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금자리 잃는 빈곤층

- 재개발땐 기초수급자 5500여명 또 다른 '빈곤 섬' 이주
- 남구 대연동 등 74개동 포함 재개발구역 1281만7912㎡
- 기초수급자 11만8921명 중 경계 안에 현재 6100명 거주
- 원주민 재정착률 10% 미만…정부차원 주거안정책 찾아야

부산 빈곤층 5500여 명이 재개발사업에 밀려 보금자리를 잃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경제적 여건이 나빠 주거 이동에 제한을 받는 빈곤층들이 또 다른 '빈곤의 섬'을 찾아 떠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갈수록 빈곤층 주거지가 좁아지고, 빈곤층의 밀집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부추기는 것이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재봉 배분팀장은 "재개발이 진행되면 빈곤층은 두 가지 선택을 한다. 하나는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를 희망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비슷한 주거 수준의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결국 빈곤층은 인근 빈민촌에 정착하게 되고, 주거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본지 취재팀은 2009년 12월 현재 부산 재개발사업 예정지 190곳의 정확한 경계와 면적을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분석했다. 재개발구역이 여러 개 동에 걸쳐 있는 경우, 동별로 나눠 면적을 구했다. 분석 결과 부산지역 재개발구역 전체 면적은 1281만7912㎡로 나타났다. 재개발구역에 포함된 동(법정동 기준)은 74개였다. 재개발구역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남구 대연동(80만5628㎡)이었고 부산진구 당감동(53만9698㎡)과 부암동(46만2009㎡), 금정구 장전동(44만7784㎡), 부산진구 전포동(44만2022㎡) 등이 뒤를 이었다.

동의 전체 크기 대비 재개발구역 면적 비율로 따지면 동래구 복산동은 48%로 거의 절반 가까운 구간에서 재개발이 예정돼 있었다. 서구 남부민동(31.4%)과 초장동(28.1%), 남구 우암동(27.6%), 부산진구 범전동(23.8%)과 부암동(17.4%), 동래구 명륜동(15.9%) 등도 재개발 면적 비율이 높았다.

문제는 재개발 예정지 주위로 빈곤층이 몰려 있다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이하 수급자) 11만8921명이 재개발구역이 속해 있는 74개 동 안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9년 전체 수급자의 86.2%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낙후된 노후불량 주택을 끼고 사는 빈곤층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GIS와 엑셀로 동별 재개발구역 면적 비율과 수급자 분포를 비교해 보니 재개발구역 경계 안에는 현재 6100여 명의 수급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재개발사업 진행 때 원주민이 재정착하는 비율(최고 10% 안팎)로 곱하면, 재개발로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수급자는 5500여 명으로 추산됐다.

집을 잃고 떠날 것으로 예측되는 수급자는 서구 남부민동 377명, 금정구 서동 266명, 부산진구 전포동 254명, 동래구 복산동 238명, 부산진구 부암동 222명, 남구 대연동 211명, 남구 우암동 203명 등이다. 이들 동은 인접한 동에 비해 수급자 비율이 높은 곳들로,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경우 인접 동의 빈곤층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이석환 교수는 "재개발구역에서 빈곤층 주택 소유자 또는 세입자들의 재정착 비율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부산시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이들 빈곤층의 주거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재개발구역 내 원주민의 재정착률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10% 미만이다. 따라서 90%의 빈곤층은 생활 여건이 비슷한 곳으로 이사 갈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2000년 이후 인구가 450만 명이 될 것이라는 잘못된 예측으로 부산시 도시계획이 진행됐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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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구임대주택 밀집지역, 주변까지 슬럼화

- 정부·부산시, 정책적 실패
- 빈민층 주거 선택 폭 넓혀야

빈곤층이 몰리고 주변에 빈민촌이 형성된 곳에는 여지없이 영구임대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대규모로 조성된 영구임대주택이 지역 슬럼화를 조장하고, 기피와 차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영구임대주택은 도시화 과정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철저히 정부와 부산시의 정책적 목적으로 형성됐다는 점에서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동의대 사회복지학과 유동철 교수는 "부산지역 빈곤층 동서 격차의 핵심적 원인이 바로 영구임대주택의 밀집에 있다"고 평가했다.

