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바다에 있다, 부산문화의 길 <6> 바다를 그리는 사람들

곁에 있어 늘 보는 부산의 바다, 화폭에선 `천변만화`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0-10-19 20:07:1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 휘감고있는 바다…작가에게 창작 영감, 작품 소재로 매력적, 화가에겐 더없는 행운
- 어떤 이는 고독으로 어떤 이는 희망으로…저마다의 느낌 살려 회화로 형상화 작업
- '바다를 그림으로' 예술작업 늘어 날때 새로운 도시이미지 창출에도 한몫할 것

오는 11월 바다그림으로 개인전을 여는 전미경 화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언필칭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예술가들은 자연스레 바다를 소재나 주제의 원천으로 삼아왔다. 그 중 표현방식이 가장 직접적이고 뚜렷한 장르는 미술이다. 문학은 문자라는 매개체를 거쳐야만 하고, 연극이나 춤 등 공연예술은 무대라는 단계를 밟아야만 하는 반면 미술, 특히 회화는 이미지를 직접 그려내고 이를 통해 주제의식을 바로 눈앞에 펼쳐보이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기준으로 살피면, 부산 미술은 확실히 바다와 친숙하다. 지난해 9월 이후 최근 1년 사이 부산의 갤러리에서 열린 바다 관련 전시는 '내 마음의 바다풍경전'(2009년 3월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부산수채화협회) '블루 오션전'(지난 3월 갤러리 이듬) '시 인사이드전'(지난 3월 김재선갤러리) '바다愛전'(지난 8월 신세계 센텀시티 갤러리) 등 10개 가량 꼽을 수 있다. 사실상 다달이 어딘가에서는 열리고 있었던 셈이다.

바다 관련 기관이 장기기획으로 장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부산수채화협회 양홍근 회장의 설명이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의 요청으로 지난 3년 동안 그곳 전시실에서 바다 수채화 전시회를 매년 열었다. 2008년 '부산, 바다풍경전', 2009년 '내 마음의 바다풍경전' 그리고 올해 '물의 사색전'이었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은 우리 지역의 바다문화를 담당한 기관으로서 미술을 통해 바다와 시민을 이어주려는 뜻이 뚜렷하다." 조금만 둘러보면 부산이라는 공간에서 바다-예술-시민을 잇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은 것이다.

■부산 갤러리엔 바다가 자주 내걸린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백길리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 갤러리李에서 물 이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태호 화가.
여기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 '문자'나 '무대'라는 매개장치를 거치지 않고 온몸으로, 통째로 대상을 받고 주제를 표현하는 것이 회화 부문이다. 그렇다면 바다를 즐겨 그리는 화가들은 바다와 물의 무엇 때문에 그토록 물가로 다가가 물을 그리는 것일까. 이를 통해 부산을 휘감고 있는 익숙한 존재인 바다가 예술적으로 어떤 가능성을 내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과 관련 전시회 참가 빈도 등을 기준으로 부산 화단에서 깊이 있고 꾸준하게 바다를 그려온 화가는 중진 이태호 화가와 젊은 작가군인 전미경 김경환 작가 등을 꼽을 수 있었다. 물론 3년 연속 규모가 큰 바다 주제 전시회를 열어온 부산수채화협회 작가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원도의 힘'에는 이런 바닷가 장면이 나온다.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딜 갔느냐?/너는 아냐? 늙은 아비 혼자 두고 너는 어딜 갔느냐?/아냐, 영영이야.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딜 갔느냐?" 이 대화처럼, 같은 것을 놓고도 사람들의 생각과 기억은 곧잘 엇갈리거나 다르다. 같은 대상일지라도, 사람이 그 대상과 맺는 관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바다를 그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고 이들을 만나면서 받은 느낌도 이와 비슷했다.

김경환 화가의 '고독(Solitude)' 연작 중 한 작품.
지난해와 올해 '김경환·허필석전'과 '바다愛전' 등에서 바다 그림을 선보인 젊은 작가 김경환의 그림은 그의 젊음답게 직접적이다. 그는 바다를 소재로 '고독'(Solitude)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화폭을 빈틈 없이 메운 것은 물결이다. 직선의 날카로운 느낌과 곡선의 휘어지는 느낌을 절묘하게 섞어놓았는데 색깔은 짙고 어두운 쪽이다. 그림에서는 바다와 그 바다를 보고 있는 화가의 존재만 느껴질 뿐 어떤 다른 요소도 감지되지 않는다. 절제된 형태의 포말과 일렁대는 바다만 뚝 떼어놓았을 뿐인데도, "아! 저것이 고독의 형상이겠구나"하는 느낌은 강렬하다.

