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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현의 규슈 문화리포트 <5> '보자기공방 소화'의 이정임 씨

재일교포 2세 보자기에 매료돼 '인생 2막'

강제연행 탄광노동자의 딸로 한국어 학원 운영하다 한국문화 전도사로 대변신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03 20:39:2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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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현 이이즈카시에서 보자기공방 '소화'를 운영하고 있는 재일교포 이정임 씨.
필자는 이번 8월 한 달 동안 이 지면을 통해 일제 강점기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고 그 흔적이 남아있는 규슈의 현장과 사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일제에 의해 일본으로 강제 연행된 재일한국인(在日コ-リアン)의 후손을 만나보고자 했다. 부산에서 직선거리로 약200㎞ 남짓 떨어져 있는 후쿠오카(福岡)는 관광도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일본 최대의 탄광산업지이기도 했다. 그 지역을 '치쿠호탄광(筑豊炭坑)'이라 한다.

석유산업의 등장으로 지금은 폐광된 치쿠호탄광은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 동원되었던 대표적인 곳이다. 한반도 방방곡곡에서 모집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부산항에서 시모노세키를 운항하는 '관부연락선(關釜連絡船)'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오게 되었다.

재일교포 이정임(여·59) 씨는 1942년 전라북도 임실에서 강제 연행되어 온 이친재씨의 딸로 그의 아버지도 탄광노동자였다. 1995년 76세로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생전에 들려준 탄광노동자의 삶은 비참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1945년 8월15일 일본이 항복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귀국하지 못하고 1950년 한국전쟁을 맞이하게 된다. 혼란한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 귀국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고 재일조선인으로 일본에서 살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사전에 약속을 하고 만나기로 한 후쿠오카현 이이즈카시(飯塚市) 외곽에 있는 '보자기공방 소화(素花ポジャギ工房)'에 도착하자 이정임 씨가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이곳 보자기 공방은 이정임 씨가 김군자(51세·女)씨와 공동운영하는 공방으로 이날 김군자씨는 외부 보자기 강의 요청으로 외출 중이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정임 씨는 재일교포 2세다. 7년전까지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한국어 실력자였다. 이들이 한국어를 잘 할 것이라 생각하는 한국인이 많은데 사실 재일교포라도 한글을 쓰고 한국어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 한다. 이정임씨가 학원을 운영할 당시 한국어 수강생이었던 일본인 여성 한 명이 한국의 보자기(조각보)에 매력을 느껴 한국으로 장기간 보자기 유학을 갔다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2년 뒤인 2005년 이 씨 는 그 일본인 여성과 다시 후쿠오카에서 마주했다. 만감이 교차했다고 한다. 그 일본여성이 만든 보자기의 아름다움에 한번 놀랐고, 한민족의 피가 흐르는 재일교포 입장에서 보자기라는 순수 한국의 전통을 지금껏 모르고 살았다는 부끄러움에 어딘가 숨고 싶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태어나 어릴 적 어머니가 쓰던 보자기는 짐을 싸거나 밥상을 덮는 단순한 천조각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정임씨는 다시 그 일본인 여성을 찾아가 보자기 만드는 것을 체계적으로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선생과 학생의 입장이 서로 바뀌어 일본인에게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배우게 된 것이다. 그렇게 보자기에 전념한 지 2년 째, 일본사람들에게 보자기의 우수함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고 2007년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에서 보자기 전시회를 열어 관객 2000여명을 불러모으는데 성공했다. 전시회로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이후 더 체계적으로 보자기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지금의 보자기 공방을 만들게 된다.

공방은 수강생 교육, 전통혼례관련 비품 판매와 보급, 재료판매, 온라인활동 등을 하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를 외국의 동포가 알리고 잇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경제적 여건만 된다면 후쿠오카 번화가에 고풍스런 기와집을 짓고 많은 일본인이 손쉽게 관람하며 체험할 수 있는 보자기 갤러리를 만들고자 한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일본에서도 외국인으로 취급당하고 한국에 가도 타인으로 인식되는 재일교포의 한 사람으로서 보자기를 통한 그녀의 민족적 정체성 찾기 노력과 꿈은 계속 이어지리라. 보자기공방 소화 www.sofa-pj.com

사진가·후쿠오카 아시아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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