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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리포트 <3-16> 부산다움의 상징, 민주공원

서민 동네에 우뚝 선 민초운동의 상징

산복도로에 살다

  • 배재한 기자 myway@kookje.co.kr
  •  |   입력 : 2010-05-10 21:12:11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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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마항쟁… 6월 항쟁… 현대사 고비마다
- 들불처럼 일어난 부산사람의 진취성을 대표하는 곳
- '역동 부산'의 상징인데 왜 못지워 안달인가

부산 중구 영주동 산 10의 16, 엄광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민주공원(Democracy Park)'. 부산의 대표적 서민공간인 산복도로 맨 꼭대기 중앙공원 한 쪽에 우뚝 선 민주공원은 자유와 평등, 정의라는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공원이다. 불의에 저항하는 부산사람의 기질과 맞닿아 있으며, 부산의 정체성을 오롯이 간직한 공간이 바로 민주공원인 것이다.


■'다이나믹 부산'의 랜드마크

   
민주공원 전경.
민주공원은 1999년 10월 16일 개관했다. 그렇다면 '민주'라는 이름을 단 세계유일의 공원인 민주공원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천주교 송기인 신부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주창과 1997년 당시 문정수 부산시장의 노력,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민주공원 건립은 결실을 보게 됐다.

민주공원은 4·19의거, 유신독재정권에 조종을 울린 부마항쟁, 1987년의 6월 항쟁 등 현대사의 고비마다 민주헌정질서를 지키는 등대이자 향도였던 부산 사람의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세 전직 대통령이 방문 기념으로 나무를 심었다. 또 한국 민주화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심은 느티나무가 '민주 보루'라는 표지석과 함께 방문객을 맞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5월 대선후보 시절 심은 소나무는 '민주부산'이라는 표지석을 달고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광호 민주공원 관장은 "부산과 부산사람의 기질을 표현하는 진취성 역동성 저항성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근대의 랜드마크가 충렬사라면 현대 랜드마크는 민주공원입니다. 부산의 상징구호인 '다이나믹 부산'의 뿌리도 바로 민주화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화의 성지'가 부끄러운가?

   
지난해 8월 부산지역 표지판의 '민주공원'은 모두 '중앙공원'으로 바뀌었다.
부산과 부산사람의 자부심이자 자랑인 '민주화의 성지'라는 인식은 시나브로 식어가고 있다. 11년 전 부마항쟁 20주년에 맞춰 들어선 민주공원의 이름 지우기가 그 단적인 예다.

지난해 8월 부산시내 도로표지판과 버스노선도, 버스정류장 안내표지판 등에서 그동안 별다른 문제 없이 사용되던 '민주공원'이라는 이름이 '중앙공원'으로 바뀌었다. 부산시는 전몰군경유족회 등 보훈단체의 민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민주공원의 명칭은 이제 도로에서, 버스노선도에서 모두 사라져버렸다. "민주화의 성지 부산에서 '민주공원 흔적 지우기'가 웬 말이냐"는 눈맑은 시민의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공원 이광호 관장이 겹벚꽃길에 서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마산과 대구, 광주는 '민주화 운동'을 도시의 브랜드를 넘어 랜드마크로 키우고 있다. 이를 보고 있으면 '민주화의 성지 부산'이라는 이름이 부끄럽고 초라할 지경이다. 마산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3·15의거를 올해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한국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건립을 추진하는 '한국민주주의 전당'을 마산에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백한기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은 "한국민주주의 전당을 마산에 유치하기 위해 마산 회성동 20만 평 규모의 행정타운 부지 중 5만 평을 건립부지로 내놓고 민관이 합심해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도 이승만 독재정권에 항거했던 1960년 2월 28일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2·28 기념공원'을 도심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2·28 기념공원'은 달성공원을 제치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구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송기인 신부는 "'민주화의 성지'라는 자랑과 자부심을 우리처럼 도외시하는 지역은 없다. 부산시의 몰 역사성에 시민의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다"면서 "민주공원을 대체한 중앙공원이라는 이름에 어떤 역사성과 상징성을 찾아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를 넘어 역사테마공원으로

   
민주공원 건물 중앙의 '민주횃불'.
민주공원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과 성찰의 공간이자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가르치는 체험교육장이다. 지난 한해 3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찾는 등 민주공원은 개관 이후 설립목적과 역할에 충실해왔다. 공원 안에는 한국전쟁 호국유공자 기념비, 4·19혁명 희생자 위령탑, 광복기념관 및 순국선열 애국지사 위패봉안소, 부마항쟁기념관, 대한해협승전비도 자리하고 있다. 이들 기념물과 마주한 언덕배기에 충혼탑이 우뚝 서 있다.

호국영령과 민주열사를 한자리에 모신 곳으론 대한민국에서 유일하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부산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이광호 관장은 "민주공원을 항일과 호국,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아우르는 복합근현대사 테마파크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중구의 근대역사관, 민주화의 보루였던 가톨릭센터, 해방과 한국전쟁의 산물인 산복도로 등과 함께 어우러지는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민주공원을 시민과 친숙한 소통과 연대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김재규 민주공원 초대 관장

- "민주라는 이름을 단 세계 유일의 공원, 역사테마공원으로 재탄생시켜야"

   
"1999년 10월 개관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민주공원이 뿌리를 내리고 안정화하는 기간이었다면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첫해인 올해는 민주공원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민주공원의 초대 관장을 역임한 김재규(63·사진)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민주공원은 세계에서 하나뿐인 한국 민주화의 성지 부산시민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라면서 "민주주의의 산교육장이자 체험공간으로 부산시민의 마음속에 살아숨쉬는 '역사테마공원'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민주공원 설립의 산파역할을 했으며, 개관 이후 지금까지 부산시로부터 민주공원을 위탁받아 관리 운영하고 있다.

그는 "민주공원은 지난 10년간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시대의 흐름과 시민의 인식변화에 발맞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우선 시급한 것은 사료관 건립입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지난 10년 동안 민중미술 콜렉션 700점을 비롯해 다양한 민주화운동 관련 사료들을 수집해 보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보관·전시할 수장고와 사료관이 없습니다. 귀중한 민주화운동 관련 사료들이 훼손되기 전에 사료관 건립을 추진할 것입니다. 부산시를 비롯한 관계 당국의 지원과 협조가 절실합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라진 민주공원 명칭 되찾기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산의 도로표지판 버스노선도 버스정류장 안내표지판 등에서 민주공원이라는 이름은 사라졌다.

"지난해 민주공원을 중앙공원으로 바꿨을 때 허남식 부산시장을 만나 최소한 민주공원과 중앙공원이라는 명칭을 병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고 '그렇게 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민주공원 이름 되찾기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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