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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의 연극이야기 <41> 연말 도미(掉尾) 공연

"연말에는 연극 한편 보며 마무리 하시라"

70여년 전 연극관람 선전하는 광고 눈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30 20:04:28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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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연으로 31일까지 MBC롯데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난타'.
12월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송년회를 핑계로 각종 모임이 이어지고,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소원하던 사람들과도 만나 회포를 푸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독에 익숙했던 사람들도 이 시즌을 혼자 지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모두 흥청거리는 분위기에 '나'만 '혼자'라는 생각은 '우리'를 은근히 슬프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송년 의미는 특별하게 여겨졌다. 많은 사람들이 한 해를 보낸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 참신한 계획을 세우곤 했기 때문이다. 물론 연극계에도 송년의 관습은 존재했다. 신무대는 1931년 12월 9일부터(10일까지) '신무대 제3회 공연 망년 최종주간'을 선포했다. 이날의 상연 예제는 '망년'이라는 특별한 의미에 담겨 포장되었고, 이를 선전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만일 滿員(만원)의 大盛況 中(대성황 중)에 신무대공연도 末年 掉尾(말년도미)의 最終週間(최종주간)을 마지하야 남은 날짜는 오즉 9.10兩日(양일)뿐 勿失此期(물시차기)"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말인 '말년도미'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말년'은 '어떤 시기의 마지막 몇 해 동안'을 가리키는 말로, 여기서는 '연말'이라는 뜻과 통한다. '도미'는 '끝판에 더욱 활약함'이라는 뜻이다. 두 단어의 뜻을 합치면 일 년의 마지막 시기에 더욱 활약하겠다는 뜻이 된다. 신무대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인 12월의 어느 주간을 '망년' 주간으로 삼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해당하는 날에 더욱 뛰어난 연극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광고로 내보낸 셈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협박(?)'성 당부도 잊지 않았다. 물실차기.

다른 극단도 비슷한 광고를 한 적이 있다. 조선연극사는 1929년 12월 29일에 다음과 같은 광고를 내보냈다. '본년 掉尾(도미)의 대흥행'. 앞에서 살펴 본 대로, '도미'는 끝에서의 활약을 뜻하므로, 이 문구의 뜻은 1929년의 막바지에서 대흥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사실 조선연극사는 1929년 12월 21일에 창립공연을 개최했으므로, 29일 공연은 2주차 공연에 불과했다. 따라서 '도미'라는 단어가 썩 잘 어울린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조선연극사는 연말 시즌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공연을 광고하고 그 의미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이런 공연 광고는 이듬해인 1930년 12월 26일부터의 공연 광고에도 나타났다. 당시 광고는 '조선연극사 年掉尾(연도미)의 대흥행'이었다(당시 광고는 한자가 잘못 기재되었지만,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도미의 뜻은 같다고 할 수 있다). 한 해의 끝에서 무언가 색다른 공연을 준비하겠다는 조선연극사의 의지가 투영된 광고문구라 할 수 있겠다. 이 날 공연은 세 작품이었는데, 그 중 두 작품이 '전원총출연'인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획공연으로서의 성격이 짙은 공연이었다고 할 수 있다.

12월이 되고 연말이 되면, 연인들끼리 혹은 가족들끼리 볼 수 있는 연극 공연이 늘어난다. 12월 24일에는 자정 가까운 시간에 개막하는 공연이 기획되는가 하면, 12월 31일에는 해를 넘기며 공연장에 머물도록 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것은 지나가는 한 해를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 근처에, 연극 한 편을 자연스럽게 추천하고자 하는 연극인들의 바람을 잘 대변한다.

특별한 날은 노동과 규칙의 세계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안식과 휴식을 주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여백의 시간이다. 이런 여유의 시간을 엘리아데는 '속(俗)'의 시간 사이에서 현현하는 성(聖)'의 시간이라고 했다. 현대인들에게도 이런 시간은 필요하다. 2010년의 마지막 날에는 '연말도미(年末掉尾)'하는 연극 한 편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배우들과 관객들과 함께 '성'의 시간을 추억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하는 제안이다.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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