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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세계경제, 부산경제 <2> 미국경제의 현실 ① 일자리와 삶

더블딥 논쟁 한창이지만 서민이 당장 필요한건 일자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05 20:50:5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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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수당 못받는 '99세대' 미국에만 140만명 추정
- 경제성장에만 매스컴 주목, 실업률 문제는 상대적 소외
-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 있고 대도시에 집중 구조적 문제
- 지역대학·경제의 굴레 풀려면 세계로부터 실마리 찾아야

■일자리의 현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대졸자들의 일자리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사진은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학생회관 앞의 모습이다.
99세대 혹은 99족(the 99ers). 미국의 어느 인디언 부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업수당마저 받지 못하는 미국의 실업자 세대를 본 뜬 말이다. 미국의 사회 보장시스템에 의하면 직장을 잃을 경우 최대 99주 동안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혜택을 볼 수 없고, 그래서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는 자발적인 실업자가 되거나, 혹은 다른 도움을 찾을 길이 없다면 노숙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현재 이런 사람들의 숫자가 140만 명 정도 된다. 이들을 위한 홈페이지(www.99ers.net)에는 눈물겨운 사연들이 줄을 잇는다. 이들 중 상당수가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대학 졸업 뒤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20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자리를 살리자(Save American Jobs)." 지난 8월 초 루이지애나 주 휴마(Houma)시에서는 이런 구호를 외치는 가두행진이 있었다. 오바마 정부의 심해 석유시추 금지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데모에 나선 것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영국석유회사(BP)의 걸프만 석유누출사고는 전례없는 것이다. 가까스로 석유가 더 이상 누출되지 못하도록 했지만, 환경오염과 주변해역의 경제에 끼친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오바마 정부는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심해 석유 시추를 당분간 금지하도록 했는데, 그 조치가 자기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라고 데모에 나선 것이다. 이런 데모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참 아이러니하다. 환경보호도 중요하지만 이 사람들의 일자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자리는 바로 그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실업, 언제쯤 완화될 것인가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직업보도센터.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2년 전에 시작된 대불황을 논의할 때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두 가지다. 미국경제가 언제 쯤 완전히 회복되느냐는 것과, 실업률이 언제쯤 정상 수준으로 복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전자는 현재 더블딥(double dip: 경제가 일시적으로 회복되다 다시 침체에 접어드는 것)논쟁으로 매스컴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이지만, 실질적인 경제회복이 있어야만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로서는 후자가 더 생활에 밀착되는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먹고 살아야 할게 아닌가?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주식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자다. 가계자산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지난 2년간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은 계층은 바로 중산층이다." 작가인 주디스 워너(Judith Warner)의 말이다. 주택가격의 하락과 실업의 영향을 중산층만큼 많이 받는 계층은 없는데, 이들은 1930년대 대공황 다음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사뭇 낙관적이다. 10%에 육박하는 실업률은 2011년 말이면 8.7%로 하락할 것이고, 2013년 말까지는 결국 6.8%로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더블딥의 가능성을 경계하는 현재의 분위기에서, 비관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0년 상반기처럼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일자리는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경제질서(New Normal)라는 기치 하에 일자리 없는 경제회복이 진행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런 모든 주장마저 고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블딥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강조하면서도, 미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더블딥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경제에 더 많은 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ess) 정책을 고려하면서도, 새로운 고용창출 기관의 설립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이상으로 사회간접 자본과 대체 에너지 개발을 강조하는 등 구조적 노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경제성장은 결국 일자리 만들기다. 폴 크루그만 교수는 이것을 뉴욕타임즈의 칼럼(8월 27일)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실업률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 2.5%의 경제성장이 필요하고 실업률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빠른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이게 가능한가? 그리고, 더블 딥?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데 더블딥 논쟁과 경제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일자리와 지역경제

미국의 대학은 대개 8월 마지막 주에 개학을 한다. 개학과 동시에 대학 신문들은 일제히 특집기사를 게재하는데 그 제목이 시사적이다.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한 방법(Career service for finding good jobs)." 이 특집을 찬찬히 읽어보면 졸업을 앞둔 미국 대학생들의 강박에 가까운 심리적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망라한 일자리 찾기 방법, 인터뷰 방법, 자기 소개서 쓰는 법…. 기사를 읽어나가다 다음과 같은 한 문장에 눈길을 멈추고 만다. "대불황이 시작된 지난 2년 간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서는 더 빨리, 더 많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뿐 아니다. 대불황이 아니라도 미국의 지역 대학은 일자리 찾기와 관련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하나는 좋은 일자리 자체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한정된 일자리는 주로 기업과 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대도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펜실베니아 주의 시골도시 스테이트 칼리지(State College) 시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예외가 아니다. H 양(상자기사 참조)의 경우처럼 전문대학원에 진학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과 산업이 없는 지방 도시라면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그 도시를 떠나야 한다. 그러니 미국의 지역대학들은 대불황이 가져다 준 일자리 감소라는 시대적 문제와 일자리의 불균등 분포라는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한국의 지역대학이 처한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더라도 그들은 졸업을 앞두고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대학이 위치한 지역에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바로 삶 자체인데 그 삶을 위해 지역을 떠나는 그들을 누가 나무랄 수 있는가?

아니, 그렇다면 한국의 지역, 지역대학은 도대체 몇 가지의 굴레를 쓰고 있는 셈인가? 세계의 불황, 그로 인해 휘청거리는 한국경제라는 첫 번째 굴레. 그 굴레를 더 옥죄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이라는 두 번째 굴레. 그리고, 그 지방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는 지역대학이라는 굴레.

어디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나? 해결책이 당장 구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출발점은 세계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의 말 한마디가 세계와 한국경제를 출렁이고, 그래서 지역경제를 흔들어 당신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는데 어찌 그 시작이 여기가 아닐 수 있겠는가?


# 美 대학생들의 현실

- 대학·대학원 졸업땐 빚더미, 직장 구하지 못하면 '99세대'

"직장요? 피츠버그는 대도시라서 직장을 구하기가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옛날에 비해서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올해 22세인 H 양은 펜실베니아 주에 위치한 피츠버그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생물학이 전공이라 직장을 구하기가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사실 직장이 그리 많지 않다) 그보다는 4년 뒤 치과의사라는 전문직이 더 바람직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년 5만 달러를 넘는 치의학 전문대학원의 학비와 필라델피아라는 대도시에 생활하는 생활비가 만만치 않다. 다행히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융자를 받을 수 있지만, 4년 뒤에는 졸업과 동시에 빚더미에 올라서게 된다.

김기홍 부산대 교수·펜실베니아 주립대 교환교수
치과의사가 상당한 고수익을 보장해주기는 하지만, 정부의 융자를 갚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고생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졸업과 동시에 집과 자동차를 사게 되면 그 할부금을 갚아 나가느라, 조금 과장되이 말하면, 은퇴할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고속득자이지만 당분간은 고소득자가 아니게 된다.

어떻게 보면 H양의 경우는 전문직을 지향하는 미국 학생의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하지만, H 양의 경우는 그리 나쁘지 않다. 학부에서는 장학금도 받았고 크지는 않지만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많은 학부 학생들은 정부로부터 융자를 받는다.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들이 졸업 뒤 바로 직장을 얻지 못하고, 그래서 융자를 갚지 못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99세대. 그럴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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