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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공공예술은 지금 <1> 왜 공공예술인가

`캔버스`가 된 거리에 우리네 삶을 담다

90년대 대변혁의 시기 겪으며 미술관 아닌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

지역의 일들을 예술로 표현 '커뮤니티 아트'로 거듭

82년 '1% 건축조형물법' 도입 이후 도심재생·문화도시 등 여러 개념으로

우리나라도 지역별로 활발한 시도

이해부족은 여전… 정체성 정립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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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술은 미술관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벗어나 누구나 쉽게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을 지향한다. 사진은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공원에 설치된 공공예술의 대표적 조형물인 애니시 카푸어의 '클라우드 게이트'. '콩(Bean)'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시카고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시카고=이선정 기자


최근 공공예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1980년대 '1%건축' 조형물 만들기로부터 출발한 국내 공공예술은 2006년 문화관광부가 공공미술추진위원회라는 지원체계를 확립하면서 확대되고 있다. 지자체들도 문화도시를 내세운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산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다양한 사업들이 대중의 관심에서 격리되거나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공공예술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지역의 공공예술의 현황과 과제는 무엇인가 등을 현대 공공예술의 '메카'인 미국 시카고 현장 취재를 포함, 네 차례로 나눠 짚어본다.


'예술은 삶이고 삶은 예술이다'.

'사회적 조각'을 내세우며 1960~1970년대 세계 미술계에 파장을 일으켰던 현대미술의 거장 요셉 보이스(1921~1986)의 말에서 공공예술(Public Art)의 개념은 한마디로 집약된다. 예술만의 영역이란 없다. 누구나 예술을 창작하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요지이다. 미술관과 갤러리라는 특정계급 소유의, 갇힌 공간에서 벗어나 대중의 곁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문화 민주주의'를 향해 달려간다는 점에서, 요즘 같은 문화 확대기에 공공예술은 더욱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공공예술의 역사

공공예술의 출발점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지만 대략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에서 뉴딜정책의 하나로 실직 미술가들에게 일거리를 주기 위해 공공건물 벽화 등을 의뢰하면서 싹을 틔웠다. 1951년 프랑스에서 공공건물 건축비의 1%를 미술품에 사용하도록 하는 이른바 '1% 건축조형물'을 법제화하면서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공공예술은 더욱 확산된다. 이후 미국 등 다른 나라도 비슷한 법을 채택하면서 '건축 속의 예술(Art in Architecture)' 개념의 공공예술이 자리를 잡게 된다. 전쟁 기념조형물이나 위인 동상 위주의 권위적 야외조각물들이 현대미술 조각들로 대체돼 나갔던 것이다.

건축 조형물 위주의 공공예술은 이후 영역을 더욱 확장해간다. 공공 건축물 이외에 광장이나 공원 등 개방된 공간에서의 미술품 설치(공공장소 속의 예술·Art in Public Places)가 확대됐고, 미술가가 도로시설물을 직접 디자인하는 등 도시계획과도 결합(도시계획 속의 예술·Art in Urban Design)했다.

1990년대 들어 공공예술은 '대변혁'의 시기를 겪는다. 건축물이나 특정 장소 속의 조형물이나 디자인에서 벗어나 예술이 공동체 삶 속으로 들어가 지역의 일들을 예술로 표현하고자 하는 이른바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로 진화한 것이다. 이는 지역 공동체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예술을 통해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1993년 시카고 일대에서 펼쳐진 대규모 프로젝트인 메리 제인 제이콥의 '행동하는 문화(Culture in Action)'를 대표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같은 1990년대 공공예술의 변화를 두고 작가 수잔 레이시는 '새 장르 공공예술(New Genre Public Art)'이라고 정의했다. 미학적 가치보다 사회적 의미,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새 장르 공공예술은 다양한 지역 이슈와 결합하면서 지금까지 계속 확대, 발전하고 있다.

