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빈민들이 '빈곤의 섬'에 고립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빈곤층이 모인 곳의 주택 실태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이 같은 현실은 빈곤층을 분리시키고, 동·서를 계층으로 나누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처럼 낙후된 지역 사정은 빈곤층 밀집지역임을 낙인시키는 것과 함께 빈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부른다.
이정헌 부산발전연구원 도시창조본부 선임연구위원은 "빈곤층 주거지는 노후 불량주택, 고령층 가구주, 낮은 소득, 기본시설 미달 등 매우 열악한 형태를 띤다"며 "이 때문에 빈곤 주민들은 빈곤의 고리를 자력으로 끊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게 된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팀은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5년 단위 조사) 자료와 연도별 부산시 통계연보 등을 가공해 부산지역 구·군별 주택 실태를 분석했다. 빈곤층 주거의 특성을 보기 위해 9평(29.7㎡) 미만 주택, 부엌·화장실·목욕시설이 없는 주택, 지은 지 40년이 경과한 주택 등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항목별 주택 열악도는 2009년 기초생활수급자(이하 수급자) 분포와 대체로 일치했다. 중·동·서·영도구를 중심으로 서부산권 수급자 밀집지역의 주거환경이 동부산권에 비해 훨씬 나빴다.
9평 미만 주택 비율은 완벽하게 동·서로 나뉘었다. 영도구(12%) 사상구(5.9%) 동구(5.2%) 등 강서구를 제외한 서부산권 모두가 부산 평균(3.6%)을 넘었다. 동부산권 중 평균보다 비율이 높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동래구는 0.8%, 수영구는 1.0%에 불과했다.
부엌 없는 주택의 비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구(2.1%) 동구(1.3%) 서구(0.8%)가 1~3위를 기록했다. 화장실 없는 주택은 기장군(2.9%)에 가장 많았고, 동구(2.8%) 서구(1.3%) 등 서부산권 옛도심에도 넓게 분포했다. 목욕시설 없는 주택 역시 도·농지역인 강서구(19.2%)와 기장군(11.2%)을 제외하면 동구(10.7%) 서구(10.3%) 사상구(9.9%) 등에 몰렸다. 이는 부산의 중심이 중구에서 동부산권으로 옮겨가면서 옛도심이 급속히 몰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당연한 결과다. 아직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5만 원, 아니 이보다 훨씬 못한 집에 사는 빈곤층이 많다. 이런 집들이 모여 있는 곳도 부산에 200곳이 넘는다"며 "월 5만 원을 내고 화장실과 부엌조차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주거환경은 최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세 월세 사글세 등 무주택자의 비율도 중구(57.1%)가 1위였다. 강서구(47.5%) 동구(46.5%) 등에도 집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1970년 이전에 건설돼 노후한 주택 비율은 강서구(20.1%) 동구(17.0%) 중구(13.8%) 등이 부산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해운대구(0.8%) 수영구(1.5%) 금정구(1.7%) 연제구(2.7%) 등 동부산권은 노후 주택 비율이 훨씬 낮아 대조를 이뤘다.
특히 건축 후 40년이 경과한 노후 주택 밀도는 부엌·화장실·목욕시설 없는 주택 분포와 거의 일치했다. 도시화 과정에서 구주거지와 신주거지가 명확한 경계를 이룬 것이다. 빈곤층의 주거지 분리 정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문단은 공공임대주택을 편중시키고, 빈곤 주거지를 방치하는 현재의 주택정책으로는 빈곤층의 분리·배제 현상을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의대 유동철(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열악한 주거환경이 빈곤층을 끌어들이고 빈곤층 밀집지역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형성시킨다"며 "빈곤층 주거지의 주택을 개조하고 지역 사회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상징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ㅛ-2>
# 먹고살기 힘든데 이사는 무슨…
- 빈곤층, 한 집서 장기거주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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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곤층이 밀집한 부산 부산진구 당감2동 재개발 예정지에서 노인들이 골목에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빈곤 주거지에 사는 주민들은 '떠날 생각'을 하기도 쉽지 않다. 빈곤층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한 주택에 거주하는 기간도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적 여건이 나쁜 빈민들이 주거 이동에 제약을 받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빈곤층이 낙후된 공간에 밀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지 취재팀은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추출해 부산지역 구·군 가구별 거주기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한 주택에 25년 이상 거주한 가구 비율은 도·농지역 특성상 강서구(34.1%)와 기장군(14.3%)이 비교적 높았다. 이들 구·군을 제외하면 기초생활수급자(이하 수급자)가 밀집한 동구(16%) 서구(14.7%) 영도구(10.3%) 등에 오랜 기간 거주한 주민이 많았다.
