대 서편에는 24기(절기)를 측정하는 높이 8m 길이 25m의 규표와 당시 공공 해시계라 할 수 있는 앙부일귀(仰俯日晷)와 정남일귀 현주일귀 지평일귀를 창제했다.

세종 시대 간의대를 비롯한 천문시설들은 당대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오늘날 인정받고 있다. 천문기기 설치가 끝난 후 1442년 중국 천문 역법의 오류를 바로잡아 해와 달과 오행성 운행을 계산할 수 있는 칠정산 내편을 완성했고, 서양의 알마게스트 자료를 갖고 만든 이슬람 역법에 기초를 둔 칠정산 외편도 펴냈다.

세종 당시 과학의 업적은 일본에서 간행된 '과학사 기술사 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세종 재위 기간이 포함된 1400년부터 1450년까지 반세기 동안 세계 과학의 주요 업적 가운데 조선은 29건, 중국은 5건, 일본은 한 건도 없었고 그 외 지역이 28건이었다. 15세기 조선의 천문학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것은 중요한 국책사업으로 적극적인 지원과 축적된 전통과학 기술, 창조적 재능을 지닌 학자와 장영실 같은 기술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종 당시 제작한 천문의기들 중 현존하는 유물은 하나도 없는 상태이지만 최근 세종시대 천문 관측의기와 해시계의 문헌 연구에 바탕해 설계와 복원을 해냈다. 부산 동래구 장영실과학동산에는 간의를 비롯한 많은 천문기기를 복원, 전시해 방문자들이 온종일 체험할 수 있는 과학 체험장이 열려있다. 앞으로 2018년에는 미국, 호주와 함께 한국도 참여한 구경 25m급의 세계 최대 망원경이 건립돼 당대 최대 천문대를 운영하던 세종시대의 영광이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용삼·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