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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있다, 부산문화의 길 <9> 해양유물 수집가 전우홍 씨와 함께한 바다 체험

돛단배는 잔잔한 파도 속으로 … 푸른 바다는 가슴 속으로…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0-11-23 21:23:0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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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광돛배달리기대회…바다를 즐기는 민간인들 십시일반 자비들여 개최
- 부산이 아니고서는 찾아보기 힘든 잔치

- 전 씨의 목선 '초풍호' 옛 배 모습 오롯이 간직, 해양문화 전파역 톡톡히
- 모아둔 유물 자료 활용, 전시관 만들려는 계획

- 시민 참여 이끌어낼 구체적 해양마인드 부족
- 구호로만 접근 벗어나 바다를 일상의 삶 속에 찰랑거리게 만들어야

이 취재는 광안대교 바로 밑의 바다에서 길이 6.1m의 무동력 돛단배 초풍호 위에서 약 3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그 배의 이름은 '초풍호'. 옛날 어민들을 태우고 가까운 바다를 누비던 황포돛단배가 그 원형이다.

지난 13일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제14회 오광돛배달리기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부산의 요트동호인들이 2004년부터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매년 두 차례 씩 펼치고 있는 독특한 요트대회다. 철저히 자발적이며 오로지 바다를 즐기는 데만 목적이 있을 뿐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아마 이 같은 형식의 민간 요트경주대회는 부산이 아니고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 7년 동안 이어진 독특한 돛배달리기대회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해양유물수집가 전우홍 씨가 전통 목선인 초풍호의 노를 젓고 있다.
오광돛배달리기대회는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행사가 임박하면 요트동호인들의 인터넷게시판에 대회를 공고한다. 이를 본 동호인들은 참가신청서를 낸다. 이들은 자비를 들여 대회에 참가한다. 뿐만 아니라 대회 수상자들에게 줄 상품까지 스스로 십시일반 가져온다. 소주 1박스를 상품으로 가져오는 배도 있고, 요트를 즐기는 데 필요한 각종 용품을 가져오기도 한다. 현금을 상품으로 내걸기도 한다. 그리고 대회 당일이 되면 수영만요트경기장을 출발해 광안대교 밑에 모인 뒤 오륙도를 향해 출발한다. 오륙도를 한바퀴 돌아들어오는 것으로 수상자를 가린다. 오륙도의 첫 글자를 따서 '오', 광안대교의 첫 글자를 따서 '광', 그래서 오광돛배달리기대회다.

이 독특한 대회를 만든 주역 중 한 명이 바로 부산에서 해양유물수집가로 독보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우홍(55) 씨다. 미해군 해상수송사령부 작전과에서 수송선박 담당관으로 일하면서 지난 30년 동안 전국의 바닷가를 누비며 해양유물을 모으고 부산에서 해양문화를 싹틔우는 일을 해온 전 씨는 오광돛배달리기대회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덮치면서 계류돼 있던 배들이 크게 파손됐습니다. 동호인들끼리 모여 피해를 수습하고 수리하느라 힘을 모았어요. 그 작업을 함께 하면서 저를 비롯해 몇 분이 제안을 하게 됐죠. 서로 돕느라 고생도 많이 했는데 이를 계기로 요트경기대회를 열자. 순수하게 자발적인 대회로 가꿔보자. 규모가 웬만한 요트경기대회는 한 번 하는데 비용이 많게는 수억 원까지 듭니다. 바다를 낀 전국지자체에서 요트경기를 곧잘 열지만 역사가 오래된 대회를 찾기 힘든 건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오광돛배달리기대회는 그런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아요. 오히려 서로 십시일반 상품과 협찬금을 내가면서 배를 달리지요." 전 씨는 "요트라 하면 거리감을 느끼는 시민도 있을 수 있는데 부산시요트협회 등을 거치면 손쉽고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광돛배달리기대회에는 모두 29척의 배가 참가했다.

제14회 대회가 열린 지난 13일 초풍호는 경주의 시작을 알리는 징을 치고 반환점을 돌아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배들의 시간을 측정하는 행사관리선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 초풍호에도 독특한 사연이 있다.

