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김동호의 세계 영화제 기행 <25> 영국 에든버러영화제

2차대전 슬픔 극복하려 창설… 자국영화 키우는 데 주력

칸·베니스와 차별화한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가 시초

세계적인 축제도시 에든버러의 12개 메인축제 중 가장 오랜 전통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30 20:11:54
  •  |  본지 18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에든버러국제영화제 주상영관인 '필름 하우스'
영국 스코틀랜드의 행정수도인 에든버러는 유서 깊고 아름다운 도시다. 높은 언덕과 화산암 위에 7세기부터 1130년간에 걸쳐 조성된 에든버러 성은 영욕의 역사를 간직한 채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성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어 있는 넓은 도로와 암갈색의 근대식 건물, 성당과 교회, 박물관과 미술관, 곳곳에 조성된 공원은 도시를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성의 정문에서 시작하여 존 녹스(종교개혁가)의 집을 거쳐 작가박물관, 세인트 자일즈 성당, 홀리루드 궁전에 이르는 이른바 '로열 마일'이 올드 타운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가파른 좁은 골목과 큰길 양쪽으로 들어 찬 상점들은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관광명소였던 올드 타운에 맞서 1767년에 에든버러시가 공모해서 당첨된 뉴타운은 제임스 크레이그에 의해 설계되었다. 명문가의 이름을 딴 하노버, 조지, 프리데릭, 프린세스 스트리트와 샬로트 광장 그리고 주변에 건조된 조지아 스타일의 건축물은 올드 타운과 함께 앞서 언급했듯이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전통과 근대가 모두 명물이 된 셈이다.

에든버러는 한 눈에 보아도 예술의 도시이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는 세계적인 축제의 도시다. 8월에 이곳을 찾으면 도시 전체가 음악 연극 오페라 미술 영화 공연으로 술렁대고, 전 세계에서 몰려 온 문화예술인들로 북적거린다. 에든버러 성 앞마당에 가설된 특설무대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군악대의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고, 샬로트 광장과 성 조지 광장에서는 '책의 축제'가 열린다. 어셔 홀, 퀸즈 홀, 그리고 축제극장에서는 64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음악과 연극의 축제'가 열리며 연극 오페라 음악 발레 공연이 이어진다.

   
에든버러 축제에 참여한 우리나라의 사물놀이팀이 야외 공연을 하고 있다.
8월의 에든버러에는 12개의 메인축제 이외에도 크고 작은 축제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국제TV페스티벌(1976년 창설), 재즈와 블루스 축제'(1979년 창설), 의회가 주관하는 정치학축제(2004년 창설), 코미디 축제(2008년 창설)도 있고, 2004년 30개의 화랑들이 모여 만든 작은 규모의 아트 페스티벌도 있다. 음식을 중심으로 아시아문화를 소개하는 '에든버러 멜라'와 2009년에 창설된 '인터엑티브 페스티벌'이라는 게임축제까지 꼽아보면 모든 유형의 축제가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월의 12개 메인축제 중에서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축제가 바로 에든버러국제영화제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7년 전쟁의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럽인들에게 음악, 드라마, 영화를 통해 희망과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에든버러국제축제'(EIF)기구가 창설되면서 '에든버러국제 음악과 연극축제'와 '에든버러국제영화제'가 함께 열렸다. 이렇게 탄생한 에든버러영화제는 올해로 64회를 맞았다. 칸영화제보다 한 회가 더 많기는 하지만 칸영화제가 1948년과 1950년 두 해를 개최하지 못한 탓에 실제로 창설된 해는 한 해가 뒤진다.

에든버러영화제의 창설에는 1925년 결성된 런던의 영화협회진흥원(Film Society Council)과 1930년 창설된 에든버러영화조합의 역할이 컸다. 프랑스의 영화운동에 자극받아 결성된 두 단체는 런던과 에든버러에서 시민들을 위한 영화상영운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영국 다큐멘터리운동의 창시자인 존 그리어슨의 주도 아래 베니스와 칸 영화제와 차별화된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창설했는데, 첫해에 75편의 다큐멘터리를 초청하였다. 이것이 에든버러영화제의 시작이었다. 제2회 때에는 로버트 플래허티의 '루이지아나 스토리'를 월드 프리미어로,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독일 영년' 등 27개국 100여 편의 영화를 초청함으로써 전 세계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모이는 명소로 인정받았다. 1950년에 열린 제4회 영화제에서는 '리얼리스트, 다큐멘터리, 실험'이란 주제로 장편과 단편영화를 초청하기 시작했다. 영화제의 시상분야는 스폰서에 따라 소멸되거나 신설되었고 지금은 장편 단편 다큐멘터리로 구분, 다양한 시상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영국 신작 장편영화에 주어지는 마이클 파웰상은 현재 대상에 해당하는데 영국영화진흥원이 지원하며 상금 1만5000파운드가 수여된다.

