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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세계경제, 부산경제 <3> 미국경제의 현실 ② 주택가격 회복은 언제

집값 버블 꺼진 美의 악몽

한국은 정부가 거품 부추겨… 지방의 상승은 제값 찾는 과정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12 20:04:1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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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B 저금리정책, 버블 붕괴 원흉…대출 천국·파생상품, 금융권 도산 부메랑
- 거래량 급감 속 1100만가구 집값 구입가보다 떨어져 전략적 파산 속출
- 수도권 아파트값 아직도 비싸… 8·29조치 '악수'로 거품제거 실기 우려

■아메리칸 드림?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 있는 황소상. 미국의 주식과 경제의 활황을 상징하지만, 3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속병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미국인처럼 살 수 있는 곳은 없다(There is no way like American way!). 1950년대 이후 풍요로운 미국을 상징하는 문구다. GM이나 포드에서 만든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앞자리에는 아름다운 아내, 뒷자리에는 두 자녀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의 사진. 정말 멋있지 않던가? 그런 자부심이 최근 주택가격의 실상을 접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빚이 싫었어!"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A씨는 이번 주택가격의 하락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경제가 잘 나갈 때 은행에 빌렸던 돈을 일시불로 갚아버렸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느냐고 말렸지만, 그는 빚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미 탓에 모기지를 일시불로 상환했고 그래서 지금 마음 편히 살고 있다. 하지만, 그가 전하는 전형적인 사례(박스기사 참고)의 경우는 참혹하다. 거품이 거품을 부르고 결국 그 거품이 꺼져서 파산한 것이다. 미국의 꿈을 거의 달성한 것 같았는데 순식간에 그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꿈의 변질은 이민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내 딸이 학교를 졸업할 무렵 현재의 집을 팔고 그 돈으로 보트를 사서 전 세계를 유람하고 싶다." 아리조나주 푀닉스 시에 사는 한 법률가는 20만 달러에 구입한 집이 50만 달러까지 오르는 것을 보면서 이런 소박한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그 집은 폭락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구입가격 근처를 오가고 있다. 안정적인 직업 탓에 모기지를 연체하지 않았고, 그래서 집이 압류당할 이유도 없지만 보트를 타고 전 세계를 유람하는 꿈은 어쩌면 접어야 할지 모른다.

■참혹한 미국의 주택 가격

미국 주택 가격과 관련된 가장 권위있는 통계인 케이스 실러지수(Case-Shiller index)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가격은 2006년 중반 경 최고를 기록했는데 현재는 그 때보다 28.4% 가량 하락해서(미국 주요 20개 도시 기준), 2003년 8월의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거래량은 더 충격적이다. 지난 7월 기존 주택의 판매량은 2009년 7월과 비교하여 26%나 줄어들었고, 새 주택의 판매량은 이보다 더 심하게 32%나 줄어들었다. 이것은 1963년 이래 가장 저조한 수치다. 이것 뿐 아니다. 주택 관련 통계회사인 코아로직(CoreLogic)에 따르면 모기지로 주택을 구입한 가구의 23%에 해당되는 1100만 가구의 경우 주택가격은 그들이 구입한 가격 밑으로 떨어졌고, 주택소유자의 9.9% 이상이 최소 한 번 이상 모기지 지불을 연체했다고 한다(6월 30일 기준).

그래서 미국인들이 택하는 게 전략적 파산이다. 은행에 갚아야 할 빚이 지금 집값보다 더 높으니 손을 틀고 나오는데, 이런 전략적 파산의 결과가 은행의 주택 압류로 나타난다. 이런 압류는 지난 6월에는 22만5700건 이었는데 7월에는 27만9685건으로 늘었다. 주택시장이 더 좋지 않을수록 주택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400만 가구 이상이 추가적으로 집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 되었나

모기지론 상환 연체로 주택가압류 딱지가 붙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주택. 국제신문 DB
통계는 숫자에 불과할 뿐 그 이면의 모습을 전하지 못한다. 주택가격 28.4% 하락은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 사람들의 이목을 끈 특정지역은 50% 이상의 폭등과 그 이상의 폭락을 거듭했고, 그 장단에 맞추어 사람들은 정말 미친(?) 것처럼 집을 사고 팔았다. 그 와중에 은행도 같이 미쳐서(?) 돈을 갚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에게 마구 돈을 빌려 주었다. 그래서 가장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도 무한정 돈을 빌려주었고(이게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age)다), 나중에 집값이 오르지 않으니까 이 사람들에게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주택가격 상승과 은행의 무분별한 대출의 이면에는 낮은 이자율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이자율은 연방준비은행(FRB: Federal Reserve Board)이 결정하니, 연방준비은행은 결코 이런 주택가격의 폭락과 무관하지 않다. 아니 차라리 그 원흉이라고 하는 게 옳다.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FRB는 지속적으로 이자율을 내렸고, 그것은 은행의 신용창출과정을 거쳐 다시 자금의 무한 공급 그리고 장기이자율의 하락으로 연결되었다.