■ 바다를 체험하는 길이 더 넓어져야

지난 13일 광안대교 밑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제14회 오광돛배달리기대회 참가 요트들.
"전국 바닷가로 해양유물을 모으고 해양문화의 콘텐츠를 채우기 위해 다니다 보니 우리 전통이 깃들어 있는 옛 목선을 만들 수 있는 배목수들이 세월이 조금만 지나면 모두 사라지게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전 씨는 그때부터 마음이 급해졌다. 우리 전통의 옛날 배가 모두 사라지고 없다면, 아무리 해양문화를 강조하고 해양입국을 외쳐봤자 그 내용은 크게 허전해질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해양유물수집 여행길에 다시 나섰을 때였습니다. 전남 여수시 화양면 장등해수욕장 초입의 고구마밭에서 전통 목선인 잔배(작은 배)를 발견했어요. 수소문 끝에 잔배를 여전히 만들고 있는 김대현 목수를 만난 것이죠. 그는 지금까지 잔배 200여 척을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더 미룰 수가 없었어요. 김 목수에게 부탁하고 저는 저대로 자비를 들여 잔배를 만들었어요. 그것이 초풍호입니다. 1996년이었습니다." 초풍호는 그 뒤로 부산에서 열리는 해양문화 관련 행사에 전시되거나 실제로 항해에 나서 우리 옛 배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확인시켜주는 등 활약을 톡톡히 했다. "저는 이 배로 부산에서 속초까지 다녀온 적도 있고 장보고축제가 열린 완도까지 두 번 왕복하기도 했습니다."

경북 영주가 고향인 전 씨는 학창시절 수학여행 때 바다란 것을 처음 봤을 정도로 바다와는 큰 인연이 없이 살았다. 그러다 1975년 제주대 어로학과에 진학하면서 인생이 바뀌었고 '온통 바다'인 삶이 시작됐다. 군대도 해군 ROTC로 갔다왔다. 제대 뒤 1981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제주도에서 요트 관련 사업을 시작했을 정도로 그는 바다에 대한 관심이 깊었는데 이후 한국에 주둔하는 미해군 관련 일을 하는 직장을 갖게 되면서 본격적인 해양유물 수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지금까지 순수 해양유물 1000점, 주로 일제시대에 나온 사진 관련 엽서 500여 장, 그외 항구나 해양관련 자료 파일 4000점을 수집했다. 이는 부산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개인이 해양 관련 유물을 모은 것으로는 유례가 없는 규모다.

그 과정에서 그는 부산의 바다에 옛 선박을 끌어와 해양유물전시관으로 만들려던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행정기관의 이해 부족 등으로 실패해 금전적 손실을 보는 등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그런 전 씨에게 자신의 노력으로 복원해 낸 초풍호는 무척 소중한 존재다.

■ 국립해양박물관 조성 등 잘 활용해야

바람이 불고 물살이 오르내릴 때마다 따라 흔들리던 초풍호 위에서 그는 '해양문화의 도시 부산'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부산은 '해양수도'를 표방하는 도시입니다. 해양문화에 대해 관심이 높아야 하고 시민들의 참여도 이끌어내야 하지요. 하지만 여전히 '해양마인드'는 모자란 것 같습니다. 해양문화를 어떻게 진작시킬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기 보다는 피상적인 구호로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어요."

그는 "무엇보다 시민의 삶 속에 바다가 다양한 형태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 가까이에 바다가 다가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됐을 때 부산 문화의 정체성을 더 확실히 다질 수 있어요." 부산의 문화는 어떤 게 있느냐고 물었을 때 바다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부산 문화를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해양문화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깊이 있는 도시로 자리매김한다면, 바다는 부산을 살리는 훌륭한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이 바다와 해양문화가 시민 삶 속에 가까이 들어오는 일인데, 초풍호를 복원해서 시민에게 보여주고 오광돛배달리기대회를 자발적인 행사를 끌고 가는 것도 그런 뜻인 셈이다.

그는 영도에 들어설 예정으로 현재 조성사업이 한창인 국립해양박물관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면서 비판과 관심과 도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양유물과 관련해 국립해양박물관 조성에 참가하고 있는 분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바다문화, 해양문화가 갖는 독특한 특징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보다, 기존의 역사학이나 민속학의 기준을 해양유물에 그대로 들이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좀 더 창의적이고 다채롭고 특징이 있는 박물관이 되도록 인식을 틔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는 "지금 주택가의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해양유물과 초풍호 등의 자원을 활용해 시민들이 해양문화를 가깝고 친숙하게 느끼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흔들리는 초풍호 위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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