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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43> 120년 전 한국에 고고학을 소개한 서양선교사

한국 근대 고고학 원조는 일본이 아니다

1892년 주한 선교사들이 펴낸 잡지에

연해주 패총 발굴 관련 논문 실려

한국고대사의 중요 자료로 소개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1-29 20:45:42
  •  |  본지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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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페샨느이 패총 모습.
한국에 근대적인 고고학을 처음 소개한 사람들은 누굴까?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일제 때 총독부 산하의 조선고적연구회를 필두로 하는 일본 고고학자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식민지가 된 우리 땅의 문화재를 마음껏 발굴하며 자신들의 실습장으로 만들었으니, 우리로서는 분하지만 당시 일본만이 아니라 모든 제국주의 나라의 특권이기도 했었다. 물론 일본 총독부에서 근무했던 고고학자들이 개인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으며,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문화재 조사를 이어왔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제시대 내내 한국사람은 전혀 참여시키지 않았으며 정말 훌륭한 골동품들이 수도 없이 도굴되어 무수히 일본으로 반출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1945년 해방되자 한국 내에서는 발굴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황급히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본 고고학자 아리미츠 교이치(有光敎一)를 붙잡고 배웠다. 얼마나 일본 제국주의 고고학이 한국사람을 소외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필자가 아는 한 현지인을 의도적으로 제외시키고 식민지를 발굴한 제국주의 나라는 일본밖에 없으니, 참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총독부에서 한 발굴은 화려한 고분들에만 집중돼 일본의 식민지화를 선전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필자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근대적인 고고학을 최초로 도입·소개한 나라는 일본이 아니다. 일본 사람이 공식적으로 한국의 고고학을 조사한 것은 필자가 뒤져본 바로는 1900년도 야기 쇼샤부로(八木奬三郞)의 조사다. 반면에 구한말 서양 선교사가 간행한 'Korean Repository'에 소개된 연해주 패총에 대한 논문은 1892년에 출판되었으니, 고고학을 최초로 소개한 원조는 따로 있었던 셈이다.

1892년 한국에 거주하던 선교사들이 간행한 'Korean Repository'라는 잡지는 한국 최초의 근대잡지이다. 당시 명성황후의 시해 및 국권침탈 등 풍전등화의 한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잡지로, 한국근대사를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또 한국의 다양한 풍습과 문화들도 소개했는데, 영어로 쓰여서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창구 역할을 했다. 그런데 1892년 1월에 간행된 창간호에는 '한국에 인접한 러시아의 고대문화와 한국의 석기'라는 논문이 수록됐다. 이 글을 쓴 맥고완(Mcgowan)이라는 사람은 러시아 연해주의 고고학적 연구가 발해를 비롯한 한국 고대사에 대한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영어권의 독자들에게 소개한다고 했다. 그 반응은 놀라웠던 것 같다. 그해 8월 맥고완이 말한 얀콥스키 패총의 보고서 원문이 번역돼 실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고학 관계 논문이 당시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바로 당시 외국인들은 연해주와 만주를 한국의 역사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맥고완이 소개한 패총을 발굴한 마르가리토프는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발굴된 오모리(大森)패총과 함께 당시 동아시아의 고고학의 서장을 연 획기적인 발굴로 평가받는다(물론 일본 사람들은 오모리 패총만 언급할 뿐 마르가리토프에서 대해서는 침묵한다). 마르가리토프는 이 패총의 주인공을 발해보다 이전에 존재한 옥저라고 보았다. 120여년 전 연해주의 러시아 사람이 패총의 발굴을 통해서 한국 고대사를 해석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지난 호에 이야기했던 비추린의 번역 덕분일 것이다.

필자가 'Korean Repository'의 기사를 찾아낸 것은 1992년으로 기억된다. 당시 서울대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다가 얼핏 스쳐간 'Korean Repository'를 'Korean Properties'로 잘못 보고 문화재 관련 잡지인 줄 알고 펼쳐들고 책장을 넘기다가 이 패총에 대한 논문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4학년 졸업반이었던 지라 그 중요성은 잘 모르고 일단 복사만 해두고 거의 잊고 있었다. 몇 년 전 옛 자료를 정리하면서 다시 이 논문을 보게 되었고 그 가치를 재발견하게 돼 얼마 전에 학회에서 발표했다.

러시아 연해주의 한·러 국경지역을 통해서 한국 고대문화의 실체를 밝히려던 선교사들의 노력은 일본의 국권침탈로 곧 정지되면서 잊혀지게 됐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연해주가 한국역사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려고 했고, 또 연해주와 간도를 한국 역사의 일부로 파악했다.

급박한 구한말의 상황에서도 한국고대사의 자료를 구하고 적극적으로 영어권 독자들에게 소개하려 했던 당시 선교사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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