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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책과 세상 <30> `나만의 베스트셀러`를 뽑자

새해엔 영혼에 남을 책과 함께하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29 20:20:2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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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맘 때면 한해 베스트셀러목록이 발표된다. 베스트셀러는 '다량의 판매부수를 가진, 많이 팔린 책'을 의미하는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그 사회·문화적 의미와 영향력이 크다. 강제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낯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는다는 점에서 베스트셀러는 그 사회의 상황을 매우 잘 보여주는 거울 같은 역할도 한다. 책을 읽는 것은 눈으로 읽고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고 생각하는, 인간이 가진 고차원 감각을 총동원하는 지적 행위이기에 해당도서가 가진 의미를 사회현실과 투영시켜 현재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대한민국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정의론 분야의 세계적 학자이자, 공동체주의론의 4대 이론가로 손꼽히는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하버드대학에서 한 강의 'JUSTICE(정의)'를 바탕으로 쓴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자유사회 시민은 타인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 자유시장은 공정한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잘못인 때도 있는가 등 우리가 시민으로 살면서 부딪히는 어려운 질문들을 설득력 있게 풀어가는 책이다.

이 책에 대한 높은 관심은 정의·도덕·윤리 등 사회 근본가치를 재조명하고 올바른 사회를 원하는 우리의 마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랜만에 인문학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인문학 도서에 독자가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출판계의 희망도 뒤따랐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받아들이는 독자의 입장도 한번 짚어보자. 베스트셀러 목록을 신뢰하는 독자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로 인식한다. 일부 베스트셀러가 양서가 아닌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우리 시대의 사회상이나 욕망, 바람이 반영된 결과로 본다.

반면 베스트셀러 목록은 출판사의 언론플레이나 광고로 만들어지며, 진정한 출판문화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보는 독자들도 있다. 이들은 우리 출판문화가 베스트셀러 지향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야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베스트셀러는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상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하는 쪽이다. 양쪽 다 일리가 있다.

필자 역시 베스트셀러에 포함된 책들을 살펴보며 두 가지 입장을 오가고 있다. 지난 십 여 년을 돌아보면 독자들의 지속적인 관심 속에서 스테디셀러로 남는 책도 있지만, 그 해 가장 많이 팔린 책 1위였으면서도 다음해는 주간 베스트목록에도 오르지 못할 만큼 관심의 거품이 꺼지고 제목조차 기억되지 못하는 책도 있다.

베스트셀러를 사회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은 전체를 바라볼 필요가 있는 매체들에게 맡겨두고, 그 목록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읽은 책들을 짚어보자. 지난 1년 동안 자신이 읽은 책 중 '내가 뽑은 베스트셀러'를 선정해보자. 통 책을 읽지 않으려던 아이를 책읽기에 빠지게 한 책, 무심코 지나던 거리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했던 책, 잊고 있던 친구를 생각나게 했던 책, 자신감을 잃고 지쳐가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던 구절을 발견한 책, 그런 책이야 말로 올해 최고의 '내가 뽑은 베스트셀러'이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읽고 있는지 그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식당에서도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데, 하물며 책이겠는가. 내 몸에 뭐가 좋은지 스스로 몸이 느끼는 것처럼, 자신의 영혼에 뭐가 좋을지 책을 보는 감각도 키워야 한다. 새해에도 책들은 쏟아져 나온다. 유명한 출판사에서 펴내는 유명한 저자의 책, 의욕으로 출발한 신생출판사에서 펴내는 신인작가와 소장학자들의 책이 함께 출간될 것이다.

언론의 관심을 받기는 하나 사실은 겉포장이 화려한 책도 있고, 단 한 줄의 서평 언급조차 없지만 속이 꽉 찬 책도 있다. 그 안에서 어떤 보물들을 발견하게 될지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책들을 보며, 내가 먼저 "이 책 올해 베스트셀러가 되겠는 걸" 하면서 미리 판단해보고 마음 속으로 내기를 걸어보는 재미가 기대된다. 그렇게 본 책이 2011년 이맘때쯤 '내가 뽑은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새해 좋은 책들과 함께 하시길 바란다.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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