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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52> 한국인이여, 발해를 넘어라

발해에 매몰돼 연해주·북방지역 고대사 잃어가는 건 아닌지…

거란·여진 중국사로 넘겨줄 판 감성만 자극하는 설익은 기사들

우리네 옛문화에 대한 무지 키워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4-02 20:42:45
  •  |   본지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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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발해연구의 아버지 샤프쿠노프 박사의 묘지를 참배하는 필자.
2005년 여름 필자는 문화재연구소에서 준비한 연해주 발해답사에 통역 겸 가이드로 고구려문제 대책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7명과 동행한 적이 있었다. 이들 국회의원은 험한 연해주에서 모기들과 싸우며 한마디 불평도 없이 진지하게 답사에 임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노당 소속 의원들이 한데 갔으니, 여의도에서 서로 몸싸움도 해봤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발해 답사 과정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우애 좋게 답사하는 모습을 보니 참 보기도 좋았다. 의원들은 답사 때 발해연구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같은 해 말에 다툼하기도 모자라는 예산심의 때에도 가장 먼저 발해연구 예산증액을 통과시켰다. 발해 사랑에는 여야도 없으니 발해의 힘이 대단한 것 같다. 그런데 답사 과정에서 유적이나 유물을 보여주면 "이거 발해 것인가요?"를 반복하듯이 묻는 것이었다. 발해라고 하면 다들 관심을 가지고 사진도 찍다가도 발해가 아니라면 그냥 지나치기가 일쑤였다. 결국 발해보다 앞선 시기는 '전(前) 발해' 이후는 '후(後) 발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이게 한국에서 연해주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겠다. 오로지 발해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발해는 이전부터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기반을 둔 것이고, 또 발해 뒤에 나라를 이룬 거란이나 여진도 발해의 영향을 받아서 국가를 세운 것이니 우리 역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발해를 제외한 연해주의 고대사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거의 없다. 동양사학계에는 중국 본토중심이고, 한국에서는 한반도가 중심이니 정작 연해주의 여러 역사는 빠져있게 된 셈이다. 이러니 중국이 거란도 중국사, 여진도 중국사라고 해도 제대로 반박도 못하는 실정이다.

요즘은 연변의 조선족이 중국의 일부이니 한국사에서 북한쪽은 중국사의 일부라고도 하니,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 물론 여진, 말갈, 거란 같은 오랑캐가 어찌 우리의 역사냐고 화낼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한족의 역사로 가게 놔둘 수는 없다. 만주와 연해주에서 자신의 국가를 이룬 민족은 우리가 유일하다. 다른 민족들은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거나 이미 중국화되어 그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좀 더 넓은 시각에서 그 역사를 논해야하지 않을까. 비유하자면 친척이 대가 끊겼다면 사촌뻘 되는 친척이라도 그 대를 잇는 게 맞지, 얼토당토 않은 관계없는 사람들이 그 친척이 우리의 조상이라고 나서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발해에만 관심이 있는 데에는 언론들도 일조했다. 발해고분을 파서 칼이 나오자 당장에 '발해장군의 묘'라고 대서특필하고 증명되지도 않은 갑옷이며 얼굴까지 3D복원까지 해서 기사화하는 형국이다. 칼이 출토되었다고 장군이면 도대체 가야고분에는 장군들만 묻혔단 말인가. 역사적으로도 증명되지 않은 아무르강(흑룡강) 중류 유역까지도 발해의 영역이라고 성급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필자는 발해에 대한 관심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설익은 기사들을 쏟아내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모습이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발해의 역사를 모르는지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 같을 따름이다. 전문가들이 보면 기가 찰 법한 기사들이 나오는 것을 중국이나 일본학자들이 본다면 오히려 우리의 연구수준을 얕보지나 않을지.

또 발해의 유적에서 나타나는 중국계의 문물도 지나치게 무시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발해같이 큰 나라에서 주변국가의 요소가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미국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살고 자신들의 문화를 유지한다고 미국이 어디 작은 나라인가.

필자가 지난 50여회 넘게 북방역사기행을 연재하면서 발해의 여러 모습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결론은 역설적으로 '발해를 뛰어넘자'이다. 발해를 넘어서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연해주와 북방지역을 조망하자는 바램에서였다. 발해가 있었던 연해주와 송화강유역 등 동간도 지역에 대한 통시대적인 차분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 북방기행에서 보여준 다양한 이 지역의 모습을 통해 연해주에는 '발해'뿐 아니라 무궁무진한 우리네 옛 문화가 숨어있었음을 보여주었으면 했었다.

여담으로 2005년도에 발굴장을 방문했던 의원들은 2008년 선거에서 모두 재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연해주 발해의 정기가 강하긴 강한 모양이다. 다음 선거 즈음되면 금배지에 관심 있는 분들이 같이 발해 답사를 가자고 할지도 모르겠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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