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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세상이야기-그 곳에도 삶이 있다 <5> 위험한 바다동물 2

바닷속 팜므 파탈&옴므 파탈 치명적인 `독종`들

화려한 색·강한 무늬로 독이 있음을 경고하고 움직임 느린 게 특징

이루캔지-조류 따라 흐르며 이동, 몸에 무언가 걸리면 기관총 쏘듯 자포 발사

쏠배감펭-위기땐 지느러미 펼쳐 독가시 곧추세워 쏴

노랑가오리-위협적인 꼬리 가시, '악어사냥꾼' 진행자 스티브 어윈 사망

바다독사-선명한 검은 줄무늬, 종따라 혈액·신경독 가져 해독제 구별해 사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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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부족한 생존력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비슷한 종과 비교할 때 독이 있는 종은 독이 없는 종보다 생존력이 다소 떨어진다. 바다 동물 중 독을 가진 종으로는 해파리, 말미잘, 산호 등의 자포동물에서부터 복어, 쏠배감펭, 쏨뱅이, 수기미 등의 어류, 바다독사 같은 파충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중 자포동물에 속하는 해파리는 여름철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상어에게 목숨을 잃는 사람보다 해파리에 쏘여 목숨을 잃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이다.


■해파리의 공격

이루캔지
"박 기자 조심해 ~ 이루캔지다."

2005년 여름. 신라대 생물과학과 고현숙 교수 연구팀과 경남 남해군 삼동면 해안을 찾았을 때다. 연구용 시료 채집을 위해 바다로 들어가던 고 교수가 이루캔지를 발견하고 옆에 있던 기자에게 날카로운 경고를 보냈다. 이루캔지(Irukandji jellyfish)는 지구 상에 있는 생물 가운데 가장 강력한 독을 지닌 해파리이다. 이루캔지 자포에 쏘이게 되면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의 통증을 느껴 심약한 사람은 죽음에 이르고 만다. 주로 호주 북부해안에서 발견되는 이루캔지의 출몰이 잦은 해에는 호주 사회 전체가 '이루캔지 신드롬'에 빠질 정도이다. 이루캔지가 더욱 위협적인 것은 4개의 촉수와 맞붙어 있는 머리의 지름이 1~2㎝에 불과한 데다 몸체마저 투명해 눈으로 관찰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
그날 고 교수의 경고는 오히려 기자의 본능을 자극했다. 말로만 듣던 이루캔지를 사진에 담아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수중촬영 장비를 들고 연구팀이 철수한 바다를 뒤져 나가는데 조류에 떠밀린 이루캔지가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해파리는 근육 수축을 통해 아래쪽으로 물을 밀어낼 때의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하지만 이 추진력이라는 게 몸을 움직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해서 움직임의 대부분을 조류에 의존한다. 조류에 의존한 수동적인 움직임은 해파리를 더욱 두려운 존재로 만든다. 자기 앞에 덩치가 큰 동물이 있다 해도 스스로의 의지로는 피할 수 없으니 그냥 파도가 치는 대로 조류가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다가 몸에 무언가 걸리는 게 있으면 기관총 쏘듯 자포를 발사하기 때문이다.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

우리나라 해역에서 이루캔지가 발견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여름철이면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공습으로 몸살을 앓는다. 무리 지어 해수욕장으로 몰려온 노무라입깃해파리는 해수욕객들에게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어민들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높은 함수율로 무게가 200kg이 넘는 이들이 그물에 몇 마리만 걸려도 그물이 찢어지는 데다 함께 잡힌 생선에겐 자포를 발사해 상품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쏠배감펭

