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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의 연극이야기 <44> 한 시대 풍미한 석홍조

심형래의 도전에서 석와불을 떠올리다

1930년대 대표 희극배우

관객 중심 연기관 견지해

기대치 충족 위해 자신 바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20 20:22:1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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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심형래가 제작한 최근 영화 '라스트 갓 파더'의 한 장면.
최근 왕년의 한 코미디언(당시에는 '코미디언'이 일반적인 호칭이었음)이 우리에게 놀라운 영화를 선보였다. 세계적인 걸작 영화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과연 이러한 영화가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영화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영화가 오래 전부터 '불가능해 보이는 꿈'의 형태로 제시된 바 있었다는 점이다. 그 개그맨은 꿈을 이룬 것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꿈을 말이다.

나는 그 개그맨의 모습에서 옛날 희극배우의 잔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석와불. 석와불은 1930년대를 대표하는 희극배우였다. 본명은 석흥조로, 1920년대 대중극단 취성좌의 천한수가 '석와불'이라는 예명을 지어준 후 석와불로 불리게 되었다. 그는 취성좌, 조선극우회를 거쳐 신무대에 가담하게 되었다. 1931년 9월 신무대의 창립 공연에서 석와불은 송해천 기안 '옛집이 그리워'(1막)에 출현하여, 동리노인 역을 맡았다. 신무대 제 1회 2주차(최종주간) 공연은 1931년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단성사에서 열렸는데, 이때 석와불은 대희극 '아이밴 홀아비'(전 1막)를 기안한 바 있다.

석와불이 본격적인 희극 배우로 나서게 된 것은 신무대부터였다. 신무대부터 전경희와 '코믹 듀오'를 이루어 연기하다가 연극시장, 황금좌, 희극좌, 동양극장으로 이적해 갔으며, 황금좌를 지나면서 그의 희극 연기는 절정에 도달했다. 그가 스스로 꼽는 대표작은 신무대 시절의 '중촌양(中村樣)'과 '폭발탕'이다.

1936년 '삼천리'와 인터뷰 내용을 참조하면, 1936년 4월 석와불은 동양극장 전속 호화선에 소속되어 '주정(酒汀) 벙거지'와 '흥부전'을 공연한 바 있다. 그 뒤 한동안 그의 소식이 묘연하다가, 인천 낙우관 전속극단 금희좌에서 그 자취를 드러낸다. 석와불은 금희좌에서 희극 배우뿐만 아니라 희극 기안자로서 활약했다. 흥미로운 것은 듀오이던 전경희와 갈라져 독자적인 활동을 벌인 점이다.

석와불의 희극 연기 및 극작 능력은 다음의 희극관 혹은 희극 연기관에서 연원한다. "다른 배우들보다도 희극배우란 관중을 웃기게 하는 데만이 생명이 잇슴으로 해서, '어떠케 하면 이번에는 전보담 더 잘 웃기게 할까?'하는 야심과 책임감에서 밤이나 낮이나, 길을 걸을 때가, 밥을 먹을 때나 언제든지, 희극적인 모든 재료를 늘상 생각해 보고 입 속으로 융월(웅얼)거려 보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러한 방식으로 관중을 웃겨 보리라'하는 창안과 연구를 배우된 사람 자신이 하게 되니까요."

석와불의 희극적 연기관은 '관객 중심'의 연기관이다. 그는 희극 연기의 요체가 관객이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데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관객이 품고 있는 욕구와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연기의 관건이라고 믿은 것이다. 또한 석와불은 다른 사람을 웃길 수 있는 조건('무기')으로 말, 표정, 동작을 꼽았고, 이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입체적인 희극 연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추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방면에 걸친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결국 노력하는 배우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석와불은 '창안과 연구'를 중시하는 배우였다. 그리고 웃음을 이끌어내는 요소들을 분별하여 이해하고 있는 연기자였다. 따라서 그는 웃음의 연원과 양태에 대해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1980년대를 휩쓸었던 코미디언 심형래 역시 창안과 연구를 중시하는 희극 배우였다.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는데, 그 도전은 때로는 무모할 만큼 과감해 보이기도 했다. 그의 영화가 우리 곁에 어떠한 방식으로 다가왔고, 또 어떠한 결과로 남던 간에, 그가 노력했고 도전했던 배우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의 모습에서 1930~4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석와불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아마 그 노력이라는 열성 자질 때문일 것이다. 그의 행운을 빌어 본다.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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