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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미국에서 본 세계경제, 부산경제 <13> 미국에서 본 한국, 한국경제

한국경제 자랑스러운가, 한 나라의 국격은 문화 등 '소프트 파워'가 결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21 20:22:0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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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와 경제성장, 해외서 잇단 찬사… 우쭐해도 좋을까
-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내 한국관은 중국·일본에 비해 너무 초라해
- 코리아타운도 마찬가지

- 한국에 대해 미국인들 무관심
- 갤럭시 탭에 대한 악평과 험담, 오히려 반가워
- 부산의 품격은 국제영화제와 같은 문화적 요소와 유기적 결합이 살길

■두 종류의 찬사

뉴욕의 코리아타운 전경. 차이나타운이나 리틀 도쿄보다 규모가 작다.
"지금 당신은 싸구려 차를 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편의장치를 갖추고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차를 구입하려는 것입니다. 우리가 테스트해 본 현대와 기아의 모든 신형 모델들은 과거에 비하여 아주 좋아졌고, 다른 차에 비하여 정말 정말(really, really) 경쟁력이 있습니다."

미국 컨슈머 리포트지(Consumer Reports)의 자동차 테스트 담당 총 책임자인 데이비드 챔피언(David Champion) 씨가 뉴욕타임즈 독자들에게 털어놓은 말은 이처럼 거침이 없다. 컨슈머 리포트지의 말이라면 미국인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만큼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의 품질을 철저히 검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한국 차는 토요타를 넘어 BMW를 넘본다(Hyundai Took on Toyota, Now for BMW)'는 뉴욕타임즈 자동차 특집판의 헤드라인은 단순한 사탕발림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면 어느 전직 대통령의 말처럼 '아, 우리가 여기까지 왔습니까?'라는 말을 해야 할까?

"한국이 아직 성숙한 국가가 아니고 한국보다 더 발전한 일본을 따라가기 바쁘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1970년대의 이야기일 뿐 더 이상은 아닙니다. 한국의 성공은 민간의 기업가 정신, 혁신 그리고 고품질의 제품에 힘입은 바 큽니다. 한국의 경우 안정적인 정부와 민간부문의 균형 잡힌 관계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을 만들었습니다." 프랑스의 기소르망(Guy Sorman) 교수는 영국의 가디언(guardian)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처럼 한국을 치켜세웠다. 사실 다소 한국에 호의적인 그의 평소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평가에 기분이 나쁠 이유는 없다. 더구나 G20 개최에 다소 들떠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런 석학의 찬사는 금상첨화다. 그래서 우리가 이제 조금 우쭐거려도 되는 것일까?

■아시아의 세 나라

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내의 초라한 한국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뉴욕 센트럴 파크의 동쪽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뉴요커들의 끔직한 사랑을 받는다. 마치 애완동물처럼 이 박물관을 '드 메트(The Met)'라고도 부른다. 예술품의 소장 규모로 치면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다음 간다. 혹자는, 런던의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 : 이것을 대영박물관이라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을 루브르 박물관에 버금가는 것으로 여기지만, 영향력과 규모면에서 메트에 살짝 못 미친다. 이 박물관 3층에 가면, 참으로 신기하게도 한국관, 중국관, 일본관 등 아시아 3개국 미술품들만을 별도로 전시하는 장소가 있다. 왜 하필이면 아시아 세 나라만 있을까?

아시아 세 나라? 아니다. 중국과 일본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한국이 그 가운데 살짝 끼어든 것에 불과하다. 한국관에 전시된 미술품은 그 규모와 가치에 있어서 중국이나 일본과 '게임'이 안 된다. 정말 너무 초라해서 차라리 눈을 감고 싶다. 그나마 그 미술품도 한국재단(Korea Foundation)과 이건희 펀드(The Kun-Hee Lee Fund for Korean Art)의 도움으로 마련한 것이라 한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미국에서 한국의 위상이란 이 메트에서의 한국관 처지라고 보면 틀릴 게 없다. 우스운 말이지만 5번 애비뉴(5th Avenue)와 32번가(West 32st Street)에 걸쳐있는 뉴욕의 코리아타운마저, 차이나타운이나 리틀 도쿄보다 규모가 작아, 마치 시골의 작은 간이매점을 떠올린다.

한국 자동차. 약진하고 있는 것이 맞다. 현대와 기아차는 올해 9월까지 미국에서 67만 8000여 대를 판매했다. 미국시장 점유율도 작년보다 0.9% 포인트 높아져 사상 최고인 7.9%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뒤 최초로 닛산의 점유율(7.8%)을 제쳤다. 미국이 어리둥절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은 늘 뒤쳐져 있던 학습지진아가 좋은 성적을 기록하니 '왠 일이야'하고 놀라는 것에 불과하다.

