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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산 산악계 히말라야 등반사 <2> 의욕에 찬 1980년대

동료 앗아간 칸첸중가, 이정철 나홀로 등정 그런데 카메라가…

칸첸중가 : 8586m·세계 3위봉

81년 학생연맹 파빌봉 지방서 첫 출사표

88년 부산합동대 다울라기리1봉 국내 초등

88년 대륙산악회 동계시즌 칸첸중가 도전

대원 한명 사망…이정철 등정 의혹 받기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  |   입력 : 2008-10-30 19:25:04
  •  |   본지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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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첸중가 빙벽을 오르고 있는 대륙산악회 대원들.
부산학생산악연맹, 지방 최초 히말라야 출사표

부산 산악계는 '77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에베레스트 등정에 자극받아 히말라야 진출을 희망사항에서 현실화로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첫 스타트는 1968년 창립한 부산학생산악연맹. 학생산악연맹은 1981년 부산은 물론 지방에서는 최초로 히말라야로 출사표를 던졌다. 파빌봉(가네쉬Ⅳ·7102m) 원정대였다. 당시 김동인(작고) 회장이 거금 5000만 원을 쾌척한 덕분이다. 당시에는 히말라야와 관련한 정보가 거의 없어 정찰 이외에는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최욱 대장과 주시정 홍보성 대원은 정찰 등반 후 홍콩과 일본에서 최신 등반장비 등을 조사한 후 귀국했다.

이듬해인 1982년 학생연맹은 부산뿐 아니라 지방에서 처음으로 히말라야 첫 원정대인 파빌봉 원정대를 꾸렸다. 주시정(동아대OB) 대장을 비롯, 김두억 권경업 이승렬 이남국 이종길 대원 등 모두 6명이 참여했다. 이승렬 대원이 남면 노멀루트로 셰르파 2명과 함께 정상에 올라 지방팀으로는 처음으로 히말라야 등정으로 기록되는 영광을 안았다. 같은 해 대한산악연맹 부산연맹도 히말라야 원정을 추진했지만 원정자금 지원을 약속했던 후원자가 뒤로 물러서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칸첸중가 등반에 앞서 대륙산악회 대원들이 베이스캠프의 캐런 앞에서 잠시 묵념을 올리고 있다.
소규모지만 의욕적인 추진도 계속됐다.

1980년 경남공고OB산악회의 조정술이 안나푸르나 산군의 티리초피크(7134m)를 정찰했다. 조정술은 이번 정찰과 1984년 푸타히운출리(7246m) 원정의 경험으로 1988년 다울라기리1봉(8167m)을 한국 최초로 부산원정대가 등정하는 데 크나큰 공헌을 세운다. 지역 산악인들은 1988년 다울라기리1봉 원정대장을 끝으로 사실상 산을 떠나 상대적으로 그의 업적이 묻혀 있지만 조정술이야말로 부산 산악계의 히말라야 원정 개척자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고 말한다.

또 1982년 부산공업대OB산악회(현 부경대OB)는 푸모리(7165m) 동계등반을 위한 정찰대를 파견해 하영관이 한국인 최초로 네팔 마낭등산학교를 수료, 조진호와 함께 푸모리를 정찰한 후 임자체(일명 아일랜드피크·6189m)를 등정했다. 하지만 두 팀 역시 자금 사정으로 원정은 성사되지 않았다.

1983년 가을 시즌 부산알파인클럽의 정성수 대원은 쿰부히말라야에 위치한 임자체(6189m)를 등정했다. 같은 해 부산대OB산악회는 네팔히말라야 중앙부에 위치한 랑탕산군 최고봉인 랑탕리룽(7234m)을, 1984년 운봉산악회는 안나푸르나산군을 정찰했지만 역시 원정대를 파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1984년부터 부산 산악계는 심기일전했다.