주택 거주기간은 동·서 격차뿐 아니라 신도시와 구도시 간 양극화도 확인시켜줬다. 신도시가 개발된 북구와 해운대구에 25년 이상 거주한 가구는 각 1.3%와 2.5%에 불과했다.
동부산권은 전반적으로 주거 이동이 자유로웠다. 주택 거주기간이 5년 미만인 가구 비율은 연제구(55.1%) 수영구(54.6%) 남구(54.1%) 해운대구(54.7%) 등이 부산 평균(50.9%)을 넘었다. 반면 서구(43.4%) 중구(49.6%) 등 서부산권은 평균에 미달했고, 영도구와 동구는 각 39.5%와 39.8%에 그쳤다. 거주기간이 10~20년인 가구 비율은 구·군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주택 거주기간은 구·군별 주택의 종류와도 관련돼 있었다. 거주기간이 긴 중·서·동·영도구는 주택 유형이 단독주택인 경우가 30~70%에 달했다. 반대로 거주기간이 짧은 북·수영·연제·해운대구 등의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같은 통계는 서부산권 고지대 단독주택들이 상당히 낙후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홍재봉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팀장은 "수급자들은 주거지가 재개발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경제적 사정 때문에 도저히 이사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당연히 주택 거주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고 만약 이사를 가더라도 주거비와 물가가 비슷한 인근 빈곤층 밀집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ㅛ-1>
부산지역 구·군별 25년이상 거주자 비율 |
구·군 |
비율 |
|
구·군 |
비율 |
중구 |
10.3% |
|
부산진구 |
6.7% |
서구 |
14.7% |
|
동래구 |
4.0% |
동구 |
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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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
6.1% |
영도구 |
10.3% |
|
해운대구 |
2.5% |
북구 |
1.3% |
|
금정구 |
4.5% |
사하구 |
4.3% |
|
연제구 |
3.8% |
강서구 |
34.1% |
|
수영구 |
3.6% |
사상구 |
2.1% |
|
기장군 |
14.3% |
|
부산지역 구·군별 주택 실태 |
구·군 |
9평 미만 주택 |
부엌 없는 주택 |
화장실 없는 주택 |
목욕시설 없는 주택 |
무주택자 |
노후 주택 |
|
구·군 |
9평 미만 주택 |
부엌 없는 주택 |
화장실 없는 주택 |
목욕시설 없는 주택 |
무주택자 |
노후 주택 |
중구 |
3.8% |
2.1% |
0.7% |
8.2% |
57.1% |
13.8% |
|
부산진구 |
2.0% |
0.5% |
0.3% |
8.5% |
45.1% |
4.8% |
서구 |
4.9% |
0.8% |
1.3% |
10.3% |
46.0% |
11.9% |
|
동래구 |
0.8% |
0.3% |
0.1% |
5.7% |
42.9% |
2.7% |
동구 |
5.2% |
1.3% |
2.8% |
10.7% |
46.5% |
17.0% |
|
남구 |
3.4% |
0.2% |
0.9% |
5.2% |
39.6% |
3.0% |
영도구 |
12.0% |
0.2% |
0.8% |
5.0% |
42.4% |
8.0% |
|
해운대구 |
1.8% |
0.1% |
0.0% |
2.8% |
40.6% |
0.8% |
북구 |
5.1% |
0.1% |
0.0% |
3.4% |
42.5% |
0.4% |
|
금정구 |
3.0% |
0.5% |
0.1% |
5.5% |
46.2% |
1.7% |
사하구 |
5.0% |
0.2% |
0.7% |
4.5% |
40.3% |
1.1% |
|
연제구 |
1.4% |
0.5% |
0.1% |
7.7% |
43.3% |
2.7% |
강서구 |
1.4% |
0.4% |
0.2% |
19.2% |
47.5% |
20.1% |
|
수영구 |
1.0% |
0.3% |
0.1% |
3.8% |
43.0% |
1.5% |
사상구 |
5.9% |
0.4% |
0.2% |
9.9% |
45.1% |
0.8% |
|
기장군 |
2.7% |
0.7% |
2.9% |
11.2% |
43.1% |
8.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