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빈곤의 양극화는 구·군별 동·서 격차보다 같은 구·군 내 읍·면·동별 차이에서 더 두드러진다. 같은 자치구·군 안에서도 빈곤층이 분리·배제되는 현상이 뚜렷한 것이다. 임대주택 재개발사업 등의 주택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본지 자문단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동의대 사회복지학과 유동철 교수는 "지금까지의 주거정책은 빈곤층을 특정 지역에 몰아넣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정부와 부산시의 잘못된 정책이 부산의 동·서 격차, 특히 구·군 내 극심한 양극화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본지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통해 분석한 2009년 기준 부산의 기초생활수급자(이하 수급자) 분포 특성을 읍·면·동별로 확대해 자세히 들여다봤다.

■모라동 VS 주례동

사상구 모라3동은 수급자 비율이 무려 28.8%로 부산 215개 읍·면·동 중 가장 높다. 2000년→2009년 수급자 비율 역시 10.3%포인트나 올라 1위다. 한마디로 지난 9년 새 빈곤층 밀집도가 최고로 높았던 동네다. 대단지 영구임대주택이 밀집돼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사상구의 전체의 수급자 비율이 4.7%, 주례3동을 제외한 최고 동별 비율이 5.3%(감전동)인 것과 비교하면 모라3동은 그야말로 '빈곤의 섬'이다.

반면 주례3동은 수급자 비율이 2%에 머물렀다. 주례1동과 주례2동도 각 2.7%, 2.3%에 그쳐 부산 평균(3.9%)에 훨씬 못 미쳤다. 사상구 내에 영구임대주택이 모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 빈곤층 주거지가 형성되는 양상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이다.

■반송동 VS 좌동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12.6%로 높아 같은 해운대구 내 좌동(0.6%)과 극심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반송2동 전경.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부산의 인구와 돈, 자본과 개발이 모두 집중되고 있는 해운대에도 '빈곤의 섬'은 존재했다. 해운대구의 양쪽 끝 지점인 반송동과 송정동은 서부산권에 버금가는 빈곤층 밀집지역이다.

동별 수급자 비율을 보면 반송2동은 12.6%, 반송3동·송정동은 7.9%로 매우 높다. 반송·재송동에다 좌동을 비교하면 이들 동이 같은 구에 속했다는 게 의아할 정도다. 좌4동의 수급자 비율은 0.3%, 좌1·2동은 각 0.4%에 불과하다. 좌동 전체로도 0.6%밖에 안 된다.

특히 해운대구는 부산 전체 읍·면·동 중 가장 수급자 비율이 낮은 좌동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비율 상위 20위 내에 드는 동이 3개나 돼 현저한 대비를 보여줬다. 풍요 속 빈곤인 셈이다.

■다대동 VS 하단동

사하구 역시 해운대구와 마찬가지로 위, 아래 양쪽 끝에서 빈부 격차가 상당했다. 아래쪽에 위치한 다대2동은 수급자 비율이 10.9%나 됐고, 다대1동은 9년 새 수급자가 2187명이나 증가해 부산 전체에서 1위였다. 다대1동의 수급자 증가 수는 2000년→2009년 웬만한 구·군의 수급자 증가 수를 초월했다.

가장 위쪽에 자리한 하단동은 정반대였다. 하단2동의 수급자 비율은 1.4%로, 부산에서 10번째로 낮았다. 하단1동도 1.6%로 사하구 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중간지점의 신평·괴정·당리동 등은 평균 2~5%의 수급자 비율을 보이며 마치 다대동-하단동 양극화의 절충지 역할을 하는 듯한 형태를 띠고 있다.

■금곡동 VS 화명동

북구는 화명동을 끼고 위쪽 금곡동과 아래쪽 덕천동이 극한 대치를 이뤘다. 다른 구·군의 읍·면·동별 양극화가 약간씩 거리를 두고 진행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화명동의 수급자 비율은 화명3동 0.3%, 화명1동 1.3%, 화명2동 2.6% 등으로 부산 어느 곳과 비교해도 낮다. 그러나 금곡동은 14.3%로 부산 전체에서도 수급자 비율이 3번째로 높다. 바로 아래 덕천동도 덕천3동 13%, 덕천1동 10% 등으로 화명동과 비교 자체가 어렵다.

북구의 이 같은 동별 격차는 화명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빈곤층들이 대거 인근으로 밀려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동삼동 VS 영선동

영도구는 정확히 아래 위 절반이 나눠졌다. 동삼동이 빈곤층 주거지로 분리·배제 되는 현상이 뚜렷했다. 이에 반해 영선동을 중심으로 봉래·청학동 등은 중산층 벨트를 구성했다.

동삼3동의 수급자 비율은 17.1%로 사상구 모라3동에 이어 부산에서 2번째로 높다. 영도구 전체의 수급자 비율(5.5%)이 높은 것도 동삼3동의 영향이 컸다. 동삼1동도 6.9%로 수급자 비율이 상당히 높았는데, 이는 동삼동에 대단지 영구임대주택이 몰려 빈곤층 주거지 형성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영선동은 동삼동의 양상과 크게 달랐다. 영선1동 수급자 비율은 1.7%, 영선2동은 2.6%로 영선동만 보면 영도구가 서부산권에 포함됐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 어떻게 취재했나

- 임대주택·재개발구역 지번 등 지리정보 시스템으로 분석

본지는 직접 취재, 정보공개청구, 부산시와 16개 구·군 통계연보 및 백서 조사,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 가공 등의 방법으로 2000년과 2009년 부산지역 읍·면·동별 기초생활수급자 전수, 임대주택 및 재개발구역 지번 전수, 빈곤층 주택 시설현황 등의 자료를 엑셀과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분석했다.

