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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리포트 <3-12> 예술을 입은 동대신 2동 `닥밭골`

온 마을이 캔버스… 예술 흐르는 파스텔 골목으로

벽화 그리고 쌈지공원 만들고…

삭막했던 마을이 '닥밭골 갤러리'로 다시 태어나

산복도로에 살다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0-04-12 20:19:35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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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동대신2동의 산복도로 마을인 닥밭골에 조성된 공용화장실.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고 주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발현된 산복도로 마을이 있다. 부산 도심에 '대문'이 없는 마을로 모두 80여 가구가 사는 서구 동대신2동 '닥밭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더듬어가며 공동체적 가치를 복원한 이곳엔 우리 삶의 어제와 오늘이 공존한다. 또 재기발랄한 벽화와 시, 사진이 채워진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절로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동네사람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골목의 진면목을 느끼고 싶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마을 공동체에 예술을 입히다

   
이 마을의 작은도서관.
닥밭골은 옛날 닥나무가 많이 나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전쟁 이후 주택지로 조성됐으나 현재는 고지대 영세주민 밀집지역으로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 이곳 주민의 평균연령은 60대로 오랜 시간 서로 의지하며 살다 보니 주민 모두가 정으로 뭉친 한 가족 같다.

지난해 주민들은 고도제한으로 재개발이 불가능해지자 획일적인 개발 대신 '도시공동체 마을'을 테마로 한 도로정비와 벽화조성,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침체되어 있는 마을 분위기를 '살맛나고 정감 있는' 마을로 바꾸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한 것이다.

이에 지난해 8월부터 동대신2동주민센터 직원, 주민자치위원회, 신라대 백문현 교수, 남호원 작가 등은 본격적으로 '닥밭골 갤러리'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주민자치위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닥밭골 주민자치학교'를 열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참여를 도모했다.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스스로 문패디자인과 새주소 표지판 등을 부착했다. 사업비는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돼 1억5000만 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백 교수와 주민들은 사업 기간 정기적으로 토론회를 열고 닥밭골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골마을'이라는 콘셉트로 꾸몄다.

자원봉사자들과 희망근로자들의 도움도 이어졌다. 인근 대신여자중학교 미술부 학생 50여 명은 회색 담장에 밑그림을 그리고 색깔을 채워넣었다. 학생들의 손길이 지나간 곳에는 삭막한 회벽대신 파스텔 색상의 꽃과 풀이 자리 잡았다. 희망근로자들은 시커먼 벽과 지붕의 때를 벗기고 색을 입혔다. 동참한 주민들은 "벽화 하나 그린 것뿐인데 골목길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작은 손길들이 모여 마침내 지난해 12월 '꿈과 희망이 넘쳐나는 닥밭골 갤러리'를 완성했다.

■우범지대에서 예술이 흐르는 문화골목으로

   
닥밭골의 주민쉼터.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노후한 주택이 많았던 이곳은 주변에 동신초등학교, 대신여자중학교 등 학교들이 많이 집결된 곳이었지만 학생들이 이용할 만한 문화적 공간이 없고 삭막한 분위기여서 발길이 닿질 않았다. 그러나 1년 사이 잡풀이 무성했던 빈집 마당에는 공예 작품이 전시되고 건물이 헐린 빈터에는 주민 쉼터와 쌈지 공원이 조성되는 등 예술이 흐르는 골목길로 바뀌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주민센터 내 약 5000권의 도서를 갖춘 작은 도서관인 닥밭골 도서관이 개관하면서 주민과 학생들의 문화공간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곳은 맞벌이 부부와 홀로 사는 노인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이들을 위한 다양한 도서를 구비하고 있다.

이제는 등산객과 학생, 사진작가들이 일부러 찾으면서 마을이 활기를 찾고 있다. 동대신2동주민센터 윤성욱 씨는 "음침한 곳에 자리잡은 언덕길인 데다 빈집도 많아 청소년 우범지대라는 민원이 끊이질 않았던 곳이었다. 닥밭골 갤러리가 조성된 뒤로는 이 곳을 지나는 사람이 많아져 민원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갤러리 작업이 끝나면서 이제 마을을 지키는 것은 주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겉만 그럴싸하게 꾸며 봐야 관광객에게 감흥을 주지 못하므로 산복도로의 삶을 함께 보존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다들 형편이 여의치 않아 마을 갤러리를 지켜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주민센터와 주민자치위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주민센터는 닥밭골 갤러리의 홍보를 위해 오는 6월 사진 콘테스트 등 문화 축제를 열 계획이다. 또 자체방송국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박선석 통장은 "마을 주민이 환경 재정비 사업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복원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보여줌으로써 지역 방문객 증대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들이 의무와 책임의식을 갖고 힘을 모아 스스로 닥밭골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 닥밭골 갤러리 참여 남호원 작가

- "공공미술, 주민이 참여할때 빛 발해"

   
"공공미술은 지역 주민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므로 그들의 생각이 가장 중요합니다. 주민들이 협의를 거쳐 작업에 동참한다면 공공미술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단순한 예술 작품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 서구 동대신2동 닥밭골 갤러리 조성사업에 참여한 남호원(사진) 작가는 산복도로 미술사업이 결실을 거두려면 주민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닥밭골에서 일부 작업을 하고 있지만 공공미술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작가정신과 주민 정서를 융합하는 것이다. 작가의 역량으로 눈에 띄게 잘 그리는 것만이 결코 주민들을 위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공공미술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산복도로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문화혜택이 적다보니 미술의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림만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 주민들에게 문화 혜택을 주고 관공서와 연계해 마을 정비가 함께 진행돼야 주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남 작가는 최근 산복도로마다 문화관광지로 개발되는 데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두 곳은 집중적으로 조성하되 나머지는 주민생활을 위한 환경개선에 치중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복도로가 문화관광지로 개발되기 위해선 지속적인 예산 투입과 관리가 가장 중요한데 모든 산복도로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있는 아기자기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골목길과 마을 광장 등 마을의 공공영역을 가꾸는 것만으로도 마을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닥밭골은 주민들이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이상적인 공동체적 마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곳은 도심속의 마을 공동체로서 활력을 되찾고 공동체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주민들이 애향심을 갖고 스스로 마을을 지키는 한편 민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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