전미경 작가는 현재 부산 사하구 무지개공단 끝자락에 있는 예술창작공간 아트 팩토리 인 다대포의 입주작가로 있다. 오는 11월 23일부터 12월 2일까지 해운대 달맞이언덕의 갤러리이듬에서 열 개인전 준비로 낮밤 따로 없이 바쁜 행군을 하고 있는 그의 작업실에 들어섰을 때, 온통 물빛이었다. 개인전에 내놓을 바다그림들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던 것이다.

그가 들려주는 '바다에 빠진 계기'는 딱히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스런 면까지 있다. "대학 때는 난해한 미니멀리즘 미술 속에서 갑갑해하면서도 그걸 했고, 한쪽에는 대한민국미술대전 류의 경향이 있고, 사회에 나와서는 현실에 대해 발언하는 참여미술 쪽에서 활동도 했죠. 그 과정에서도 물의 이미지는 그림에 계속 스며나왔는데 저는 자각하지는 못했어요. 그렇게 뭔가 뚜렷히 잡히거나 뚫리는 느낌 없이 가다가 2007년 쯤에 작품활동이 턱 막히는 순간이 있었고 그 뒤로 바다와 물 그림을 본격적으로 했어요. 이걸 해야지 하는 마음도 없었는데도 그렇게 갔는데 지난 한 5년 동안 그린 그림보다 작년과 올해 그린 그림이 더 많을 거예요. 그게 다 물과 바다예요."

부산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송도의 거북섬과 등대, 자갈치시장을 휘저으며 자랐던 그는 원래 몸 속에 물이 찰랑찰랑 넘치고 있던 작가였다. 먼 길을 돌아서 물과 다시 만난 그는 바다 수면의 이미지에서 "끝이 아니라 삶이 순환하는 과정 중 하나로서 죽음이나 이별을 보고 거기에서 반짝이는 빛"을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물을 재발견하고 끄집어냄으로써 되살아난 작가였다.

■도시 이미지 창출의 밑바탕 활용 가능

올해 환갑을 맞이한 중진작가로서 부산 화단에서 존재감이 뚜렷한 이태호 화가에게선 먼 길을 뚫고 온 예술가의 연륜이 있었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백길리의 갤러리李에서 21년째 살고 있는 그는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연화도에 바다낚시를 다녀온 직후 정신 없이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어떤 기척을 느끼고 한 번 주제를 잡으면 집중해서 파고들어 40~50점 정도를 그려내는 작업 경향을 그는 보여왔다. 20대 때의 음화(네거티브) 이미지 작업을 시작으로 구름, 소나무, 억새 등이 그랬다.

"2009년 들어선 뒤 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물 표면의 일렁이는 리듬감, 그런 리듬 자체가 삶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크더라고요. 지금까지 옳고 그르고 이를 분별하고 하는 그런 일에 삶의 70~80%를 써왔다면 이제는 그렇게 일렁임 자체를 삶으로 받아들이는 나이가 된 걸까요." 그의 물결 그림은 먹을 써서 검은 톤이되 억눌러진 느낌이 아니라 살아있는 리듬감으로 빛이 난다.

전미경 작가의 말이 인상 깊다. "물이나 바다를 그리고 있는 화가들은 무척 많습니다. 저마다 사연과 주제는 다르겠지만요." 그만큼 물과 그 총체로서 바다는 예술가 또는 화가에게 매력적인 존재인 셈이다. 천변만화의 형상에 깊고 넓고 다양한 영감을 주는 재료인 바다를 부산은 지천으로 갖고 있다. 행운으로 받아들일 만한 환경이다. 제주도에 간 여행객들은 기당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거장 변시지 화가의 독특한 제주 바다 그림을 접하고는 그 이미지를 고스란히 갖고와 제주도의 모습으로 간직하는 사례가 많다. 부산도 '물결'을 부산 예술 곁으로 더 가까이 끌어들인다면 거기서 생각지 못한 새로운 도시 이미지가 태어날 가능성이 무척 커보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5. 5“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5. 5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6. 6"'국가전산망 먹통' 국정자원 화재로 소실된 데이터 완전복구 안돼"
  7. 7부산 영도 출신 이언주 의원, 부산·울산서 '공짜 질서는 끝났다' 북콘서트 개최
  8. 8강신철 “DMZ 北지뢰제거작전은 역사상 처음…단호한 대응이라고 본다”
  9. 9靑 “조국, ‘보완수사 인정’ 입장 밝혀”…조국혁신당 “발언 맥락 외면”
  10. 10조희대 “재제청 요구 헌법적 근거 없어" 거부 입장 재확인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3. 3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4. 4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7. 7“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8. 8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