기소르망의 찬사. 그런 말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의 글은 한국을 칭찬하는 글이라기보다는 일본의 분발을 촉구하는 성격이 강하다. 제목마저 '일본의 위험한 탈 글로벌의 꿈(Japan's dangerous deglobalized dream)'이다. 게다가 그의 글은 은근히 중국에 대한 경계를 깔고 있다. 일본이 분발하지 않으면 아시아는 다시 중국제국(Chinese empire)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기조에 G20을 개최하는 한국을 슬쩍 치켜세운 것에 불과하다. 미국이건 유럽, 어디에서건 한국은 그 자체로 관심과 흥미의 대상이 되지 않고 중국과 일본의 문제에 부속되는, 곁가지로 붙어가는, 두 번째 부류에 불과하다.

■한국과 한국 경제의 이미지

"지금 이 지구상에 런던이나 동경처럼 '쿨'한 곳은 없다. 하지만 한국의 서울이 미래의 도시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은 일 년에 2300시간을 일한다. 어떤 선진국들보다 더 많이 일한다. 그러면서도 이 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자랑한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존 보위(John Bowe)가 최근 서울을 여행한 뒤 남긴 가장 대표적인 인상 두 가지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도시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 강할까? 미안하지만 후자다. 경제적으로는 발전되었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역사는 '끝없이 무엇인가를 뜯어 고치고, 쫓기듯 스스로를 바꾸는 과정 (an endless process of hasty repair and urgent self-transformation)'에 불과하다. 그러니 그에게는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그 경제에 합당한 문화적 가치 혹은 여유가 수반되지 않으면 잘 살아도 잘 사는 것이 아니다.

미국 사람들은 사실 한국을 잘 모른다. 터무니없는 일이지만 한국에서 왔다면 반드시 돌아오는 질문이 '남쪽 혹은 북쪽?'이다. 그나마 이것은 나은 편이다. 한국이 남한과 북한의 두 나라로 갈라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도 사실 미 동부의 지식인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한국 차는 미국에서 많이 팔면서, 왜 미국차는 한국에서 못 팔게 하지?' 혹은 '우리도 먹는 쇠고기를 왜 수입금지하지?' 하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또, 미국의 식당이나 고급 호텔에서 삼성과 LG의 TV를 보면서 우리는 자랑스러워할지 모르나 의외로 이들이 일본 기업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관심과 무관심

미국과 미국 사람은 일반적으로 한국에 대해 관심이 없다.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것처럼 좋은 감정이나 나쁜 감정이 바로 표시되지 않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비난이 더 반가울 때도 있다.

삼성이 최근 미국에 출시한 7인치 짜리 갤럭시 탭에 대해서 IT정보 사이트 기즈모도(gizmodo)는 '최악의 태블릿과 최악의 전화가 결합된 사악한 타협의 쌍둥이'라는 좀처럼 보기 드문 악평을 쏟아냈다. 애플에 호의적인 매체라는 점에서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갤럭시 탭에 대해서 '미국에 도착하자말자 사망선고를 받을 것 (Dead on Arrival)'이라고 험담을 한 뒤라는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미움이 밉지가 않다. 역설적으로 삼성의 갤럭시 탭이 그만큼 위협적이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가 만만하지 않고 자신에게 위협적이거나 정말 대단한 경쟁상대라는 생각이 들 때만 이렇게 반응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이 애플의 확고한 경쟁상대로 떠 오른 것은 틀림이 없다.

미국 최대의 통신사 브라이존(Verizon)에서는 이 갤럭시 탭의 출시를 광고를 통해 요란히 알린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이것이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정보는 찾을 길이 없다. 이런 갭이 한국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 일 수 있다.

■국격 그리고 부산의 품격

김기홍 부산대 교수·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환교수
G20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의 국격을 높였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G20회의는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수단이 아니라, 높아진 국격을 확인하는 수단 혹은 장소가 되어야 한다.

세계 13위의 경제대국. 자랑할 만한가? 어느 면으로서는 그렇다. 하지만,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한 나라의 이미지와 가치 그리고 품위는 GDP와 같은 경제적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얼마나 배려하는지, 경제가 역사 문화와 얼마나 균형을 이루는지, 세계 다른 나라와 어느 정도 조화롭게 공존하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게 조셉 나이(Joseph Nye)가 말한 소프트 파워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게 국격을 결정한다.

도시의 품격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부산을 보면 이 작은 도시가 살아나갈 길은 '품격과 자존' 이 두 가지 길 밖에 없는 것 같다. 기를 쓰고 발버둥쳐야 근처의 울산이나 수도권의 GRDP를 따라갈 수 없다. 대신 소프트 파워를 확충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품격을 높이고 그것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하드웨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소프트 파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것은 길 거리에 휘날리는 가화(假花)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선 해안선을 시민과 방문객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재정상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해안선을 철벽같은 콘크리트 괴물이 점용하도록 허용하는 도시는 발전할 수 없다.

행인지, 불행인지 이 도시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는 참으로 황금 같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을 다른 문화와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이 도시가 산다. 뉴요커가 메트라고 애칭하는 그런 미술관, 박물관이 부산에 하나쯤 있어야 한다. 이것이 두레라움과 유기적 결합을 한다면 부산은 '아름다운 문화와 바다의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부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과 행복을 끌어당기는 품격의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꿈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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