연세대 인문예술대학 임정희(미학) 겸임교수는 "공공예술이란 기본적으로 모더니즘 예술에 대한 반성과 확장된 이해"라며 "사회적 관계성이나 지향성은 고사하고 배타적 작가주의, 순수주의 예술에 매몰돼 지나치게 개인주의화, 탈정치화하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는 모더니즘 예술 창작에 있어 공공예술은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공공예술은 어떻게 진행돼 왔나

우리나라도 1982년 '1% 건축조형물법'을 권장사항으로 도입하면서 '건축 속의 예술'이 뿌리를 내린다. 1%법은 1995년 의무화됐고 현재 '1% 이하'로 하향 조정돼 공공 및 민간 건축물에 적용,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폐지론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1% 조형물은 넘쳐나지만 공간과 겉돌아 '방치' 수준의 '풍요 속의 빈곤'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지자체들이 도심재생, 문화도시 등의 이름으로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일제히 뛰어들면서 공공예술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현재 서울시는 디자인총괄본부 '도시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도시디자인과 결합한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는 도시 전체를 '아트 시티'로 만든다는 목표로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가동, 지난 2005년부터 안양유원지와 평촌신도시 등 일대에 89점의 미술품을 설치해오고 있다.

2006년 문화관광부가 공공미술추진위원회라는 공공예술 지원 공식기구를 만들면서 국내에서도 '커뮤니티 아트' 범주의 공공예술이 확산되기에 이른다. 2006년과 2007년 공공미술추진위원회는 전국 각 12곳과 15곳에서 '아트 인 시티' 사업을 시행했다. 부산에서는 대안공간인 '오픈스페이스 배'가 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2006년 동구 수정동에서 '희망 프로젝트', 이듬해에는 범일동 안창마을에서 '안창고 프로젝트'를 벌였다. 그러나 새정부 들어 위원회는 예산이 전액 삭감돼 사업 중단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1980년대 민중미술에 기반한 커뮤니티 아트는 지난 5년여간 본격적으로 진행돼 왔고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하지만 커뮤니티 아트나 문화도시 등을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이끌다보니 공공예술에 대한 작가나 기획자, 지원기관의 깊이있는 이해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어서 공공예술에 관한 정체성을 정립해나가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주 '동문거리 디자인 사업'

- '예술'을 입히니 거리가 살아났다

   
구 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요즘 어느 도시에나 있는 공통의 골칫거리다. 신도심 개발로 밀려난 구도심은 돈과 사람이 떠나면서 침체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구도심에 대해 전주에서는 재미있는 실험이 벌어졌다. 전주의 문화단체인 '공공작업소 심심'이 과거 주요 상업거리였던 구도심 동문거리에 예술작품 설치, 문화로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을 펼친 것이다.

심심은 전주시와 문화관광부로부터 2억4000만 원을 지원받아 2006년 10월~2007년 6월 완산구 경원동 동문거리 600m 일대 20여 개 점포에 벽화 조각 등을 설치하거나 간판을 바꾸는 방식의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실제 프로젝트는 8개월 간이지만 4년가량의 사전 준비가 있었다는 게 심심 측의 설명이다.

지난달 17일 찾은 동문거리의 설치 작품들은 다양했다. 동문거리 입구 공중에 설치된 새 모양의 대형 조각은 시작부터 눈길을 끌었다. 콩나물국밥집 건물 벽에 그려진 파이프 꽃 모양의 벽화나, '모나리자' 패러디 벽화(사진)도 있어 시선을 붙잡았다. 1층에 편의점이 위치한 건물 2, 3층 창문에는 대형 케이크 그림이 그려져 있다. 대표적 만남의 장소였던 '아리랑제과'를 추억하기 위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심심 김병수 대표는 "처음 사업할 때는 상인들의 찬성과 반대가 20 대 80이었는데 한 달 만에 80 대 20으로 바뀌었다"며 "일대 상가의 공실률이 25%가량이었는데 프로젝트 후 상인들이 장기간 방치됐던 공간에 서로 입점하려 하는 등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 동문거리 공점포 3곳가량에 작가들이 창작 스튜디오를 차리는 등 문화공간으로 이 일대가 재탄생하게 됐다.

문제는 사후관리. 6년 내구성으로 작품을 제작했지만 이후 관리는 예산이 없다는 것. 전국적으로 많은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보수작업에 대한 지원체계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심은 동문거리뿐 아니라 인근 재래시장에서도 비슷한 공공예술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토지공사 사회공헌사업 초록사회만들기'의 후원으로 재래시장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아트 남부시장 리폼 프로젝트'를 지난 3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3년간 시행하고 있다. 남부시장 도매시장 옥상점포에 아트센터를 꾸미고 할머니들이 생활소품을 만드는 공방을 차렸다. 빈 노점에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한 평 갤러리' 사업도 시작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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