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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책과 세상 <31> 읽고 싶은 책 메모해두자

책 제목 잊어버려 못 읽는 일 없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05 20:06:1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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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메밀밭의 파수꾼' 찾아주세요." 서점에서 일하는 지인들과 만나 '기억에 남는 고객'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나온 이야기이다. 서점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이 없던 그녀는 열심히 '메밀밭의 파수꾼'을 찾아 보았으나 그런 책은 없었다.

독후감 과제를 해야 하느라 독촉하는 학생고객 눈치 보랴 책 찾으랴 허둥대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저)'과 '메밀꽃 필 무렵(이효석 저)'이라는 두 개의 제목이 떠올랐다. 이효석 단편모음집에서 '메밀꽃 필 무렵'을 펴고, '호밀밭의 파수꾼'을 들고 고객에게 내밀며 "혹시 제목을 잘못 아신 건 아닌지요?" 물었더니 원하는 책이 '호밀밭의 파수꾼'이었단다.

이런 분도 있다. "며칠 전 신문에 난 책인데, 건강에 대한 책인데, 제목이 뭐더라? 신문에 크게 났는데…." 책 제목도, 저자도, 출판사도, 그 책이 실린 신문도 아리송하지만 하여튼 신문에 크게 날 만큼 유명한 그 책을 찾아달라는 거다. 머리를 맞대고 고객과 서점직원은 지난 신문을 뒤져 이름도 성도 몰랐던, 고객이 원하는 그 책을 찾아내었다. 신문지면 하단 광고에 크게 실려 있었단다.

베스트셀러는 독자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니, 스테디셀러나 각종 매체의 리뷰를 통해 베스트셀러 외의 책과 광고까지 꼼꼼히 챙겨야 하는 것은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 중 하나다. 인터넷 검색기능이 우수하지만, 종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능력을 가지려면 컴퓨터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책공부를 해야 한다. 비슷비슷한 제목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출판계나 서점업계에서 일한다 해서 책을 모두 다 알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하는 필자 역시 책 내용을 파악하고 제목을 기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제목과 저자와 내용이 아주 그럴싸하게 뒤섞여 완전히 엉뚱한 책이 튀어나올 때도 있다. 그런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만날 때마다 기록해두는 것이 안전한 대책이다.

2011년을 준비하면서 올 한해의 일정을 챙겨줄 달력과 수첩을 마련했다. 수첩에 이름을 쓰고, 다음으로 한 일이 지난해 미처 다 챙겨보지 못했던 책제목을 2010년 수첩에서 새 수첩으로 옮겨 쓰는 일이었다. 책을 계속 읽어야 하는 일이 생활의 방편이다 보니,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신간을 체크하고, 서점에서 직접 책을 보면서 언론에서 놓친 책도 살펴보고 제목을 적어두는 일은 습관이 되었다. 제목/저자/출판사 순으로 기록한 뒤 주제분야를 꼭 써둔다. 저자나 제목만으로도 주제는 짐작할 수 있지만, 아동물인지 예술서적인지 산문집인지까지 기록해둔 그 수첩의 도서목록은 나에겐 소중한 정보가 되어준다.

토요일 신문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책들 중에서 기자들이 고심해서 거르고 선택하여 소개한 책 관련 기사를 읽어보고 수첩을 펼쳐 나만의 도서목록에 추가한다. 그 제목들을 보면 마치 예금액이 불어나는 통장을 보는 것처럼 흐뭇하다.

우리는 매순간 무엇인가 선택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넓게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선택해야 하고, 무엇을 먹어야 할지, 사야 할지, 누구를 만날지, 그리고 무엇을 읽을지도 선택해야 한다. 평소 책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게 되거나, 원하는 정보를 담은 안성맞춤의 책을 못 찾는 경우도 있다. 광고, 언론서평, 방송 등 어디서든 관심 가는 책을 보았을 때 메모를 해두면 책을 선택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올 한해를 알차게 보낼 결심으로 준비한 수첩에서 몇 페이지는 읽고 싶은 책을 적어두는 공간으로 정해두면 어떨까. 바빠서 못 읽어도 좋다. 어떤 책이 있는지 알고 있는 것과 모른 것의 차이는 크다.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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