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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大 트레일을 연다 <13> 서생포~기장~오륙도(약 54㎞)

[창간 63주년 특집] 통일전망대 ~ 부산 650㎞

해파랑길의 끝 오륙도, 남해 대트레일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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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행전용 명선교…임진왜란 외교전 벌인 서생포 왜성 자취 이어 해맞이 명소 간절곶

- 고산 윤선도 유배지, 죽성 두호마을, 해동용궁사·고리원전
- 역사·문화·과학의 고장, 기장군까진 한달음

- 이기대 해안길, 절경 취해 걷다보면 대장정 마무리

온산공단을 도망치듯 벗어나니 울주군 서생면이다. 회야강의 서생교를 건너자 강 하구에 늘씬한 다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보행전용교인 명선교다. 길이 145m, 폭 4.5m, 높이 17.5m로 규모가 만만치 않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발상일 것이다. 주민들을 위한 것이든,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든, 이런 보행전용교를 세웠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자동차를 배제하고 순전히 사람만을 위한 다리가 360만 대도시 부산 어디에 있던가.

■서생포 왜성과 사명당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의 해안 산책로.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다.
서생포에서는 봐 둬야 할 유적지가 있다. 서생포 왜성이다. 임진왜란 발발 직후인 1593년(선조 26)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쌓은 성이다. 성 둘레가 4.2km, 면적이 15만1934㎡다. 회야강 포구를 끼고 사방이 훤히 트인 요지에 자리했다. 산정에 내성을 쌓고 동쪽 경사면을 이용해 2단, 3단 부곽(副郭)을 두었다. 성 가운데에 높이 5m의 천수대(지휘소)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서생포 왜성은 일본의 3대 성 가운데 하나인 구마모토성보다 14년이나 앞서 축성됐다. 그 때문인지 일본인들의 방문이 잦다. 현장을 안내한 이승희(41) 울산문화관광해설사는 "일본 전문가들이 와서 실측을 해 갔고, 일본 관광객들이 찾아와 그들 선조의 자취를 더듬곤 한다"면서 "보기에 따라 수치의 흔적일 수도 있지만 시야를 넓혀보면 역사의 교육장이 된다"고 했다.

서생포 왜성은 임진왜란 때 사명당과 가토 기요마사와의 외교 담판이 벌어진 곳이다. 1594년 4월부터 시작된 가토와의 회담은 4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이들의 회담은 조선의 운명을 건 외교 담판으로, 임진왜란 최고의 외교전이었다. 사명당은 가토와 회담하는 과정에서, 일본과 명나라가 조선의 8도 중 4개 도를 일본에 넘긴다는 계책을 간파한다. 사명당은 가토의 경쟁자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라는 것을 알고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 대한 충성 경쟁을 역이용, 적정 분열을 유도한다. 사명당이 일본측의 의중을 간파하지 못했다면 400년 전에 한반도는 두동강이 날 뻔했다.

서생포 왜성의 남문에 기대어 동해를 굽어보니 진하(鎭下) 일대의 해안이 한눈에 들어왔고, 멀리로 대마도가 가물거렸다. 진하 해수욕장에서 서생포 왜성까지는 걸어서 20여 분. 왜성을 한 바퀴 돌아나온다 해도 1시간이면 족하다.

■간절함에 닿는 곳

   
울주 간절곶의 소망 우체통.
진하 해수욕장을 나와 송정마을- 솔개마을- 대송방파제를 지나면 간절곶에 닿는다. 송정마을 인근엔 옛 해안초소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초소길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 간절곶 입구에는 가수 김상희의 '울산 큰 애기' 노래비가 서 있다. '내 이름은 경상도 울산 큰애기~'하는 가사에 경상도 정서가 절절히 녹아들어 있다.

간절곶(艮絶串)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곳이다. 홍보 문구가 걸작이다.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 나지막한 해안 언덕을 배경으로 한옥형 등대와 각종 조형물이 즐비하다. 바다는 말그대로 일망무제. 끝간데 모를 이쪽 저쪽을 보노라면, 지구가 왜 둥근지를 알게 된다. 등대를 마주보고 선 소망우체통은 개인이나 가족에게 소망과 간절함을 띄우는 발신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우체통이 너무 커서 전체 조화를 깨뜨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간절곶 한쪽에선 현재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이 촬영되고 있다. 간절곶 해안길은 대송리(평촌마을)→나사리→신암리→ 신리까지 이어지고, 신리교차로에서 고리 원전 우회 국도와 연결된다. 드디어 부산권이다.

■굽이굽이 기장 해안길

   
회야강 하구의 보행전용 명선교.
동해 대트레일의 종착지가 가까워진다. 기장에 발을 들였으니 9할 이상을 내려왔다. 부산 구간은 부산시와 (사)걷고싶은부산이 해안 갈맷길 700리를 개척하는 중이라, 크게 헷갈릴 곳은 없다. 일부 단절(우회) 구간과 사유지 몇곳이 해결 과제로 남았다.