쏠배감펭
대체로 독을 가진 동물은 자신에게 독이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화려한 색과 강한 무늬를 띠고 있다. 자기에게 독이 있음을 외부에 알리는 경고 메시지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독이 있다는 자신감에 움직임이 느리다 못해 느긋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느린 움직임으로는 위기 탈출에 한계가 있다 보니 독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독을 가진 바닷물고기 중 화려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물고기가 바로 쏨뱅이목에 속하는 쏠배감펭이다. 이놈은 제주도나 동중국해 등 온대에서 열대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견되는데, 성체의 길이가 30㎝ 정도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접근하면 자기도 사람이 신기한 듯 느릿느릿 다가와 눈을 맞추는데 가시의 독을 과신해서인지 사람을 별로 겁내지 않는다. 이런 쏠배감펭이 위기를 느끼면 지느러미를 최대한 넓게 펼쳐 독가시를 곧추세운다. 등지느러미에 돋아 있는 각각의 가시에는 강력한 독이 들어 있는데 잘못 찔리게 되면 순간적인 쇼크로 정신을 잃을 수 있다. 쏠배감펭을 포함하는 쏨뱅이목은 전 세계적으로 350여 종이 존재한다. 이 중 57종은 독가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이름은 가시로 쏜다는 말에서 '쏘다'가 '쏨'으로 변해 쏨뱅이가 된 것으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유명세를 탄 노랑가오리
노랑가오리
한때 노랑가오리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적이 있었다. 2006년 9월 4일 환경운동가이자 TV 프로그램 '악어 사냥꾼'의 진행자로 잘 알려진 스티브 어윈이 호주 퀸즐랜드주 연해에서 노랑가오리의 꼬리 가시에 찔려 사망했기 때문이다. 노랑가오리는 몸이 노란빛이나 붉은색을 띠기에 명명된 이름이다. 서양에서도 색깔을 뜻하는 단어를 붙여 'Red sting ray'라 부른다. 노랑가오리는 위협을 느끼면 꼬리에 있는 한 개 또는 그 이상의 뼈로 이뤄진 긴 독가시를 들어 올려 상대를 찌른다. 노랑가오리 가시에 찔리게 되면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끼며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 필리핀 두마게티 해역에서 노랑가오리를 만난 적이 있다. 모래 바닥 면을 지나는데 잠망경처럼 돌출돼 있는 눈이 '굴레굴레'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가만 지켜보니 저서성 어류인 노랑가오리가 모래 바닥에 몸을 숨긴 채 주위를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노랑가오리가 도망갈 수 있는 공간을 비워두면서 서서히 접근했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호흡기에서 나오는 공기방울을 최대한 억제하며 버티는데, 긴장의 끈을 먼저 놓은 것은 노랑가오리였다. 더는 몸을 숨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바닥 면을 박차고 튀어 올라 꽁무니를 뺐다. 그 돌변한 기세에 몸이 움찔했다. 아마 도망갈 길이 막혔다면 가오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꼬리 가시를 들어 올렸을 것이다.


■바다독사와의 만남

바다독사
바다독사를 처음 만난 것은 필리핀 남부 해양생태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아포섬 해역에서였다. 산호초 사이로 2m 남짓한 길이의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검은색 줄무늬가 분명한 바다독사였다. 휴식을 취하던 바다독사는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는 것을 느꼈는지 산호초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사람이 뱀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지듯 뱀도 사람을 겁내기는 마찬가지이다. 수백만 년 전 육지에서 바다로 내려간 뱀들은 바다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콧구멍은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밸브 형태로, 꼬리 부분은 노와 같이 납작한 모양으로 변하긴 했지만 수면으로 떠올라 허파호흡을 해야 하는 데다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보다 움직임이 느리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말미잘 촉수
바다독사의 독은 땅 위 독사의 그것보다 강력하다. 이들의 독은 크게 신경성 독과 혈액성 독으로 나뉜다. 이해하기 쉽게 땅 위 독사의 예를 들면 살모사는 혈액성 독을, 코브라는 신경성 독을 가지고 있다. 혈액성 독을 가진 바다독사에게 물리면 출혈과 함께 상당히 고통스럽게 죽음에 이른다. 이에 반해 신경성 독을 가진 바다독사에게 공격받으면 통증은 없지만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몸이 마비되면서 목숨을 잃게 된다. 다섯 종의 바다독사는 그 종에 따라 신경성 또는 혈액성 독을 가지고 있어 만일의 경우 어떤 해독제를 사용해야 할지 구별해야 한다.

하지만 바다독사가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그다지 두려운 존재는 아니다. 성향 자체가 공격적이지 못한 데다 이빨의 길이가 3㎜ 안팎이고 독니는 입의 뒤쪽에 위치해 있어 제대로 잠수복을 갖춰 입으면 이빨이 잠수복을 뚫지 못한다.


◇ 응급처치법

- 촉수·독가시 제거 후 식초를 발라 독 중화

복어
수중촬영을 담당하는 기자에게 말미잘 해파리 그리고 산호가 쏘아대는 자포는 지긋지긋한 존재이다. 상처 부위의 가려움은 차치하고 천식증세 같은 가쁜 호흡과 불규칙한 심장박동은 며칠간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독이 있는 바다동물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병원으로 가기 전 응급처치가 더 중요하다. 먼저 식초를 접촉 부위에 바르고 피부에서 부드럽게 촉수나 독가시를 제거해야 한다. 식초를 발라주는 것은 대개의 독이 산성이기에 알칼리성인 식초가 독을 중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상처 부위 통증이 심할 때는 40도 안팎의 뜨거운 물에 담그는 것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염두에 둬야 할 점은 희생자가 쇼크로 호흡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희생자의 상태를 살펴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한다면 심폐소생술과 함께 인공호흡을 통해 호흡을 유지시켜야 한다. 공격받은 경우와는 다르지만 잘못 조리된 복어를 먹고 독에 중독되었을 때 삶과 죽음의 갈림은 병원으로 옮기기 전 인공호흡을 실시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른다. 해독제가 없는 복어 독은 다량의 물로 위장을 씻어낼 수밖에 없다. 독이 몸에 퍼지고 나면 호흡기능이 마비되어 본인의 의지로는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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