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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김동호의 세계 영화제 기행 <20> 프랑스 칸영화제

한국영화의 든든한 발판이 된 세계 최고 영화축제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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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05-26 19: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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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FF창설 이후 매년 4~5편의 한국영화가 칸에 초청됐고 굵직한 상을 수상하기 시작했다
- 15년간 빠짐없이 칸을 찾았던 나는 올해 공식부문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영광을 안았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돼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시'의 이창동 감독과 주연배우 윤정희씨.
프랑스의 칸영화제는 매년 5월 10일 전후해서 열린다. 독일의 베를린영화제, 이탈리아의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영화제로 꼽히지만 권위와 내용에 있어서는 맨 앞자리에 선다. 때문에 5월이 되면 프랑스 남쪽,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인구 7만 명의 작은 도시 칸은 작열하는 햇살만큼이나 영화에 대한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팔레 뒤 페스티벌'에서 해변을 따라 마제스틱, 팔레 스테파니, 칼튼, 마르티네스 호텔에 이르는 크로와제 거리는 세계 각처에서 몰려든 영화인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무엇보다 경쟁부문의 영화가 상영되는 뤼미에르 극장 주변은 붉은 카펫을 밟고 입장하는 관객과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 유명 영화인이 입장할 때마다 환호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런가 하면 바로 옆 바닷가 모래밭은 낮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반라의 남녀들로 장관을 이루고, 밤에는 곳곳에서 열리는 파티로 밤을 지새운다.

칸은 영화인들의 우상이다. 전 세계 모든 감독과 배우 그리고 제작자들은 칸영화제에 초청받기를 갈망한다. 뤼미에르 극장의 붉은 카펫을 밟고 들어가 객석에서 기립박수 받는 것을 일생의 영광으로 여긴다. 그러나 칸에 입성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다. 매년 전 세계에서 제작되는 영화는 5000편 정도다. 이 중에서 칸에 공식 선정되는 영화는 많아야 130편 안팎이다. 경쟁부문 20여 편과 비경쟁 및 특별상영 10~15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20여 편, 단편 경쟁부문에 10여 편, 대학생 대상의 '시네파운데이션' 부문(1998년 신설되었다)에 10여 편이 선정된다. 이와는 별도로 감독단체와 비평가 단체가 각각 선정하여 운영하는 '감독주간' 30여 편, '비평가주간' 20여 편을 합쳐도 130편 정도가 될 뿐이다. 최근 세계영화재단의 지원으로 고전영화의 복원작업이 진행되면서 '칸 클래식' 부문이 공식부문에 신설되었고, 그 편수는 해마다 늘어나 올해 22편이 선정되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영화에 대한 칸의 장벽은 무척 높았다. 칸영화제가 50주년을 맞았던 1997년까지 칸에서 상영된 한국영화는 6편뿐이었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가 처음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상영된 이후 1989년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같은 부문에, 1994년 신상옥 감독의 '증발'이 깜짝 상영되었고, 영국영화원(BFI)이 각국의 영화감독들에게 위촉하여 만든 세계영화 100주년 시리즈로 장선우 감독의 '씻김'이 1995년에 소개된 바 있다. 양윤호 감독의 '유리'가 1996년 비평가 주간에, 전수일 감독의 '내안에 우는 바람'이 1997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선정된 것이 과거의 인연이다.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 전경.
그러나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창설되고, 칸영화제 관계자들이 부산을 찾으면서 1998년부터 한국영화는 매년 4~5편씩 칸에 초청되기 시작했다. 1998년에 '아름다운 시절'(이광모),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 '강원도의 힘'(홍상수), '스케이트'(조은령·단편경쟁) 등 4편이, 1999년에는 송일곤 감독의 '소풍'을 포함해 단편 4편이 초청되었고, '소풍'은 그해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칸 역사상 처음으로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장편경쟁에 오른 것을 비롯해 '오, 수정'(홍상수·주목할 만한 시선), '박하사탕'(이창동·감독주간), '해피엔드'(정지우·비평가주간), '우산'(유철원·단편경쟁) 등 5편이 각 부문에서 고루 상영되었다. 특히 2002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감독상을,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와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나란히 경쟁에 올라 '올드 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2005년에도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 2006년에는 김기덕 감독의 '숨'이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60주년을 맞았던 2007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009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경쟁부문에,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감독주간에, 한국계 프랑스 감독인 우니 르콩트의 '여행자'가 특별상영 부문에, 신상옥 감독의 '연산일기'가 칸 클래식에 선정되는 등 모두 10편의 한국영화가 진출했다. '박쥐'는 그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경쟁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비평가주간에, 김태용 감독의 '얼어붙은 땅'이 시네파운데이션에 소개되었다. 이처럼 칸영화제는 1998년 이후 한국영화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로 63회를 맞은 칸영화제는 67회를 맞는 베니스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의 긴 역사를 갖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1932년에 창설되어 독보적인 국제영화제로 자리잡고 있는 베니스영화제에 자극받아 1939년 9월1일부터 9월20일까지 제1회 칸영화제를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포스터까지 준비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이 터지면서 무기한 연기되었다. 전쟁이 끝나자 프랑스정부와 영화인들은 다시 영화제를 추진했고, 1946년 9월20일 시인 겸 극작가인 장 콕토가 직접 제작한 '미녀와 야수'를 상영하면서 제1회 영화제의 막을 올렸다. 그 후 칸영화제는 1948년과 1950년 두 번,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관장임명을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과 예산문제로 중단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세계 최고 영화제로서의 위상을 꾸준히 높여왔다.