기장은 동해안 별신굿의 본무대이자, 해동용궁사, 해광사, 국립수산과학원, 그리고 황학대, 삼성대, 시랑대 오랑대 등을 안고 있는 역사 문화 과학의 고장이다. 포구만도 17개에 이른다.

고리원전을 지나면 월내 삼거리다. 월내항→임랑→칠암→온정마을을 지나면 일광까지 줄곧 해안길이다. 임랑 해변에는 가수 정훈희가 운영하는 '꽃밭에서' 카페가 있다. 차 한잔 하고 지나가고 싶은 곳이다.

일광~죽성리 구간은 기장군청 쪽으로 대폭 우회해야 한다. '신앙촌'이 해안길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성 두호마을은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가 됐던 곳. 월전리를 지나 호젓한 해안길을 걷다보면 대변항이다.

해광사에서 오랑대를 돌아나와 동암포구에서 국립수산과학원 담장길을 따라 해동용궁사에 이른다. 고려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이 창건한 해동용궁사는 수상 법당 등으로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용궁사 앞에 기장팔경의 으뜸이라는 시랑대(侍郞臺)가 있으나 찾기가 쉽지 않다. 시랑대 길은 기장 해안길의 백미. 특히 공수포로 이어지는 숲길이 좋다. 공수마을에서 송정까지는 한달음이다.

■동해 대트레일의 종점, 오륙도

   
송정에서 해운대 3포(구덕포-청사포-미포)를 따라 달맞이 고개를 넘는다. 달맞이 산책로(2.2㎞)는 해운대구에서 '문탠로드'란 별칭으로 브랜드화 한 곳. 달빛 교교한 밤에 걸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꽃 피는 동백섬'을 한바퀴 돌아나온다. 마린시티-센텀시티 빌딩숲을 끼고 수영2호교를 건너면 민락수변공원이다.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항시 젊음의 물결이 넘실댄다. 동생말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이기대 해안길로 접어든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어느새 오륙도 다섯 섬 혹은 여섯 섬이 길손을 맞는다. 동해 대 트레일(해파랑길)의 종착지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부산 오륙도까지 장장 650㎞(문화체육관광부는 688㎞로 규정)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곳이다.

오륙도는 국가지정 명승(名勝)이면서 부산을 상징하는 자연물이다. 부산 남구 용호동의 승두말에 서면, 당당하게 터잡고 대양을 호령하는 오륙도를 마주하게 된다. 오륙도가 동해·남해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러니 무엇인가. 동해 대 트레일의 끝은, 남해 대 트레일의 시작이 아닐텐가.
# 해파랑길 조성 어떻게

- 국가탐방로 프로젝트, 부산 오륙도~강원도 고성
- 동해안 688㎞ 거리, 대학생 탐사대 모집 중

동해안은 문화, 생태, 관광자원의 보고다. 한국인들이 '가장 떠나고 싶은 여행지 1순위'로 꼽히기도 한다. 동해를 만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도보여행, 즉 걷는 것이다.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해파랑길 조성사업'은 동해안을 짜임새있게 모두 걷게 하는 국가탐방로(national trail) 프로젝트다. 거리가 장장 688㎞,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총 40개 구간을 아우른다. 전체 구간을 답파할 경우 약 30일 걸린다.

문화부는 올 연말까지 해파랑길이 지나는 4개 광역시도 및 18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결성해 트레일 조성과 향후 운영·관리 등을 논의키로 했다. '해파랑길 대학생 탐사대'도 모집 중이다. 탐사대는 4개조 각 3명씩 12명으로 구성되며, 내달 중순부터 내년 3월까지 해파랑길의 세부노선 검증 및 지역 스토리 발굴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모집 12월 7일까지, 문의 02-3704-9736).

해파랑길 조성사업 업무를 맡고 있는 문화부 홍성운 사무관은 "내년에는 우선적으로 안내체계(안내판, 유도 사인, 지도제작 등) 설치와 지역 스토리텔링 발굴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국비·지방비 44억 원이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시·종점 및 주요 도시에 들어설 안내센터도 관심사다. 홍 사무관은 "부산 오륙도와 강원도 고성에 종합안내센터를 만들고, 각 시도별 거점에 안내센터를 둘 계획"이라며 "가급적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산 남구청 주태철 기획감사실장은 "오륙도 앞에 들어설 종합안내센터는 상징성이 큰 국가탐방로 센터가 돼야 할 것이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을 희망했다.

해파랑길은 오는 2014년까지 연차적으로 조성되며, 문화부는 총 17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제신문·(사)걷고싶은부산 공동기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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