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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를 말하다 <46> 케이트 맥크레리 (미국)

시험만을 위한 영어공부 이해 안가

영어에 대한 높은 관심 좋지만 수능 이후엔 더 공부 않아 문제

1930년대식 우스꽝스러운 표현

정답으로 외우는 것도 난센스

  • 국제신문
  • 번역=오광수 기자
  •  |  입력 : 2011-01-27 20:41:3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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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2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제 6주 뒤면 떠날 채비를 해야 하는데, 머릿속은 한국의 교육환경을 통해 겪은 온갖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중 일부는 조금 내키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 굉장한 경험들이어서 앞으로 정말 그리워질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의 영어 학습에 대한 소회 등을 다루고자 한다.

먼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영어가 지닌 엄청난 존재감에 대해 크게 놀랐다. 길거리 영어 간판, 영어로 쓰인 먹을거리, 내게 영어로 말 걸기를 좋아했던 거리의 중학생들…. 이 모든 게 뜻밖이었다. 교사로서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의 열정과 노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들 중 대부분은 정작 '수능' 이후 영어를 더는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학생들이 왜 이처럼 열심히 공부하는지 안다. 시험 성적이 10년 이후 자신의 삶을 결정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토플, 텝스, 토익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 한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학생들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길 원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시험 그 자체가 탐탁지 않다. 시험의 정답이 종종 틀린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이다. 불과 몇몇 사례이지만 경종을 울리기엔 충분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를 정답이라 여긴 채 어쨌든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아주 옛날 호랑이 담배 필 적' 표현이다. 예를 들면 "How are you doing?"에 따른 대답을 묻는 문항이다. 이에 대해 영어권 사람들 대부분은 "좋아" 또는 "아주 나빠" 그리고 "지금이 너무 좋아" 등으로 답한다. 하지만 이곳에선 '꽤 좋은' '괜찮은' '쓸만한' 등으로 번역되는 "Fair to middling"을 요구한다. 이는 영어권에선 우스꽝스런 표현이다. 더욱이 이는 1930~1940년대 미국에서 쓰여지던 것이어서, 오늘날 이 표현을 쓴다면 사람들은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게 무얼 뜻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한국인들은 시험 그 자체가 목표이자, 학생의 능력과 지식을 드러내는 잣대라고 믿는다. 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는 이 역시 우리와 다른 문화적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한국 속의 영어'다. 한번은 한국어 실력을 발휘할 겸 해서 한국어 간판들을 읽으며 부산 곳곳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그러다 '그린마운탠'이라는 간판 앞에서 우뚝 멈춰섰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이내 'Green Mountain'을 뜻하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영어 공부 때문에 고유의 문화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하루 24시간 중 한 시간의 영어 공부로는 나머지 23시간의 삶을 바꿀 수 없다. 문화와 정체성이란 교실 학습이 아닌, 부모로부터 이어받는 것이기에.

한국인에게 영어는 스페인어나 독일어 등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내게 한국어는 다른 문화적 생각이 어떠한지에 대한 통찰의 폭을 넓혀주었다. 여러분이 다른 나라 말을 쓴다면 맨 먼저 언어별로 각기 다르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독일어로 표현한 나의 유머는 (영어 표현에 비해) 다소 썰렁하다.
여하튼 나는 영어가 '글로벌 문제에 대한 글로벌 대화'라는데 머리를 끄덕인다. 이는 수학이 글로벌 과학의 언어이고, 음악이 글로벌 감성의 언어인 것과 마찬가지다. 영어 역시 전 세계 언어들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부산국제고 원어민 강사 / 번역=오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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