칸영화제를 오늘까지 이끌어 온 주역은 질 자콥 조직위원장이라고 할 수 있다. 1978년 피엘 비오의 뒤를 이어 집행위원장을 맡은 그는 2000년까지 23년간 칸영화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으며, 2001년에 자리를 후임자에게 물려준 후 조직위원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후임 집행위원장에 뤼미에르영화박물관 관장을 겸임하고 있는 티에리 프레모가 부임했다. 질 자콥은 비록 조직위원장으로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경쟁영화 선정을 포함하여 배후에서 여전히 세력을 행사하고 있다.

필자가 칸영화제를 처음 찾은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창설을 앞둔 1996년 5월 8일이다. 도착한 다음날 우리 일행은 피엘 리시앙의 안내를 받아 뤼미에르극장에서 질 자콥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피엘 리시앙은 칸의 스태프는 아니었지만 질 자콥과 오랜 친구사이이며, 영화계에 많은 인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지금까지 한국영화가 칸에 진출하는데 있어서 그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게 사실이다.

칸에 머무는 동안 전통 프랑스 식당 '가브로슈'에서 칸에 온 주요 영화인들을 초청하여 부산국제영화제의 창설을 알리는 조촐한 오찬을 가졌다. 피엘 리시앙과 칸의 선정위원인 막스 테시에, 베를린영화제 영 포럼 책임자 울리히 그레고르, 로테르담영화제 집행위원장 사이먼 필드와 시네마트 책임자 바우터 바렌드레히트, 몬트리올영화제 집행위원장 세르쥬 로지크, 낭트영화제 집행위원장 알랭 잘라도, 뮌헨영화제 집행위원장 크라우스 에더, 미국뉴욕현대미술관 영화책임자 래리 카디쉬 그리고 버라이어티와 르 몽드 기자 등 15명이 참석했고, 모두 성공을 기원하며 부산 방문을 약속했다. 아마도 5월11일에 가졌던 이 오찬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을 예감케 한 중요한 모임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이후 필자는 올해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15년간 칸영화제를 찾았다.

2001년 2월 칸영화제 사무국에 들렸을 때, 마침 새로 부임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을 처음 만나 부산에 초청했다. 그리고 5월 칸영화제와 그해 6월 파리의 한국문화원과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공동주최했던 임권택 감독 회고전에 달려가 티에리 프레모와 조찬을 함께 하면서 '삼고초려' 끝에 그의 부산 방문을 확정지었다. 2001년 처음 부산을 찾았던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작년만 제외하고 매년 부산을 방문하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와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감독, 로테르담 집행위원장을 지낸 후 지금은 두바이영화제 컨설턴트로 있는 사이먼 필드, 네덜란드 언론인 피터 반 뷰렌, 태국의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과 필자는 '술'로 맺어진 '타이거클럽' 멤버들이다.

   
그리고 올해 필자는 칸영화제의 공식선정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프랑스의 클레르 드니 감독, 시네마테크 프랑세스의 책임자인 세르즈 투비아나, 스위스 라디오 텔레비전의 언론인 패트릭 페를라, 그리고 스웨덴의 언론인 엘레나 린드블라드와 함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세계적인 저명 영화감독이나 배우 또는 작가나 평론가로 엄격히 그 자격을 정하고 있는 칸영화제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아마도 올 영화제가 필자의 마지막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

필자는 15년 간 칸을 방문하면서, 처음에는 뤼미에르 극장의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와 기립박수를 받는 감독들을 보면서 한없이 부러워했었고, 60주년 때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감독들에게 '3분' 길이의 '그들 각자의 영화관'을 만들었을 때 그 안에 우리 감독이 없음을 한탄했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대상을 받았고, 이창동 감독의 '시'는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각본상을 받았다. 올해의 황금종려상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신작이었다. 이처럼 아시아의 주요 감독들이 주목받는 현실 속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칸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머지않아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것같은 예감이 드는 것도 공연한 기대감만은 아닐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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