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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35> 추위따라 가버린 명태

20세기초 한민족 간도·연해주 이주후 명태는 우리 대표음식으로

정작 본고장 극동에선 찬밥신세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12-04 20:12:5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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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시베리아 원주민의 신석기시대 물고기상. 극동의 원주민은 왜 명태를 먹지 않았을까.
우리 민족만큼 명태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동태, 북어, 황태, 무태어 등 가공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며 추운 겨울 우리의 속을 달래주는 고마운 물고기이다. 최근 겨울이 예전의 겨울같지 않게 따뜻하니, 가버리는 겨울 추위 속에서 우리나라 근해의 명태도 사라지고 있다.

명태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서기 17세기 중반으로 '승정원일기'에 명태가 처음 등장한다. 17~18세기 전 세계적으로 추워지는 소빙기(小氷期)가 도래하면서 추운 바다에 살던 명태가 대거 한반도 동해안으로 밀려들었고, 이때부터 한국사람들은 명태를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명태의 '고향'인 캄차카며 사할린 등 극동의 주민들이 명태를 먹었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 농어, 연어 같은 물고기만 잡았지, 명태는 전혀 먹지 않았다. 추운 지방을 대표하는 명태를 추운 북방의 민족들이 안 먹다니? 명태는 본디 밑층성 물고기로 여름에는 200m이하의 심해에 살다 겨울에 알을 낳기 위해 연안으로 몰려온다. 극동지역은 8~9월에 강을 따라 엄청나게 밀려오는 연어를 주로 잡았기 때문에 겨울의 명태는 관심밖이었는지 모른다. 또, 명태는 기름진 연어와 달리 살이 담백하니 추운 겨울을 나는데에는 그리 적당하지 않았던 생선인지도 모른다. 고고학적 자료를 보아도 명태는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유일한 예가 기원전 8~3세기 연해주의 해안가에 분포한 얀콥스키문화의 패총에서는 대구과에 속하는 생선뼈가 발견된 바 있으니, 이게 혹시 명태인지 모르겠다.

노어로 명태는 '민타이' 라고 한다. 한문 명태(明太)를 중국식 발음(ming tai)로 그대로 읽은 것이다. 하지만 '민타이'는 개의 사료로 판매되는 값싸고 맛없는 음식의 대명사이다. 음식에 양념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러시아인들이 해먹는 민타이 음식이라 해봤자 살만 추려낸 필레나 밀가루옷을 입혀서 튀긴 것뿐이다. 한국음식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던 노보시비르스크 시베리아과학원에서 가끔 끓여먹었던 동태찌개는 내 향수를 달래주는 별미였다. 영하 30도의 추위로 외출마저 힘든 휴일이면 집에서 힘들게 가져온 고추장 한 숟갈 풀고 쇠고기보다 비싼 무우 한 덩이 넣고 끓여먹으면서 혼자 기뻐했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명태를 머리는 잘라낸 채 몸통만 얼려서 판다. 머리를 조리하면 나오는 그 특이한 비린내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없는 동태가 무슨 맛이겠는가. 도시의 시장까지 가서 머리가 붙어있는 동태를 사오고 그걸 연구소에서 자랑했다. 한 2~3일후인가 연구소에서는 필자가 요즘 돈이 떨어졌는지 개먹이를 사먹는데, 그것도 시장에서 싸구려를 사오더라고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그 다음달 부터는 지도교수님이 힘을 좀 쓰셔서 내 월급을 조금 더 올려주셨다. 물론, 그래봤자 100달러도 안 되는 돈이었지만 말이다. 조금 더 받은 돈으로 동태 필레를 사서 동태전을 부쳐서 연구소 사람들과 같이 먹으며 기뻐했었다. 연구원 친구들은 기 막힌 맛을 내는 이 생선전의 재료가 '민타이'라니 놀라워했다.

명태가 본격적으로 우리네 밥상에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300년 남짓한 비교적 짧은 시간으로, 남들은 먹지 않던 명태를 훌륭한 음식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20세기 초반 간도로 연해주로 한민족이 이주해가면서 우리의 대표음식이 되었다. 일본이나 러시아 같은 강대국의 북방진출 역사는 식민의 역사이지만 우리의 북방 진출은 팍팍한 삶의 기로에서 이루어졌다. 우리 선조가 간도며 연해주에 정착하면서 명태는 우리네 식단을 대표하는 생선이 되었다. 간도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던 '북간도'라는 소설로 유명한 작가 안수길(1901~1977)의 작품 중에 '동태찌개의 맛'이라는 작품도 있다. 한국동란 후 한 소시민이 좋아하는 동태를 북한과의 대립으로 제대로 못먹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것이다. 소설 중에 동태의 맛을 그리워하는 주인공은 소시적을 간도에서 보냈던 안수길 씨의 마음인 것 같았다. 연길에 갔을 때 동네마다 북어요리를 파는 집이 많은 걸 보고 안수길 씨의 소설이 떠올랐었다.

온난화로 씨가 마르고 닫혀진 북의 장벽으로 명태는 갈수록 우리의 식탁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명태는 우리의 문화 속에 보이지 않게 녹아들어있는 북방지향의 음식은 아닐는지.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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