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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49> 칫솔을 발명한 발해 유민들

칫솔의 기원, 중국 아닌 발해일 가능성 있어

발해 흔적 남아있는 '친 톨고이' 성터

발굴 현장에서 칫솔 형태 유적 발견

고도의 문명 자랑한 발해 작품 아닐까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3-12 19:57:22
  •  |   본지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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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톨고이' 성터에서 발견된 칫솔.
인간과 동물의 수많은 차이 중 하나는 양치질일 것이다. 또 양치질을 못하는 것 만큼 우리를 괴롭히는 것도 없을 듯 하다. 필자도 발굴현장에 가서 한 사나흘 목욕 못하는 것은 어떻게든 견디겠지만 이빨을 못 닦게 한다면 하루도 견디기 어렵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 최고의 발명품 목록에 칫솔이 언제나 상위에 랭크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우주선이 달나라 안 가도 살 수 있지만, 양치질 못하면 살 수 없으리라.

현대의 칫솔과 같은 형태는 15세기 중국에서 처음 만들었고, 서양에서는 1708년 영국사람 스테판 드라팔(Stefan Drafahl)이 감옥에서 발명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빨 닦는 것은 근대 문명의 유산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오해하지는 말자. 옛 사람들이 칫솔이 없었다고 이빨을 안 닦았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사람이 음식을 씹는 이상, 이빨을 닦는 도구를 찾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빨을 닦는 막대기는 이미 기원전 3000년 전 이집트에서도 출토되었으며,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치아를 관리했다. 치주염, 충치, 치통만큼 인간을 괴롭혀온 질병도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삼국지에도 조조가 중요한 회의를 할 때는 맑은 우물물을 퍼서 양치질을 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모택동도 녹찻잎을 씹어서 치아 건강을 유지했다고 하니, 다들 어떤 식으로든지 치아관리를 했었다. 대부분의 백과사전에는 현재 우리가 쓰는 칫솔은 15세기에 중국에서 발명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발굴성과를 보면 중국 북방과 몽골의 거란족이 요나라 유적에서 칫솔이 다수 발견되어서 11~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에 최근에는 발해의 유민이 살았던 요나라 성지에서도 칫솔이 발견되어 그 기원에 대한 중요한 시사를 하고 있다. 역사서에는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족은 요나라를 세우고 선진문화를 영위했던 발해인을 대량으로 몽골로 이주시켜서 살게 했다고 되어 있다. 최근 몽골에서는 러시아와 몽골이 합동으로 발굴하는 '친 톨고이' 성터에서 실제 발해의 유민들이 살았던 흔적이 발견되어 역사기록이 실제로 증명되었다. 그 발굴의 책임자인 극동과학원의 A.L. 이블리예프 박사는 발해의 유민이 세운 친 톨고이 성지의 발굴을 필자에게 보여주었다. 망국의 한을 품고 삭막한 초원에서 살아야했던 발해인들은 추운 지방에서 문명을 일구었던 노하우를 거란족들에게 전해주었고, 거란족이 거대한 요제국을 만드는 데에 밑거름이 되었다. 친 톨고이 유적은 실제 역사기록대로 토기며 성의 축조 방법 등에서 발해의 것과 유사했다. 발해사가 극동에서 중앙아시아로 연장되는 귀중한 자료인 셈이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넘어가던 그림 속에서 흥미로운 것이 발견되었다. 바로 칫솔이었다. 뼈를 잘 갈아서 현재의 칫솔같은 형태를 만들어서 칫솔모가 꽂히는 곳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칫솔모를 단단히 묶을 수 있게 홈과 작은 구멍이 파져있다. 이런 칫솔은 중국 북방과 몽골 등지의 요나라 유적에서 다수 확인되고 있다. 적어도 칫솔의 기원은 중국이 아니라 거란족인 셈이다. 물론, 현재 중국 사람들의 논리에 따르면 징기스칸도 중국인, 거란족도 중국인이니 중국의 발명이 맞는다고 우기겠지만, 여하튼 '찬란한' 중원문화의 산물이 아님은 분명하다.

친 톨고이의 칫솔을 보는 순간 그동안 의문스러웠던 요나라 칫솔의 기원이 발해 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칫솔은 문명을 영위하던 사람들이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거란족과 같은 유목민족의 창작품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북방지역보다 수십~수백 배의 유물이 출토된 중원지역에서도 아직 이 시기의 칫솔이 발견된 적이 없으니 중국인의 창조품일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렇다면 혹시 발해인이 사용했던 것은 아닐까? 친 톨고이의 칫솔은 누가 봐도 이빨을 닦는 칫솔이 분명하고, 발해인들은 고도의 문명을 지닌 국가였다. 혹시 모랫바람이 심하게 부는 몽골 초원에서 입안에 끼는 모래들을 닦아내기 위해서 칫솔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앞으로 발해유적에서 칫솔이 나올 날을 기대해본다.

이래저래 몽골의 발해유적은 앞으로 발해연구의 지평을 중앙아시아로 넓힐 것이며, 또 인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가 발해의 창조품일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금속활자, 거북선과 함께 칫솔이 우리 민족의 발명품으로 역사책에 기록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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