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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김동호의 세계 영화제 기행 <26> 도쿄국제영화제

日정부 적극 지원으로 재도약… PIFF 성공이 자극제

'아시아의 칸' 표방, 1985년 창설

새 작가 발굴이란 영화제 임무 소홀히 하며 한때 크게 위축

최근 무대를 시부야에서 롯폰기로 옮기면서 새 활로 모색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07 19:42:3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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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폰기 힐즈에 있는 영화제 메인상영관.
도쿄국제영화제는 1985년에 출범하였다. 또 다른 아시아의 대표적 영화제인 홍콩영화제보다는 10년 뒤였고, 부산국제영화제보다는 11년이 앞섰다. 1983년 일본 국제무역공업성은 1985년에 열리는 츠쿠바과학엑스포와 함께 도쿄국제영화제를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마사카츠 코타니, 유타카 나리타(덴츠회장), 미치아키 오카(도큐), 케이이치 코나가(무역공업성) 등 4명의 전문가로 창설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1984년 2월에는 류조 세지마를 위원장으로 하는 도쿄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와 시게루 오카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집행위원회가 출범하였고, 1985년 2월 시게루 오카타를 회장으로 하는 도쿄국제영상문화진흥회가 정식으로 발족했다.

1985년 5월 31일부터 10일간 제1회 도쿄국제영화제가 열렸다. 초창기 도쿄영화제의 슬로건은 '아시아의 칸'이었다. 칸, 베니스처럼 세계 정상급의 영화제가 되는 것을 목표삼아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영화제를 이끌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취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먼저 초창기 영화제를 격년제로 운영한 것이 문제였다. 격년제 운영방식은 세계 영화계와 국내 영화인 및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지장이 있었다. 도쿄국제영화제는 1991년에 열린 제4회 영화제까지는 격년제로 운영하다가, 1992년에 개최된 제5회부터는 격년제를 폐지하였다.

이 영화제는 시작부터 '영 시네마 경쟁' 부문을 도입하였다. 시상내역은 대상(도쿄도지사상), 최우수감독상, 오즈 야스지로 특별기념상 그리고 심사위원특별상 등이었다. 첫 영화제에서 일본의 소마이 신지의 '태풍클럽'이 대상을, 페테르 고테르 감독의 '멈춘 시간(Time Stands Still)'이 최우수감독상을, 알리 오젠투크 감독의 '말(The Horse)'이 오즈 야스지로상을 수상했다. 1987년에 개최된 제2회 영화제에서는 시상제도가 크게 확대되었다. '영 시네마 경쟁'은 금 은 동상으로 바뀌고, 국제경쟁부문이 신설되어 대상과 심사위원특별상, 최우수감독상, 최우수여우상, 최우수남우상, 최우수예술공헌상, 최우수각본상, 특별공로상이 수여되었다. 그리고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이 추가되었다. 국제경쟁부문의 시상제도는 칸영화제의 시상내용을 그대로 원용한 것이다. 추가 신설된 첫 국제영화비평가상은 이장호 감독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가 차지했고 '자녀목'이 '세계영화 30선'에 포함되어 상영되었다. 처음부터 칸, 베니스, 베를린영화제처럼 '경쟁부문'을 도입한 것이 도쿄영화제의 도약에 오히려 장애가 되었다. 시상제도가 위주인 경쟁영화제는 화려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신설영화제로서는 경쟁부문의 영화를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제작자나 감독들은 누구든지 칸, 베를린, 베니스와 같은 메이저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되기를 원한다.

지난해 도쿄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주요 게스트들이 그린 카펫 위를 걷고 있다.
도쿄영화제의 시상제도는 제2회 때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년 확충되고 있다. '영 시네마 경쟁'부문은 1998년의 제11회부터는 '아시아영화상'으로 바뀌었고, 2003년의 제16회 영화제부터는 '아시아의 바람'이라는 주제 아래 시상되고 있다. 제1회 때 수여했던 오즈 야스지로 기념상은 첫 회로 끝을 냈고, 일본의 거장감독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타계함에 따라 2004년 제17회 영화제부터 구로자와 아키라상이 제정되었다. 관객상 제도도 도입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두 거장인 오즈 야스지로와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름은 이렇게 활용되고 있다.

