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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의 연극이야기 <45> 아리랑과 민중의 꿈

열렬한 인기에 후편 제작 … 민중 염원 표출

전편 대중·극단에 큰 충격

비극적 결말 희극으로 바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27 20:30:3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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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 혹은 인류의 걸작 영화 중에는 후편을 출시하는 영화가 상당하다. '스타워즈'나 '해리포터' 같은 영화들은 긴 시간에 걸쳐 후편을 이어왔으며, '반지의 제왕'이나 '적벽대전' 같은 영화들은 애초부터 하나의 이야기를 2~3개로 나누어 제작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연극 작품에도 후편이 있을 수 있을까.

1929년 토월회가 조선극장에서 공연했던 '아리랑 고개'는 대중 연극계에 작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많은 관객들이 '아리랑 고개'를 보고 눈물을 흘렸고, 토월회 연극이 아직도 살아 있음을 느꼈다. 충격을 받은 것은 대중들과 대중극단들만이 아니었다. 신극 진영에서도 '아리랑 고개'에 대해서는 특별한 기억이 있었다. 그만큼 관객 인지도와 극계 영향력이 강력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조선의 대중연극계는 '아리랑 고개'의 후편을 기획하게 되었다(비록 제작자와 주체는 달랐지만). 신무대는 1931년 9월 10일에 창립을 선언하고,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세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그 중 신불출(사진) 작 향토극 '아리랑 반대편'(1막)이 '아리랑 고개'의 후편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다. 관련 자료를 통해 그 내용을 최대한 복원해 보겠다.

막이 열리면, 우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이 제시된다. 그 안에서 동네 아낙과 하인들이 어울려 민중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점 근처에는 춤과 노래의 마당이 질펀하게 벌어진다. 그 주점으로 길용이 찾아든다. 그는 8년 전 마을을 떠나야 했던 젊은이다. 그는 주점에서 시비에 휘말려 들게 되자,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시비를 걸어 온 세 청년을 제압한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반갑게 그를 맞이한다. 길용 또한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자신이 데리고 온 아들(친자식은 아님)을 소개한다. 이때 길용의 귀환 소식을 들은 '입분'이 급히 들어오고, 길용을 만나 지난 8년 동안의 이야기를 전한다. 길용은 팔자타령(배우 신불출의 장기)을 부르며, 지난 세월을 반추한다.

그러던 중 마을에 위기가 닥친다. 평화롭던 마을은 김진사의 손에 넘어가고,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다. 봉이 아버지가 술을 먹고 아무 데서나 잠이 든 것도 이러한 상황에 자포자기 심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아리랑고개를 넘으려 했던 마을 사람들도, 마을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길용의 논리에 설복된다. 길용은 8년 전 자신이 고향을 떠난 이후 겪어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농촌은 농민의 힘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의 말에 감동을 한 농민들은 마을을 지킬 것을 다짐한다. 의기충천한 농민들은 주점에서 김진사의 아들(시비를 걸던 세 청년 중 하나)을 잡아 처단하려고 한다. 그러나 김진사의 아들에 호감을 느꼈던 입분의 간청으로 살아나고, 마을 사람들은 화해의 마음으로 아리랑을 부른다.

신불출은 전작의 비극적 결말을 희망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당시 극평 또한 이러한 변화에 대해 "무기력한 농민들이 자기의 농토를 다 빼앗기고 정든 고토(故土)를 아모 반항(反抗)할 용기조차 업시 떠나서 아리랑고개를 넘어만 가다가 어려서 집 일코 저 아리랑고개를 넘어갓다가 이역(異域)에서 고생만하고 다시 고향에 도라온 청년 즉 길용(吉龍)에게 지도를 바더 무의미하게 떠나만 가지 말고 이 농촌을 사수하자하는 데서 아리랑민요는 새 생명을 어덧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작된 작품은 길용의 이향이 아닌 정착으로 종결되며 농촌에 대한 강한 개혁의지를 피력한 작품으로 변모한 것이다.

신무대는 희극 작품 공연을 표방하는 극단으로 출범했다. 이러한 극단 성향이 '아리랑 고개'라는 비극의 절정을 희극적인 세계로 바꾸어놓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신불출이나 신무대만의 꿈은 아니었다.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야 했던 민중의 염원과 꿈이 자연스럽게 배어든 결과였다. 문학과 모든 몽상적 작업이 그러하듯, 현실이 비참할수록 그 안에서 꾸는 꿈은 더욱 열렬해지지 않겠는가.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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