아, 문제가 여기만 그친다면 주택 가격의 급락은 '무식하지만 용감하게' 집을 산 사람들의 문제로만 국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투자은행이 개입한다. 투자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채권을 기조로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고, 그 파생상품을 기초로 다시 파생상품을 만드는 금융공학적 기법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벌한 경제를 이용해서 전 세계로 퍼뜨렸다. 이 금융공학적 기법은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파생상품의 기초가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문제가 생기니(집값이 하락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제 부실덩어리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하도 복잡하게 상품을 만들다보니 분명히 부실이 발생한 사실은 알겠는데, 그것이 어느 나라의 어느 은행에서 어느 정도로 발생했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리만 브라더스의 몰락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미래는?

한 바탕 홍역을 치른 끝에 투자은행의 무분별한 행위는 정부의 감독을 받게 되었고 집값은 2003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문제는 끝난 것일까? 금융위기 이후 스타로 등극한 루비니 교수의 말처럼 주택 가격은 다시 하락하고 그것은 다시 더블딥으로 연결될 것인가? 누구도,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런 엄청난 에피소드를 접하면서 버블과 그 붕괴가 가져오는 참혹한 실상을 가슴에 새기게 된다. 그리고 그 가슴은 금융위기 이후 아직도 충분히 주택가격, 특히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지 않은 대한민국에게로 쏠리게 된다. 2010년 들어 아파트 값 하락이 한국 신문을 장식하고, '하우스 푸어'와 같은 사회현상마저 거론되지만, 한국의(정확히 말하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아직 거품이 제대로 빠지지 않았다. 겨우 올해부터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는데 정부는 8·29조치라는 이름으로 그마저 용납하지 않을 태세다. 이걸 어떻게 하나? 이 거품을 그대로 유지하다, DTI(총부채상환비율)를 풀어 다시 거품에 거품을 더하다, 정작 세계경제가 활성화될 때 우리는 아파트 거품을 빼느라 다시 곤욕을 치러야 한단 말인가?

더 우습게도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하락을 전하면서 한국 언론은 간혹 지방은 오르고 있다는 소식을 양념처럼 끼어 넣는다. 지방이 오르다니? 10년간 죽을 쑤다 이제 마이너스를 면하니 그게 지방의 아파트가 오르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지방은 차라리, 욕을 먹을지언정, 거품이라도 끼었으면, 그래서 가끔은 지방사람도 '우리도 오르네' 하는 말을 하고 살았으면….

아, 우리는 너무 다른 세상에 산다.


# 이민자의 투자와 투기, 그리고 꿈

- 20만弗 주택, 4만弗로 장만
- 은행융자로 미용실 투자… 경기 나빠져 전재산 잃어

"처음에 이민 와서 20만 달러짜리 집을 샀어. 20만 달러짜리 집이니까 다운페이(시초에 지불하는 돈)는 4만 달러 정도면 되었지. 그런데 말이야, 집값이 오르니까, 20만 달러짜리가 40만 달러가 되니 은행이 4만 달러를 더 융자해 주겠다고 나섰어. 이 4만 달러를 투자하라고 한 거지. 가만히 보니 집 값은 올라가고 이걸 투자 안하면 바보 같이 보이는 거야. 그래서 융자를 받아 집을 살까 말까 망설이는 차에 아는 지인이 소개한 미용실을 덜컥 인수했지. 그것도 권리금 8만 달러는 별도로 주고. 그 권리금은 은행으로부터 융자한 4만 달러에 다시 미용실을 담보로 4만 달러를 빌려 마련한 거야. 월세만 내면 된다고 하니까 빚으로 그걸 마련한 거지. 그 미용실이 잘 굴러갔으면 문제가 없었을지도 몰라. 경기가 나빠지니 미용실에 손님이 없어지고, 미용실 월세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 되자 미용실이 세든 집 주인이 나가라고 한 거야. 결과는? 파산이지 뭐. 집 날리고, 미용실 날리고."

디테일은 정확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 평범한 이민자의 꿈이 주택 버블의 와중에서 어떻게 무산되었는지 A 씨는 심각하게 이야기했다. 미 동부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택버블로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종류의 빚이든 빚지기를 끔직히 싫어한 사람들은 이런 버블에서도 그리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투자하라고 권유하는 온갖 매체의 감언이설에도 거품은 언젠가는 꺼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은 사람은 살아 남았다.

김기홍 부산대 교수·펜실베니아 주립대 교환교수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고 주택에 대한 투자와 투기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리 비슷한가. 하지만, 한 나라는 이제 정신을 차리고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정책을 펼려고 하는데, 동방의 한 나라는 주택가격이 무너질까봐 빚으로 집을 더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개인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빚을 내어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가격이 떨어진 지금이 집을 살 때라고, 앞으로 이런 가격으로는 집을 살 수 없다고 매스컴에서 홍보를 한다면, 새가슴인 일반 서민이 어찌 집을 사지 않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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