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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40> 발해를 좋아하는 일본인들

'만주=한국' 논리로 대륙침략 정당성 부르짖는 일본

"만주는 조선땅이니 당연히 일본이 지배"

日학자들, 군인까지 동원 발해유적 발굴

여섯빛깔 문화이갸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1-08 19:59:48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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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성을 발굴하는 일본인과 그를 지키는 헌병대.
일본인이 발해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는 20세기 초반이었다. 19세기 후반기부터 근대적 사학이 동아시아에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동북아시아를 연구한 사람들은 일본인이다. 이 때에 잊혀진 발해의 역사를 다시 연구하고 발해가 중국의 역사와는 관계없이 별도로 존재했다는 것을 강조했으니, 우리로서는 상이라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턱대고 일본사람을 칭찬하기에는 그 배경이 너무나 팍팍하다. 일본의 연구는 1920~1930년대 대륙을 침략하던 일본 세력의 팽창과도 관계있다. 일본은 메이지연간에 한국을 침략하면서 그 역사적 명분으로 내선일체론을 주장했다. 또 한국을 무지몽매한 나라로 간주하고 한국의 식민지화가 한국 문명의 등불을 밝혔다는 식으로 합리화했다. 하긴, 제국주의치고 식민지가 훌륭했다는 나라는 본 적이 없다. 그런데 1920년대 이후 그 욕심을 만주와 대륙으로 확장해나가게 되었고, 이 때에 다시 역사적으로 만주에 대한 정당성 확보를 하려고 했다. 그래서 나온 게 만선사(滿鮮史)다. 만주와 조선은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중국과 무관한 독자적인 하나의 역사라는 말이니 우리가 얼핏 보기에는 그럴듯해보여도 그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땅이니 조선과 같은 역사권인 만주도 당연히 일본이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즉 내선일체는 '한국=일본'이니 한국은 일본땅이요, 만선사는 '만주=한국'이나 곧 '만주=일본'이 되는 셈이다.

일본의 만주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서울에 위치한 경성제대(京城帝大)는 만주와 몽고 연구의 전초기지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으로 토리야마(鳥山喜一)는 경성제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발해의 유물을 조사하고 대량의 컬렉션을 현재 서울대 박물관에 남겼다. 그는 발해왕(渤海王)을 자칭했으니 정말 발해에 반쯤 미친 사람인 모양이다. 그는 발해의 이곳저곳을 답사해서 많은 유물을 수집했는데, 다행히도 그 유물은 지금도 서울대 박물관에 남아 있어서 실물자료가 부족한 한국 학자들에게 좋은 자료를 제공한다.

당시 조사의 중심이 된 유적은 발해의 상경용천부인 동경성이다. 동경성은 가히 국제적인 유적이어서 1910년대부터 일본 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하지만 최초의 정식 발굴은 다소 의외로 러시아 사람 포노소프가 했다. 당시 러시아 땅 하얼빈에 거주했던 포노소프는 시베리아에서 만주를 가로지르는 동정철도를 따라서 유적과 유물을 조사하던 와중에 동경성을 발굴하여 이 유적이 발해의 수도가 틀림없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1933~1934년에는 일본의 동아고고학회(東亞考古學會)가 발굴 보고서를 내 한동안 발해 유적의 대표격이 되었다.

하지만 동아고고학회라는 단체는 당시 일본의 세력이 대륙으로 진출하며 그에 발맞추어 새롭게 일본의 땅이 된 대련, 내몽고 같은 지역을 조사한 단체였다. 당시 조사는 현지인이나 한국인은 철저히 배제한 채 일본사람들에 의해서만 주도되었다. 그리고 당시 갓 만주를 정복한 일본군인들을 대거 대동하고 철저한 감시하에서 그들만의 발굴을 했다. 심지어는 토리야마가 동경성을 조사하러 왔을 때에 군인 40명을 데리고 왔다는 기록이 있으니 그 위용(?)이 대단했던 것 같다.

발해의 대표 유적인 동경성, 그 조사의 여정을 보면 이렇게 국제적인 발굴의 각축장이 된 곳이 있나 싶다. 러시아, 일본이 해방 전에 조사했고 해방 후에 1963~1965년 북한도 발굴했었다. 이후에 중국은 자신들만의 역사를 위해 대대적인 발굴 및 정비에 들어갔다.

발해는 역사의 변방이었던 극동을 일약 역사의 한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다민족의 힘을 합쳐서 거대한 국가로 나아갔으며 이후 여진이나 거란과 같은 나라가 일어나는 밑바탕이 되었으나 지나친 국제화로 사방에서 자신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전세계 역사를 봐도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인 러시아, 중국, 일본, 그리고 북한과 한국이 그 정당성을 두고 달려드니 말이다. 발해가 우리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 역사뿐 아니라 강대국 틈에서 생존해나가려는 우리의 현재 모습과 비슷해서가 아닐런지.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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