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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명품 <43> 함양 상림과 하림

신라 최치원이 조성한 '명상의 숲'… 최근 하림 복원으로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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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절 명품 숲… 함양8경 중 제1경
- 연꽃· 꽃무릇 필 땐 전국 대표적 출사지로 각광
- 산책로 4㎞…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걸려
- 음악분수대· 연리목 등 볼거리 무궁무진

빼어난 명승지라도 사계절이 고루 아름다워 세인들의 입에 즐겨 회자되는 곳은 흔치 않다.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에 자리잡은 경남 함양군 상림이 그런 곳이다. 봄의 신록에서부터 여름의 녹음, 가을 단풍, 겨울 설경에 이르기까지 계절마다 독특한 자연미를 자아내는 까닭에 '상림의 사계'는 함양 8경 중 제1경으로 손꼽힌다.

상림이 뿜어내는 '사계절 자연미'는, 1000여년 전 통일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이 함양 태수 재임시절 조성한 인공 활엽수림이 기원이란 것을 생각하면 경탄을 더하게 한다. 올해 들어 상림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최치원이 조성할 당시의 옛 모습을 거의 되찾았기 때문이다. 연꽃 필 무렵이면 전국 사진작가들이 만사 제쳐놓고 달려온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더 잦아진 것은 물론이다. 상림이 어떻게 달라졌기에 이럴까. 상림의 변모상 속으로 걸어들어가 보자.

■ 하림 복원…천년 전으로 돌아간 상림

   
상림과 하림숲 산책로를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이곳은 함양 8경 중 제1경으로 손꼽힌다.
현재의 상림은 함양읍 서쪽 위천 둑을 따라 길이 1.6㎞, 너비 80~200m의 부지에 120여종 2만여 그루의 활엽수가 숲을 이루고 있지만 1000여년 전에는 이보다 훨씬 울창했다. 최치원이 인공숲을 조성할 당시에는 위천이 함양읍 중앙을 흐르고 있어 홍수 피해가 심했다고 한다.

최치원은 둑을 쌓아 강물을 지금의 위치로 돌리고 강변에 나무를 심어 홍수 피해를 막았다. 천연문화재 제154호로 보호되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숲, 상림은 그렇게 탄생했다.

최치원은 인공숲을 만든 뒤 대관림이라고 이름지었다. 그후 중간 부분이 파괴되어 지금같이 상림과 하림으로 갈라졌고, 1970년대 하림에 군부대와 취락이 들어서면서 원형이 훼손된 뒤 느티나무 몇 그루만 남았다.

상림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05년 함양군이 하림 복원에 나서면서부터다. 복원은 옛 하림지역의 12만4111㎡에서 2009년까지 5년 공정으로 진행됐다. 이 사업에 141억 원이 투자됐다.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느릅나무, 자귀나무, 서나무, 목련…. 하림에는 상림과 유사한 수종의 활엽수를 2m 이상의 대형목만 골라 심었다. 공사가 완료되면서 상림은 '사계절 낭만의 숲'으로, 하림은 '야경이 아름다운 숲'으로 거듭났다.

   
상림과 하림숲 속의 일명 상사화라 불리는 꽃무릇.
하림 복원과 함께 상림과 하림에 관광객들의 편의와 볼거리를 위한 다양한 시설물도 설치됐다. 상림과 맞닿은 곳에 있는 7㏊ 규모의 연꽃단지가 대표적이다.

연꽃단지는 수려한 아름다움으로 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의 발길을 유혹할 뿐 아니라 연뿌리와 연잎 생산을 통해 상당한 수익도 창출해 함양군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강명수 함양군 문화관광과장은 "처음 0.5㏊에 시범적으로 연꽃단지를 조성한 결과 관광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연차적으로 규모를 확대했고, 연꽃 종류도 백련 위주에서 탈피해 황련, 홍련, 분홍련 등 품종을 다양화했다"고 설명했다.

꽃무릇단지도 인기다. 함양군이 수년 전부터 상림에 꽃무릇 30만 포기를 심어 가꾼 곳이다. 꽃무릇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은 사운정 주변으로 실개천에 투영된 꽃이 환상적인 자태를 연출하면서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작가들의 카메라 세례가 많은 것은 물론이다.