파빌봉 정상에 오른 이승열 대원과 셰르파. 부산은 물론 지방에서 최초로 히말라야에 출사표를 던진 원정이었다.
경남공고OB산악회는 다울라기리7봉으로 불리는 푸타히운출리(7246m)에 도전했다. 푸타히운출리는 다울라기리 산군의 서쪽 끝에 위치해 있어 다울라기리7봉으로도 불린다. 조정술(38) 대장을 비롯해 정상균 윤대효 김경남 강영기 등 5명의 원정대는 등반개시 12일 만에 정상균 강영기 대원이 남릉루트로 등정에 성공했다. 이 등정은 2년 전 파빌봉 등정에 이은 부산산악계의 두 번째 개가였다.

같은 해 가을 시즌에는 부산지역 5개 산악회가 공동으로 쿰부히말라야 남서부에 위치한 탐세르쿠(6623m)에 원정대(대장 신용태·43·작고)를 파견, 등반개시 13일 만에 노종백 신창재 대원이 남릉 동벽으로 등정에 성공했다. 이 등정은 한국 최초, 세계에서 네 번째 등정이었다. 같은 시기 김흥수 유광개 정성수 등 부산등산학교 실기강사들은 참랑(7319m) 메라피크(6476m) 텐트피크(5664m)를 잇따라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985년 가을에는 부산교대OB가 신호진 대장을 비롯한 대원 4명을 투쿠체(6920m)에 파견, 카라반 도중 촬영장비를 도난당하는 곡절 끝에 북릉을 따라 임두희 양정환 대원이 등정에 성공했다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히말라야 8000m급 도전

1986/1987년 동계시즌 경남공고OB산악회가 국내 최초로 세계7위봉인 다울라기리1봉(8167m)에 도전장을 던졌다.

히말라야 다울라기리7봉으로 불리는 푸타히운출리(7246m)를 오르는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경남공고OB산악회.
2년 전 푸타히운출리 등정을 이끈 조정술 대장의 지휘하에 정상균 윤대효 양학술 김진관 등 5명의 정예대원이 참가했다. 정상균 대원과 셰르파 1명은 정상을 불과 140여 m 남긴 8025m 지점에서 악천후로 통한의 후퇴를 단행했다. 이 원정대는 지방에서 최초로 시도한 8000m급 거봉 등반이었기에 국내 산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록 아깝게 분루를 삼켰지만 부산산악계로선 한 단계 도약할 수 계기가 됐다.

자신감을 한껏 얻은 부산 산악계는 이듬해인 1987/1988년 다울라기리1봉보다 더한 도전을 감행했다. 총대는 전통의 대륙산악회가 멨고 산행지는 세계 3위봉인 칸첸중가(8586m). 에베레스트가 발견되기 전까지 세계 최고봉으로 알려져 있던 칸첸중가는 당시로선 세계 산악계의 그 누구도 동계 시즌에는 감히 도전장을 던지지 못했던 만만찮은 거봉이었다. 하지만 출발 전에 약간 김이 샜다. 원정을 추진할 1985년 당시만 해도 이 봉은 동계 미등으로 남아 있었지만 이듬해인 1986년 살아 있는 전설 라인홀트 매스너와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 레이스를 펼쳤던 폴란드의 쿠쿠츠카가 먼저 등정했기 때문이었다.

대륙산악회는 두 번째 동계 등정을 목표로 정상무 대장을 비롯해 하해룡 부대장과 성자영 이성호 이재춘 이정철 서재석 이주이 이종연 대원 등 모두 9명을 파견했다. 카라반 도중 이성호 대원이 풍토병으로 목숨을 잃는 아픔도 겪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원정대는 이주이 대원이 셰르파 2명과 함께 무산소로 1차 등정을 시도했지만 8470m 지점에서 동상증세로 발걸음을 돌렸다. 두 번째 등정에 나선 이정철 대원은 동행하던 셰르파 3명이 지쳐 차례로 등정을 포기한 가운데 단독으로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등정은 당시 부산을 비롯한 국내 산악계에선 1987년 허영호의 에베레스트 동계 등정에 버금가는 쾌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정철은 정상에서 카메라 작동 미숙으로 사진을 남기지 못해 당시 불신풍조가 만연했던 국내외 산악계로부터 등정의혹 시비에 휘말렸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는 2개 팀이 히말라야에 출사표를 던졌다.

