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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동언 교수의 `건축, 시로 쓰다` <23> 부산전시·컨벤션 센터 (BEXCO)

덩치들의 난장, 도심에 숨통 틔운 `아트리움 미학`

아트리움- 잘 가꾸어진 집 가운데 정원을 이르는 건축 용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20 20:14:0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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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층 경쟁, 최근 도시 건물들 인간과 자연의 숨통을 죈다
- 종합전시장과 외부공간 사이에 숨 쉴 공간 마련한 벡스코의 '아트리움'
- 냉·난방으로 생기는 환경문제까지 해결

이즈음 부산 건축의 특징 중의 하나가 대규모라는 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엔간한 건물은 멀리서 혹은 하늘에서 보지 않는 한, 한눈에 들어오기가 힘들다. 건축면적, 층수가 너무 커서 요즈음 새로 짓는 건물들은 층수, 면적 면에서 더 높게, 더 크게 하는 것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보인다. 휴먼스케일을 훨씬 넘어서는 건물들, 숨 쉴 구멍조차도 없는 건물들과 도시들. 마치 너무나도 과식해 숨 쉴 구멍조차도 빼앗겨 버리고 씩씩거리고 있는 비만아의 모습이다.

서림 시인은 (숨 쉴) 구멍을 모르는 자의 최후와 구멍에 대하여 이렇게 기술한 바 있다.

'구멍을 모르는/ 구멍의 위력이라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 …사나이가/ 그저 물렁물렁해 보이기만 하는 자연 앞에서/ 외치고 있다/ 안 되면 되게 하라!//물렁물렁한 것의 위력을 모르는/ 단단한 것의 가치밖에 모르는/ 한평생 딱딱한 것의 가치밖에 모르는/…/ 자궁 같은 물렁물렁한 자연의 큰 구멍 안에다/ 마구잽이로 쇠꼬챙이 몇 개 꽂아놓고 쇠꼬챙이고/뭐든 받아주는 자연을 향해/ 돌격 앞으로! 외치고 있다.//막힌 구멍을 스스로 회복하려는/거대한 자연의 작은 꿈틀거림에/와르르 무너지고 마는/ 구멍 없고 딱딱한 것들//모든 딱딱한 것은/물렁물렁한 구멍 안에서 스러지나니./ 물렁물렁한 것들의 저항을 무시하다/ 그가 세운 쇠꼬챙이와 함께/ 땅 속 구멍으로 돌아가/ 삭아져버린 사나이가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부산전시·컨벤션 센터(일신종합설계사무소 설계+TLP·2001년 4월에 준공·이하 벡스코)는 '숨 쉴 구멍'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 건축물에서 일반적으로 느끼는 '단단함'을 지니고 있다. 심리적 혹은 물리적으로 적당한 크기 이상일지라도 우리가 답답함을 느끼는 건축이나 도시의 규모마다 '물렁물렁함'(자연)이 들어올 때 이를 비유적으로 '숨 쉴 구멍'이라 한다. 건축물의 일정 규모마다 형성되는 '단단함'을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건축적 장치 중의 하나가 '아트리움'이라고 볼 수 있다.

■ 아트리움이라는 '숨 쉴 구멍'

◀ 벡스코 내부. 이처럼 다층공간을 유리로 덮은 공공공간을 아트리움이라 볼 수 있다. 전체 건축물에 숨 쉴 공간을 제공한다. 건축사진가 조명환
아트리움이란 말이 사용된 것은 약 2000년 전부터이다. 주로 커다란 입구공간이나 건축물의 중심에 자리잡은 안마당 또는 지붕없는 공간을 이르는 말이었다. 일반적으로 아트리움은 중세성당 뒷측 정원을 말하는 건축용어로 잘 가꾸어진 집 가운데 정원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집 가운데 형성된 인공적 자연이랄 수 있다.

현대건축공간에서 아트리움의 위치는 기능체계, 동선체계, 환경체계에서 내부와 외부의 중간매체의 위치에 선다. 이로 인해 1960년대 이후의 아트리움 개념은 다층건물이 유리로 덮인 공공공간을 의미하며 대부분의 역사적 아트리움 건축물은 두 건물 사이의 안락한 완충공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겨울철은 태양열 덕분에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나 여름철에 냉방부하가 엄청나다. 이 부하를 줄이기 위해 건물과 조경이 함께하는 랜드스케이프 건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옥상조경을 통한 에너지 절약 같은 것들이야말로 물렁물렁함의 지혜이다.