청춘남녀가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슬픈 꽃말을 가진 꽃무릇은 꽃말처럼 가냘프면서도 깜찍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100년 된 느티나무와 서어나무가 한몸으로 자라는 연리목도 남녀 간 사랑을 맺어주는 상서로움으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 문화·휴식공간으로 각광

   
상림숲 인근에 조성된 연꽃 단지.
숲을 일주하는 산책로도 일품이다. 산책 코스는 사운정에서 함화루를 돌아 맨 위쪽에 있는 물레방앗간까지 간 다음 상림 바깥쪽의 역사인물공원을 둘러본 뒤 되돌아오면 된다. 산책시간은 1시간가량. 최첨단 음악분수대는 상·하림의 자연미 감상에 리듬을 불어넣는 감초같은 이색 볼거리다. 9억3500만 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음악분수대는 바닥분수, LED조명시설, 음향시설에다 상림산책로 4km 구간에 101개의 스피커를 설치해 만들었다.

이밖에도 하림에는 함양토속어류 생태관과 하림정, 공원의 중앙을 관통하는 계류, 궁궐모양의 어린이 놀이터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즐비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서거 전 이곳을 찾아 둘러보곤 봉하마을에도 이곳과 같은 공원이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이곳에서 전국의 시인 100여 명이 모여 지리산 문학제를 열었다.

또 전국의 수필가들이 참가한 수필의 날 행사도 개최됐다. 경남예술한마당큰잔치가 야외공연장 특설무대에서 열려 경남팝스오케스트라, 풍물패 소리바디, 경남춤서리무용단 등 경남을 대표하는 공연예술단'체와 크로스오버 현악팀 일렉쿠키'가 퓨전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숲속에서 펼쳐지는 노래와 춤은 관광객과 문화예술 애호가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이런 문화행사가 가능해진 것은 2만6000㎡ 규모의 잔디 야외광장과 야외무대를 조성, 실비를 받고 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문화예술단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365일 언제든 문화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 이 바람에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이나 축제 등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열려 문화 명소로 자리잡았다.
함양군은 지난해 3월부터 270억 원을 들여 이곳 인근 1만7299㎡의 부지에 지난 2009년 3월부터 문화예술회관과 공립박물관, 종합사회복지회관 등 문화기반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이들 시설이 완공되는 내년 4월이면 상림은 명실상부한 문화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 강명구 함양군 문화관광과 과장

- "하림숲 복원된 후 더 많은 관광객들 찾아"

"하림숲이 복원되고 주변에 볼거리가 조성된 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함양군 강명구(53·사진) 문화관광과 과장은 하림숲 복원 당시 재난관리과장으로 사업을 진두지휘했고, 현재는 문화예술회관 등 숲과 연계한 문화기반시설 건립 공사를 맡고 있다.

그는 하림숲 복원 과정에서 보상작업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복원 부지 대부분이 논밭 등 사유지였어요. 지주들이 시가의 2~6배에 달하는 보상금을 요구하는 바람에 책정된 보상금 33억 원으로 보상하느라 지주들의 집을 수십 차례 방문했습니다."

보상 후엔 복원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5t 트럭 35만5000대분의 흙을 싣고와 성토를 한 뒤 군민들이 나서 100여 가지의 나무와 100여 가지의 화초를 직접 심었어요."

이렇게 심은 나무가 1만2373그루나 된다. 숲 인근에 만든 연꽃단지도 자랑거리다. "연꽃 종류의 다양성에서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전국 다른 연꽃단지와 달리 연꽃이 피는 7~8월에 땡볕이 아닌 그늘에서 꽃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어요."

그의 연꽃단지 자랑은 끝날 줄 몰랐다. "동양연, 서양연, 한대연, 열대연, 큰연, 작은연 등의 연꽃들이 7㏊를 채우고 있어 징검다리와 곡선의 동선을 따라 걸으며 갖가지 표정을 짓고 있는 연꽃들을 감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극락정토가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특히 밤에만 꽃이 피는 까닭에 '밤의 여왕'으로 불리는 빅토리아연꽃이 필 때면 신비한 자태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모여든다. 그는 숲속에 가설된 다리 '운학교'도 빠뜨리지 않았다. 길이 7m, 너비 4m로, 국내 최대 화강암 원석으로 제작된 운학교는 1100여년 전 고운 최치원 선생이 5㎞에 이르는 대관림을 조성한 뒤 신선이 되어 학을 타고 승천했다는 전설에서 이름을 따왔단다. 운학교 아랫부분에 음각된 11마리의 학은 함양군의 11개 읍면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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