   
개막식 축제극장 앞 레드카펫 위를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들이 걷고 있다.
처음으로 에든버러를 방문한 것은 1976년의 일이다. 영국 공보성 초청으로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정부 및 공공기관의 공보활동상황을 시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3주일간 영국에 머물 때, 5일간 에든버러와 글래스고를 방문했었다. 때마침 에든버러 성 앞마당에는 8월에 열리는 공연을 위해 가설무대가 설치 중에 있었고, 글래스고 인근의 이스트 킬브라이드에서는 스코틀랜드 개발공사와 시 당국, 그리고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뉴 타운' 건설 사업이 착수되고 있었다. 그 후 에든버러는 세계적인 축제의 도시로 변했고, 글래스고는 조선공업의 쇠퇴로 황폐화되었던 도시를 1990년 유럽연합이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할 만큼 문화도시로 변모되었다. 필자는 이 두 도시의 변화와 그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2007년 8월 처음으로 에든버러영화제를 찾았었다.

올해 두 번째로, 8월에서 6월로 옮긴 제64회 에든버러영화제를 찾았다. 2007년에 에든버러를 방문했을 때 5년간 영화제를 맡아 운영했던 쉐인 다니엘슨은 퇴임했고, 미모의 젊은 여성 한나 맥길이 새 집행위원장으로 부임하여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런던에서 소설가이며 언론인으로 활동하던 그녀는 문인답게 영화제의 주제를 '영화와 기록 문자'로 정하고 '책의 축제' 및 '연극축제'와 연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최우수영국영화연기상을 신설하는 한편 신인발굴을 목적으로 영화아카데미를 창설하였고 숀 코네리, 로버트 칼라일, 시무스 맥가비 등에 이어 여배우 틸다 스윈튼을 새로 영화제 후원자로 영입했다. 그녀는 60년을 이어온 전통을 깨고 매년 8월에 개최되던 영화제를 2008년부터 6월로 옮겼다.

   
6월로 옮긴 영화제는 비교적 차분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1200석의 '축제극장'에서 자크 타티의 원작을 실방 쇼메 감독이 연출한 영국·프랑스 합작 애니메이션 '일루저니스트'가 개막영화로 상영된 것을 비롯하여 장편, 다큐멘터리, 단편,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30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특히 다른 국제영화제들과는 달리 자국영화인 영국영화를 집중적으로 발굴하여 상영하고 있었고, 영국영화에 대한 인력양성, 공동제작과 프로모션에 치중하고 있었다.

1983년 글래스고에서 조선업계 왕으로 군림했던 버럴 부부가 9000점의 문화재를 시에 기증했다. 이는 정부,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폐허'와 '유령'의 도시였던 글래스고를 20여 년 만에 '문화도시'로 변모시키는 초석이 됐다. 60여 년 전, 전쟁을 딛고 에든버러에서 시작된 영화제는 이제 영국영화를 세계영화의 중심에 세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 '모든 것의 축제'가 있는 에든버러

에든버러는 각양각색의 축제들로 연중 북적댄다. 대표적인 것이 '책의 축제'이다. 1983년에 창설된 이 축제에는 영국은 물론 전 세계의 저명한 작가, 시인, 출판인들이 참여하여 독자들, 특히 어린이들과 만난다. 월터 스콧, 코난 도일의 활동무대였던 에든버러는 2004년 유네스코에 의해 '문학의 도시'로 지정되었다. 월터 스콧의 동상, 죤 맥머레이 박물관, 작가박물관, 스코틀랜드 시(詩)도서관, 스코틀랜드 스토리텔링 센터 등 문학과 관련된 시설도 많을 뿐 아니라 매년 2월 에든버러 시민들은 도서관, 학교, 마을회관에서 무료로 배부된 책을 읽고 시에서 마련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

'세계 군악대 축제'도 볼거리이다. '밀리터리 타투'로 불리는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전 세계에서 20만 관객이 몰려온다. 개회식 직전 안내방송으로 나라 이름을 호명하면 관객들이 큰 소리로 화답하는데 한국을 포함하여 응답 없는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다. 성의 건물과 광장 전체를 무대로 연출한 밤의 축제는 환상적이며 마지막 장면에 성위에서 연주하는 '올드 랭 사인'의 트럼펫 연주는 관객들의 가슴을 적셔준다.

에든버러의 다양한 축제 중 가장 재미있으며 유명한 것은 '프린지 페스티벌'이다. 1947년 에든버러축제에 공식 초청받지 못한 8개의 공연단체들이 주도하여 창설한 행사다. 오늘날 메인 행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프린지 페스티벌은 지난해에도 250개의 장소에서 2000건이 넘는 행사들이 개최됨으로써 공식행사를 뛰어넘는 에든버러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누구든지 공연장소를 정하고, 행사 주최 측에 300파운드 이상만 내면 250쪽에 달하는 프린지축제 공식 소개책자에 등재된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