나무 한 그루를 심을 땅 없어 건물만 빼곡히 들어서 있는 것, 건물이 너무 높아 숨 쉴 여지를 주지 않는 것, 휴먼스케일을 훨씬 넘어서 숨쉴 구멍조차 없는 건물들 그리고 도시들. 마치 거식증 환자가 너무나 과식해 숨쉴 구멍조차도 빼앗겨 버리고 씩씩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서 벡스코에 그나마 숨 쉴 구멍을 제공하는 곳이 아트리움이라고 볼 수 있다. 종합전시장과 외부공간 사이에 숨 쉴 공간을 벡스코에서는 '글래스 홀(아트리움)'이라 부른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마다 아트리움 혹은 글래스 홀을 두면 어떨까? 이와 동시에 여름철의 냉방 에너지 절약을 위해 건물과 조경이 함께하는 랜드스케이프 건축을 구축한다면 글래스 홀과 랜드스케이프 건축이 조화를 이루어 물렁물렁함 그자체로 갈 개연성이 생길 수 있다. 그것 또한 자연의 큰 구멍을 얻는다는 강한 이점이 있다. '…막힌 구멍을 스스로 회복하려는/거대한 자연의 작은 꿈틀거림에/와르르 무너지고 마는/ 구멍없고 딱딱한 것들//모든 딱딱한 것은/물렁물렁한 구멍 안에서 스러지나니 자연을 향해/ 돌격 앞으로 외치고 있다.…' 자연이 없었더라면 인간은 어디로 돌진했을까? 아마 죽음이 아닐까? 인간과 자연 사이의 '막힌 구멍, 그것을 뚫는다면 인간은 죽음을 모면할 것이다.

■ 낯설게 하기로 랜드마크 위상 보충

▲ 전면에서 본 부산전시·컨벤션센터 (벡스코). '단단하고 거대한' 인상의 건축물이다.
막힌 구멍을 그대로 둔다면 절멸이다. 막힌 구멍은 결국 환경문제를 불러왔고 인간, 막힌 구멍, 환경문제는 서로 연동되어 있다. 물론 빈틈없는 사나이가 그저 물렁물렁해 보이기만 하는 자연 앞에서 외치고 있다. 자연은 결코 만만치 않다.

벡스코의 글래스 홀은 랜드스케이프 건축과 병행해서 재활성화 되어야 한다. 막힌 구멍을 뚫기 위해서라도,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전통과 지역의 요소를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통과 자연 사이의 '막힌 구멍을 스스로 회복하려는 거대한 자연의 작은 꿈틀거림에 와르르 무너지고 마는 구멍 없고 딱딱한 것들'. 현대에는 모든 것들이 구멍 없는 딱딱한 것들로 바뀐다. 건축의 역사는 구멍 없는 딱딱한 것에서부터 구멍이 있는 물렁물렁한 것으로.

벡스코에서는 딱딱함과 물렁물렁함을 어떻게 건축적 장치로 만들었는가? 첫째, 글래스홀로 둘러싸인 전시장들. 이렇게 함으로써 반쯤 구멍 있는 물렁물렁한 건축물이 되었다. 내부전시장들을 둘러싼 글래스 홀은 내부공간 간에 융통성 있고 소통력이 강해 겨울철에는 외부공간으로부터 오는 엔간한 충격은 물렁물렁해 보이기만 하는 자연처럼 흡수하지만 여름철에는 딱딱함으로 변한다.

둘째, 아트리움의 외장재는 저에너지 양면강화복층유리를 사용했다. 투명유리를 사용함으로써 어떠한 곳에서든지 직간접적으로 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 저기-여기가 뒤섞여 나라는 존재는 축제의 장 곳곳에 머문다.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오갈 수 없다면 어찌 구멍있고 물렁물렁한 건축적 장치로 볼 수 있겠는가?

셋째, 약간 곡률반경을 줌으로써, 미세한 입면상의 기울기를 안쪽 내지 밖깥쪽으로 내밈으로써 전시컨벤션센터로서 조금의 낯설게 하기를 시도해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했다. 더구나 서로 통하고 조형상 한 군데도 똑 같은 데가 없다는 것은 랜드마크로서 환상적이다. 이는 자연의 구멍 있는 물렁물렁한 조형에 가까운 것이다. 자연 역시 구멍을 통하여 서로 내통하고 있지만 같은 조형은 한 군데도 없다.

■ 자연의 물렁물렁함과 복원력을

벡스코는 주변의 컨텍스트와 낯설게 하기를 시도하면서 친밀화하기를 버리지 않았다. 선 친밀화 후 낯설게하기 기법을 사용한다. 2층 복도는 이용객에게 또 다른 낯선 시점을 줌으로써 내부공간을 낯설게 하면서 동시에 활력있게 한다. 여기서 상기의 시 일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막힌 구멍에 자생력으로 되돌아오려는 자연의 복원력에 융통성 없고 복원력이 0인 인공적인 것, 즉 구멍없고 딱딱한 것들의 주인은 영원히 자연계에서 삭아져버린다. 건축적 기법을 배우는데 자연의 복원력을 활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자연의 진정한 복원력과 융통성의 활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벡스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이러한 점이다. 외부형태에서 얻는 교훈은 다양하지만 다소 딱딱한 것이 뒤편에 위치한 장산을 더욱 긴장되게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가 벡스코 내부에서 보면 장산의 물렁물렁함이 내부에 투영되어 내부공간이 더욱 더 물렁물렁해 보인다.

벡스코의 진정한 복원력과 융통성은 자연의 물렁물렁함으로부터 나온다. 자연의 그것과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랜드스케이프 건축은 자연의 물렁물렁함과 구멍에 가장 가깝지만 여전히 그것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벡스코가 그러한 차이보다 더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랜드스케이프 건축이 물렁물렁한 구멍입구에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

※ 지난주 22회 '크리에이티브 센터'기사 중 건축가 정재헌 교수의 소속은 경기대가 아니라 경희대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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