석봉산악회는 이영철 대장과 신인식 황계복 등 3명을 네팔 동부 로왈링히말라야 남동부에 위치한 눔부르(6957m)에 파견, 남서릉 루트로 신인식 대원이 등정에 성공했다. 1982년 부산학생연맹의 파빌봉 원정대에 김두억 이종길 대원을 파견한 바 있는 석봉산악회는 이후 단일팀 원정을 추진해 소규모 인원으로 개가를 올린 좋은 사례를 남겼다.

1986년 다울라기리1봉을 아깝게 등정하지 못한 경남공고OB산악회 조정술 대장이 다시 원정대를 꾸려 재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다울라기리1봉과 그 능선 상에 있는 투쿠체봉을 종주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 역시 떠나기 전부터 국내 산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정술 대장을 비롯, 윤대효 부대장 김기병 최태식 서성수 전재영 이상헌 박철세 김효장 류일근 이상태 박육광 등 12명의 부산지역 산악인들로 구성된 합동대였다.

영화 40도의 강추위와 강풍 속에 마침내 네 번째 공격에 나선 최태식 대원은 셰르파 2명과 함께 정상에 올라 한국 초등을 이루었다. 최태식 대원은 하산 도중 어두워져 비박을 감행했다가 귀국 후 8개의 발가락 마디를 절단하는 아픔을 겪었다. 원정대는 또 당초 목표였던 투쿠체 등반에도 나섰으나 이상헌 전재영 박육광 등 3명이 서봉(6837m)을 오르는 데 그쳤다.


타 지역 원정대의 대원으로도 참여했다

자일클럽 이영태(부산공업대OB)는 1980년 가을시즌 닐기리봉(7061m) 합동대(대장 오인환)에 참가했고, 솔뫼산악회 서성수와 대륙산악회 안진현은 1984년 겨울시즌 자누(7710m) 전국합동대(대장 김기혁)에 참가해 마지막 캠프까지 진출, 팀이 동계 초등을 이룩하는 데 기여했다.

1985년 가을시즌 히말출리 북봉(7371m)에 도전한 울산합동대(대장 이규진)에 참가한 운봉산악회 김억석(64) 단장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5800m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같은 해 겨울 부산클라이머스 노종백 민진기는 캉테가(6779m) 한산합동대(대장 전경수)에 참가해 팀이 동계 초등하는 데 이바지했고, 뫼무리산악회 서성수 이상헌이 전국합동대(대장 김기혁)의 에베레스트 서릉원정대에 참가했다.

결국 1980년대 처음으로 히말라야로 진출한 부산 산악계는 네팔히말라야에서 8개 팀이 등반활동을 펼쳐 8000m급 2개봉과 6000~7000m급 4개 봉 등 6개 봉우리를 한국 초등하는 성과를 이뤘다. 특히 대륙산악회 이정철의 캉첸중가 동계 2등과 부산합동대의 다울라기리1봉 등정은 부산 산악계가 히말라야에 원정대를 파견한 지 불과 5년 만에 이뤄진 쾌거였다.


# 불가능을 가능으로…발가락 8개와 맞바꾼 한국 初登

- 다울라기리1봉 맨 처음 오른 최태식

히말라야 다울라기리1봉을 한국 초등한 최태식(49) 씨는 지금은 산악인이 아니라 부산에서 인조잔디 설치 전문업체인 '스포캐믹'이라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이다. 한국 초등의 훈장 뒤에는 8개의 발가락을 잘라야만 하는 아픔이 있었기에 가급적 빨리 산을 접고 생업에 나선 결과이다.