본지 취재팀은 영구임대 2만6171세대, 공공임대(50년) 1963세대, 국민임대(30년) 8813세대, 매입임대 3065세대 등 부산지역 공공임대주택 전수의 지번을 입수해 엑셀과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분석했다. 매입임대 중 지번이 정확하지 않거나 정보가 부실한 일부 세대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분석 결과 임대주택은 북구 사상구 사하구 영도구 등 서부산권과 기장군에 집중돼 있었다. 서부산권 기초생활수급자(이하 수급자) 비율이 동부산권보다 훨씬 높고, 동부산권 중 유일하게 기장군이 부산 평균을 넘는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임대주택 중에서도 영구임대주택 주위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 9년 새 유일하게 수급자 수와 비율이 감소한 강서구에는 임대주택에 하나도 없었다.

읍·면·동별로는 북구 금곡동이 5312세대로 가장 많았고 사하구 다대동(5051세대), 사상구 모라동(4934세대), 영도구 동삼동(4524세대), 해운대구 반송동(3005세대), 기장군 정관면(2834세대), 북구 덕천동(2502세대), 기장군 기장읍(2005세대), 북구 만덕동(1796세대), 기장군 철마면(1084세대) 등이 10위권에 들었다.

상위 10위 안에 포함된 읍·면·동은 서부산권과 기장군을 제외하면 해운대구 반송동이 유일했다. 그러나 반송동 역시 2009년 수급자 비율이 2동 12.6%, 3동 7.4%, 1동 6.8%로 해운대구 내에서 좌동(0.6%)과 극심한 양극화를 보이는 곳이다.

다른 곳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임대주택 세대 수 상위권을 기록한 읍·면·동의 수급자 비율은 금곡동 14.3%, 다대1동 8.4%, 다대2동10.9%, 모라3동 28.8%, 동삼3동 17.1% 등으로 높다. 특히 이들 읍·면·동 대부분은 같은 구·군 내에서 '빈곤의 섬'을 형성하는 곳이다. 모라3동은 2009년 수급자 비율이 1위이며, 다대1동은 2000년→2009년 수급자 수가 2187명이나 늘어 웬만한 구·군보다 증가 숫자가 많다.

부산발전연구원 도시창조본부 이정헌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한 주택의 공급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적 차원에서 빈곤층의 경제적 자립능력을 향상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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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영구임대주택 현황 단지명 소재지 세대수 입주 연도 부곡 금정구 부곡동 553 1991 다대3 사하구 다대동 750 1992 학장1 사상구 학장동 720 1993 동삼1 영도구 동삼동 400 1993 개금2 부산진구 개금동 990 1994 덕천2 북구 덕천동 990 1994 반송 해운대구 반송동 1050 1995 동삼2 영도구 동삼동 1120 1995 다대4 사하구 다대동 1920 1995 다대5 사하구 다대동 2107 1996 덕천2 북구 덕천동 1507 1991 모라1 사상구 모라동 2529 1992 모라3 사상구 모라동 2385 1993 동삼1 영도구 동삼동 976 1991 동삼2 영도구 동삼동 1968 1993 반송 해운대구 반송동 1710 1991 금곡1 북구 금곡동 1099 1994 금곡2 북구 금곡동 1460 1994 금곡4 북구 금곡동 1937 1994 ※부산도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관리 분이 달라  　단지명이 중복될 수 있음.

부산지역 동별 재개발 및 기초생활수급자 현황 동 재개발 면적 기초생활수급자 수 대연동 80만5628㎡ 2375명 당감동 53만9698㎡ 1611명 부암동 46만2009㎡ 1424명 장전동 44만7784㎡ 1009명 전포동 44만2022㎡ 1863명 온천동 43만3030㎡ 1727명 감만동 41만8599㎡ 855명 우동 40만4482㎡ 1434명 우암동 39만7788㎡ 819명 감천동 39만6328㎡ 159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