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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32> 타이가의 슬픈 사냥꾼 데르수 우잘라

러시아 변방 극동서 문명 거부한 채 자연과 하나된 삶 영위

세계 각국서 번역되고 여러차례 영화로 제작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11-13 20:20:23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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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변방인 극동의 나나이족 사냥꾼인 데르수 우잘라(1850~1908). 그의 삶은 책과 영화로 엮어져 널리 알려졌다.
러시아에서는 변방중의 변방인 극동. 여기에서 100여 년 전에 죽은 원주민 사냥꾼이 있었다. 수만 명의 이름없이 죽어간 극동의 야만인 중에 하나였을 그의 삶은 같이 일했던 한 러시아인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고 많은 영화로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

그의 이름은 데르수 우잘라(1850~1908)이며 나나이족 사냥꾼이었다. 그의 일대기인 '데르수 우잘라'라는 책을 쓴 사람은 아르세니예프로 극동에서 측량기사 및 군인으로 근무하면서 극동의 자연과 문화를 세상에 알린 사람이다. 연해주에는 그의 이름을 딴 '아르세니예프시'가 있으며 블라디보스토크의 주립박물관 이름도 '아르세니예프 박물관'일 정도이다. 아르세니예프의 탐험기 중에서도 데르수 우잘라는 대표작으로 꼽히며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학창시절에 그의 글을 읽으며 공부할 정도이다.

그의 책에 묘사된 데르수 우잘라는 자연과 하나가 되는 모습 그 자체였다. 그는 평생을 집도 없이 숲속에서 살았으며 오두막을 떠날 때에 뒤에 올 사람을 위해서 쌀과 탄약을 놔두고 가던 진정한 자연인이었다. 아르세니예프는 1902년에 우수리스크 지역을 탐험하면서 데르수를 처음 만났으며, 데르수는 여러 번의 위기에서 아르세니예프를 지켜주었다. 몇 년뒤에 다시 만났을 때 데르수가 노안으로 사냥이 어려워지자 아르세니예프는 도시에 나와서 같이 살기를 권유했다. 하지만 천막을 치지 않고 건물 안에 살아야하며 사냥감도 없는 도시에서 모든 물건을 돈 주고 사야하는 현실은 데르수에게는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데르수는 다시 타이가의 숲으로 돌아가다가 어느 마을에서 평소의 습관대로 모닥불을 피우고 자다가 잔돈을 노리는 불한당들에 살해당했다.

데르수 우잘라의 이야기는 일본 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에 의해 1975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당시 냉전으로 가기 어려웠던 연해주의 삼림지역에서 러시아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찍었는데,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우수리 삼림의 4계절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한편 데르수 우잘라가 살았던 20세기 초반, 세계 각지는 제국주의가 번성해서 피식민지국의 원주민을 다룬 문학작품이 많다. '데르수 우잘라'가 출판된 때에 비슷한 시기에 인도의 식민지에 파견된 영국군인과 원주민을 다룬 '강가 딘(Gunga Din)'이라는 영화도 있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살았던 저명한 시인 키플링의 시 '강가 딘'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인데, 갠지스 강가에서 물을 나르던 강가 딘(갠지스 강의 딘)을 보며 의미 없는 전쟁에 내던져진 자기들보다 강가 딘 당신이 낫다고 하는 마지막 구절(You're a better man than I am, Gunga Din!)로 유명하다. 하지만 1937년에 나온 그랜트 휴 주연의 영화는 현지 인도인들을 야만과 미개로 묘사하고 강가 딘을 인도인의 반란을 영국인들에게 알리고 본인은 장렬히 죽은 영웅으로 묘사되고 있다. 현지인의 입장에서 보면 고약한 반역자인 셈이다. 반면, 아르세니예프의 책에 묘사된 극동은 다른 모습이다. 탐욕스러운 러시아 사람들의 모습도 있지만, 원주민을 정복이나 멸시의 대상이 아니라 같이 살던 동반자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민의 도움없이는 살기 어려운 험난한 시베리아와 극동이라는 환경의 탓도 있을 것이다.

데르수 우잘라는 1908년에 죽었으니 올해로 딱 100주기가 된다. 하지만 정작 데르수의 무덤은 찾을 곳이 없고, 그를 세상에 알려주었던 아르세니예프는 블라디보스토크의 공동묘지에 있다. 지난 8월에 필자는 아르세니예프의 무덤을 찾았지만 너무도 초라한 모습에 안타까웠다. 러시아가 개방된 후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노브이 루스끼)는 경쟁적으로 으리으리한 무덤들을 만들고 있었고 그 사이에서 한참을 헤맨 끝에 아르세니예프의 무덤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아르세니예프와 데르수 우잘라의 진정한 가치는 무덤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속에 남아있으니 말이다. 데르수 우잘라는 이미 수십번 출판되었지만, 2007년도에 '크라스키' 출판사에서 그의 100주기에 맞추어서 의미있는 재판을 냈다. 그 전에도 출판되었던 것은 모두 소비에트 시절 검열을 거친 것이어서 이번에는 완전한 원문을 그대로 실은 것이다. 이번 겨울 러시아에 가면 꼭 사고 싶은 책이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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