그를 수소문해 연락하자 그는 "현역 산꾼도 아닌데 뭘…"이라며 한사코 마다했지만 기자의 강압(?)에 못 이겨 금정산 아래 국밥집에서 마주 앉았다. 정말 산을 끊었느냐는 질문에 근처 산에는 이따금씩 다니지만 발가락이 많이 없다 보니 피로가 빨리 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다울라기리1봉 원정대는 12명의 최강 멤버로 구성됐다. 엑셀시오알파인클럽 소속 최태식도 그중 한 명이었다. 최 씨는 1986년 겨울 박병량 배종순 김원겸과 함께 알프스의 아이거 북벽을 등반한 베테랑이었다.

1988년 다울라기리1봉 정상에 오른 최태식 대원(오른쪽)과 셰르파. 작은 사진은 최태식 대원의 현재 모습.
조정술 원정대장의 훈련은 아주 지독했다고 한다. 주말이면 해운대에서 울산까지 왕복을 두 번이나 하지 않나, 출발 한 달 전엔 합천 해인사 백련암에서 밤 9시부터 3000배를 시작해 새벽 4시쯤에 마치면 쉴 틈도 주지 않고 중산리로 이동해 지리산 종주를 했다. 지옥훈련이 따로 없었다는 것.

원정대는 등반 초기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11월이었지만 한겨울 못지않게 추웠고 카라반 도중 화재로 2t가량의 물자가 소실됐다. 이 때문에 오래 지체할 수 없어 등반도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하루에 한 캠프씩 올라갈 정도로 서둘렀어요. 당시 저는 캠프3에서 갑자기 '고소'가 와 본의 아니게 베이스캠프로 내려가 며칠 쉰 후 1차 공격조인 서성수 류일균 대원이 성공할 경우를 대비해 하산지원조로 홀로 올라갔어요. 하지만 세 차례나 두 대원이 등정에 실패하자 어쩔 수 없이 제가 셰르파 2명과 함께 정상 도전에 나섰어요."

캠프4에서 정상 도전을 앞두고 강풍에 눈까지 오는 악천후가 계속돼 출발이 어려웠다. 최 씨는 "지금 생각하면 출발해선 안 될 상황인데 젊은 혈기로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원래 거봉 등정은 새벽에 출발, 오전 중에 등정한 후 최대한 빨리 하산하는 것이 정석이다.

등정은 했지만 시각은 오후 2시. 하산을 서둘렀지만 체력은 이미 바닥나고 어두워져 어쩔 수 없이 비박을 강행했다. 동상으로 발가락을 8개나 잘라야 하는 단초가 된 것이다.

최근 최 씨는 마음 속의 큰 짐을 하나 내렸다고 한다. 1986년 아이거 등반 때 등정 후 조난사를 당했던 선배 배종순 씨의 아들을 자기 회사에 입사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서야 "형수님께 약간의 빚을 갚은 기분"이라고 했다.

최 씨는 올해부터 부산학생산악연맹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저도 어렵게 산을 타고 원정에 나선 만큼 이제 후배들에게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활짝 웃었다.

부산산악계 1980년대 주요 히말라야 등정

순번

연도/시즌

대상 산

높이(m)

주최

대장 

대원수

등정자

비고

1

1982/가을

가네쉬Ⅳ

7102

부산학생산악연맹

주시정

6

이승열 

    한국초등

2

1984/봄

푸타히운출리

7246

경남공고OB산악회

조정술

5

정상균, 강영기 

〃

3

1984/가을

탐세르쿠

6623

부산합동대

신용태

6

노종백, 신창재 

〃

4

1985/가을

투구체

6920

부산교대OB산악회

신호진

4

양정환, 임두희 

 

5

1986/겨울

다울라기리1봉

8167

경남공고OB산악회

조정술

5

 

8025m 지점 후퇴

6

1987/겨울

칸첸중가

8586

대륙산악회

정상무

8

이정철 

한국초등 이성호
카라반 도중 사망

7

1988/가을

눔부르

6957

석봉산악회

이영철

3

신익식 

한국초등

8

1988/겨울

다울라기리1봉

8167

부산합동대

조정술 

12

최태식 

〃

투쿠체

6920

이상헌, 박육광,전재영

    북봉 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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