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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8> 화엄경

갈등과 분쟁의 세상, 화엄세계로 오라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2-11 20:52:53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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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목판본 중 가장 오래된(1098년 제작) 해인사 '화엄경 수창판'. 국제신문DB
흔히 불교경전은 어렵다며 지레 겁을 먹는다. 범부들이 이해하기는 애당초 불가능하다며 경전 공부를 멀리하는 이들까지 있다. 그것은 큰 잘못이다. 경전 즉 부처님 말씀은 깨닫지 못한 중생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깨달은 사람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 경전은 한마디로 어리석은 중생이 어리석음을 깨우쳐 영원하고 완전한 자유와 행복의 경지인 부처로 나아가는 방법을 인연 따라 설해놓은 것이다. 그런 경전 중에서도 특히 화엄경은 깨달음의 세계와 깨달음으로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잘 일러주고 있는 경전이다.

화엄경은 우리나라 불교에서 최고의 경전으로 여겨지며 한국불교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경전이다. 부처님이 깨달은 내용을 한껏 펼쳐 보인 경전이며 깨달음의 진면목을 이해하려면 화엄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경전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아래의 적멸도량에서 시작하여 지상과 천상의 7곳에서 9회에 걸쳐 법회가 이루어지며 내용상으로 39품으로 분류된다.

화엄경의 정식 이름은 대방광불화엄경이다. 진리를 깨달은 부처님의 눈으로 본 세상의 실상은 가지가지 꽃으로 화려하게 장엄된 평화롭고 완전한 세계이다. 우리 중생들은 욕심과 번뇌 때문에 세상의 실상을 보지 못하고 생사윤회의 세계를 보고 고통스러워 한다. 화엄경에서는 세상의 실상을 설명하고 그 실상을 깨닫는 과정과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화엄적 세계관은 법계연기와 원융무애로 요약될 수 있다. 우주법계는 모두 서로 의존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유기체적 전체이다. 나로 예를 들면, 나를 나이게끔 하는 것, 즉 나의 본질은 다름아닌 나 아닌 것들, 즉 남이다. 남이 곧 진정한 나이다. 즉 나는 철저하게 나 아닌 세상의 모든 것들에 의존하여 존재한다. 또한 보잘 것 없는 나인 것 같지만 내가 있기 위해서는 우주 전체가 있어야 하므로 나는 이 우주 전체의 총화이며 이세상 모든 것 또한 그러하다. 그러므로 내안에 우주 전체가 있고 우주 전체 안에 내가 있으며 내가 곧 우주이고 우주가 곧 나이다. 내가 우주의 중심이고 주인이며 이 세상 모든 것 또한 그러하다. 내가 우주의 중심인 것이 남이 우주의 중심인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것이 화엄경에서 설하는 이 세상의 실상이다.

현실의 우리는 남과 구별되는 나를 세우고 남과 끊임없이 대립하고 갈등하며 나를 이롭게 하기 위하여 남을 해친다. 화엄적 세계관에서 보면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며 내 주위 즉 환경을 살리는 것이 나를 살리는 길이다. 시인 서정주는 이러한 화엄적 세계관을 멋지게 다음과 같이 시로 표현하고 있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언뜻 보기에는 가을에 피는 국화꽃과 봄에 우는 소쩍새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 보이지만 이 세상에는 서로 연관관계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러한 화엄적 세계관은 현대과학과도 상통하고 또 입증되고 있다(나비효과, 구두끈이론 등). 이러한 세계관을 가지면 우리가 평소 반대개념이라고 믿고 서로 갈등하고 분쟁해왔던 것들이 서로 걸림 없이 통하고 화해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상생의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존재와의 끊이지 않는 갈등에 지쳐 있거나 하루하루의 삶이 인생의 의미를 모른 채 헤매임의 연속이라면 화엄경에 주목하라. 화엄경은 이 세상을 조화롭고 평화롭고 보람있게 살아갈 바른 견해를 일러주는 경이다. 인간 완성의 비전을 제시하는 종합 지침서로 부족함이 없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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