통계의 오류를 줄이고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부산발전연구원 도시창조본부 이정헌(임대주택 관련 권위자) 선임연구위원, 경성대 도시공학과 이석환(서·금사 뉴타운 총괄계획가) 교수, 동의대 사회복지학과 유동철(복지정책 권위자) 교수, 사회복지연대 박민성(복지기획자) 사무처장,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재봉(현장 사회복지사) 배분팀장 등 각 분야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의 자문을 구했다.

2000년 읍면동 수급자 비율 상·하위 상위   하위 모라3동 18.5%   좌동 0.2% 덕천3동 13.0%   남천2동 0.3% 금곡동 11.6%   만덕3동 0.4% 다대2동 11.0%   장림2동 0.5% 동삼3동 9.6%   대연3동 0.6% 반송2동 9.5%   사직2동 0.7% 범일5동 8.9%   신평2동 0.7% 덕천1동 8.0%   영선1동 0.7% 수정4동 7.9%   연산9동 0.7% 용호2동 7.3%   수민동 0.8% 전포3동 7.0%   광안1동 0.8% 감천2동 6.7%   감천1동 0.9% 부곡1동 6.4%   구서1동 0.9% 일광면 6.4%   용호4동 1.0% 장안읍 5.5%   대연1동 1.0% 녹산동 5.4%   우2동 1.0% 범일4동 5.3%   화명동 1.0% 우암2동 5.1%   용호3동 1.0% 초량6동 5.0%   당리동 1.1% 좌천1동 5.0%   만덕2동 1.1%

2009년 읍면동 수급자 비율 상·하위 상위   하위 모라3동 28.8%   좌동 0.6% 동삼3동 17.1%   사직2동 0.9% 금곡동 14.3%   남천2동 1.0% 덕천3동 13.0%   수민동 1.0% 반송2동 12.6%   우2동 1.1% 다대2동 10.9%   화명동 1.2% 범일5동 10.0%   만덕3동 1.3% 덕천1동 10.0%   대연3동 1.3% 초량2동 9.3%   구서2동 1.3% 수정4동 9.3%   하단2동 1.4% 수정5동 9.2%   용호1동 1.4% 범일4동 9.2%   반여1동 1.5% 초량6동 8.6%   하단1동 1.6% 아미동 8.5%   대연1동 1.6% 다대1동 8.4%   명지동 1.6% 송정동 7.9%   거제1동 1.6% 부곡1동 7.9%   당리동 1.7% 좌천1동 7.8%   괴정1동 1.7% 반송3동 7.4%   영선1동 1.7% 수정2동 7.3%   안락2동 1.8%

2000~2009년 읍면동 수급자 비율 증감 상·하위 상위   하위 모라3동 10.3%p   용호2동 -5.6%p 동삼3동 7.5%p   녹산동 -3.5%p 송정동 4.8%p   전포3동 -2.1%p 수정5동 4.6%p   장안읍 -1.3%p 다대1동 4.5%p   명지동 -1.2%p 초량2동 4.4%p   금성동 -1.2%p 구포1동 4.0%p   서대신3동 -0.9%p 아미동 3.9%p   장전2동 -0.9%p 범일4동 3.9%p   구평동 -0.9%p 초량6동 3.6%p   철마면 -0.7%p 초장동 3.6%p   서대신4동 -0.5%p 반송3동 3.5%p   재송1동 -0.4%p 초량1동 3.5%p   거제1동 -0.4%p 서1동 3.3%p   가야1동 -0.3%p 연산6동 3.3%p   반여1동 -0.3%p 보수동 3.2%p   정관면 -0.3%p 부전1동 3.2%p   거제4동 -0.2%p 초량3동 3.1%p   일광면 -0.2%p 반송2동 3.0%p   괴정2동 -0.1%p 광안3동 3.0%p   명륜1동 -0.1%p

2000~2009 읍면동 수급자 수 증감 상·하위 상위   하위 다대1동 2187   용호2동 -919 금곡동 1548   다대2동 -771 기장읍 1078   감천2동 -305 동삼1동 796   장전2동 -280 모라3동 740   녹산동 -278 만덕2동 687   개금3동 -194 남산동 666   전포3동 -175 구포3동 666   덕천3동 -166 동삼3동 599   장안읍 -160 감천1동 534   수정4동 -138 연산9동 517   일광면 -129 우1동 507   명륜2동 -126 장림2동 480   구평동 -114 연산6동 472   장전1동 -108 구포1동 466   괴정2동 -101 재송2동 459   연산1동 -97 화명동 455   명륜1동 -94 송정동 419   개금1동 -90 연산4동 412   괴정3동 -87 초읍동 409   서대신3동 -86

2009년 구·군별 수급자 비율 최대 최소 읍면동 최대 비율   최소 비율 동광동 7.3%   광복동 2.7% 아미동 8.5%   서대신4동 3.2% 범일5동 10.0%   범일2동 4.6% 동삼3동 17.1%   영선1동 1.7% 범전동 6.7%   당감3동 1.8% 복산동 3.9%   사직2동 0.9% 우암2동 7.3%   대연3동 1.3% 금곡동 14.3%   화명동 1.2% 반송2동 12.6%   좌동 0.6% 다대2동 10.9%   하단2동 1.4% 부곡1동 7.9%   구서2동 1.3% 강동동 6.3%   명지동 1.6% 연산3동 6.3%   거제1동 1.6% 광안3동 4.9%   남천2동 1.0% 모라3동 28.8%   주례3동 2.0% 일광면 6.2%   정관면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