애초에 설립된 평생공로상은 인도의 사티야지트 레이(1991년), 포르투칼의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1997년) 감독으로 그쳤지만 구로자와 아키라상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야마타 요지(2004)를 시작으로 허우 샤오시엔(2005), 밀로스 포먼과 이치가와 곤(2006), 유명한 제작자인 데이비드 퍼트남(2007), 니키타 미하일코프와 첸 카이거(2008) 등 주로 해외 거장 감독이나 제작자가 수상함으로써 상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도쿄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초기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1992년(제5회)에 정지영 감독의 '하얀 전쟁'이 국제경쟁부문의 대상과 감독상을, 1998년(제11회)에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이 최우수아시아영화상을, 1999년(제12회)에는 박종원 감독의 '송어'가, 2000년(제13회)에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이 각각 심사위원특별상을, 2001년(제14회)에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가 최우수예술공헌상을 수상했다. 2003년(제16회)에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아시아영화상 금상을, 2004년(제17회)에는 임찬상 감독의 '효자동 이발사'가 국제경쟁부문 최우수감독상과 처음 신설된 관객상을, 민병국 감독의 '가능한 변화들'이 최우수아시아영화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열린 제22회 영화제에서 프랑스계 한국감독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가 최우수아시아영화상을 수상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그린카펫.
오랜 기간 도쿄국제영화제의 주관은 일본영화제작자연맹이 맡았다. 이에 따라 일본의 메이저영화사들인 도호, 쇼치쿠, 도에이, 닛카츠 등의 스태프들이 영화제의 운영을 맡았고, 집행위원장도 메이저 회사의 사장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메이저영화사들은 주로 자신이 제작한 영화나 수입한 할리우드 대작들로 프로그램을 짰고, 할리우드 스타 초청에만 관심을 쏟았다. 그 결과 새로운 작가발굴이라는 영화제 본연의 역할이 미미해지면서 도쿄영화제의 위상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서 각광받는 일본영화는 주로 독립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작 도쿄영화제에서 외면당하면서 일본영화인들과도 멀어지는 영화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도쿄영화제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부상하면서 자극제 역할을 했다. 정부가 지원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2003년 영화제의 주 무대를 시부야에서 롯폰기로 옮겼다. 일본 문화청은 2003년부터 도쿄영화제 기간에 문화청이 주관하는 '문화청영화주간-Here and There'을 개최하기 시작했고, 2004년에는 4명의 유럽과 미주의 집행위원장을 초청하여 세계 영화인 회의를 열었다. 경제산업성도 나섰다. 도쿄영화제의 새로운 활로가 영화시장 즉 마켓제도의 도입과 콘텐츠의 융합에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선 것이다.

도쿄영화제의 변화를 주도한 주역에는 두 인물이 있다. 일본 문화청의 문화부장이었던 테라와키 켄은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후 1975년 문화청에 들어왔다. 그는 문화부장이 되면서 일본영화의 진흥을 위한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2003년 문화부의 간부들을 이끌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고, 부산의 성공요인과 도쿄영화제의 문제점 등에 대해 필자와 장시간에 걸쳐 의견을 나눴다. 귀국한 다음 그는 도쿄영화제의 개혁을 주도했고, 정부의 지원과 예산을 대폭 늘렸다.

또 한 사람의 주역은 2008년 3월부터 이 영화제를 맡고 있는 톰 요다 회장이다. 1940년생인 톰 요다는 메이지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에 톰 요다 회사를 창립하여 회장으로 있다. 그는 전 집행위원장들에 비해 영어와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고 국제적인 마인드와 전향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 톰 요다는 2007년 내정되자마자 가도카와 전임 회장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고 다음해 1월에는 서울에서 두 영화제의 간부들과 함께 친교를 다졌다. 그 이후 베를린, 칸 등 중요 영화제와 도쿄 및 부산영화제를 교환 방문하면서 상호 친선과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취임 후 환경영화제의 콘셉트를 도입하여 레드카펫을 '그린카펫'으로 바꾸고 '그린 카펫 클럽'을 창설하였다. 영화제의 주제를 '액션 온 어스(Action on Earth)'로 정하는 한편 토요다회사와 제휴, '지구대상' 제도를 창설하는 등 차별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영화제의 힘 있는 도약에는 이처럼 새로운 인물들의 도전이 있었다. 앞으로 도쿄국제영화제가 부산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얼굴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 도쿄국제영화제의 새로운 시장

도쿄국제영화제 측은 2004년부터 도쿄아시아뮤직 마켓, 도쿄인터내셔널필름 앤 콘텐츠마켓, 도쿄인터내셔널 엔터테인먼트마켓 등 4개 분야의 시장을 창설했다. '일·중·한 문화콘텐츠산업포럼 2004'를 열었고 일본영화제작자연맹에서는 '영화산업진흥정책세미나'를 주최했다. 다음해인 2005년에는 일명 '코페스타'로 불리는 일본국제콘텐츠페스티벌을 출범시켰다. 9월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코페스타는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 방송 음악 영화 패션 등 각종 콘텐츠 산업을 망라한 종합축제이자 공식 이벤트, 파트너 이벤트, 오리지널 이벤트 등 총 36개의 이벤트가 동시에 열리는 대규모의 콘텐츠 마켓이다. 코페스타 내에 '티프콤'이라는 '영화와 TV마켓'을 개최하고 '도쿄프로젝트게더링'(Tokyo Project Gathering)이라는 프로젝트마켓도 함께 열기 시작했다.

영화에 국한되지 않은 마켓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너무 복잡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창설한 새로운 시장은 산업적으로 어떤 성공모델을 이루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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