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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27> 하늘의 대리인, 시베리아의 샤먼

맹수의 몸통·뱀의 머리…8000여 년 전 그들은 절대적인 존재

시베리아 샤먼들이 의식을 하면서 입었던 옷에 부착했던 정령상.

현대 우리 무속은 쇠퇴했지만 동물형상의 당시 주술사들

미래 예지 등 절대자로 군림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9-25 20:01:15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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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무당 또는 샤먼의 이미지는 결코 밝지는 않다. 골목길에 숨어서 세상에 지친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신세로 전락했지만 무당(샤먼)들은 유라시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던 사제계급이었다. 한문 巫자는 글자그대로 하늘과 땅(二) 사이에 사는 사람들(人人)을 이어주는 존재(ㅣ)이다. 기원전 4세기에 중국에서 편찬된 '국어초어(國語 楚語)'편에 '하늘에 통하는 것을 막았다(絶天地通)'는 구절은 바로 샤먼들이 하늘에 이르는 길을 독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샤먼들은 미래를 예지하고 병을 치료하는 등 고대 주민들에게 하늘의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했다.

시베리아나 극동의 주민들에게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샤먼의 흔적은 고고학적 유물에도 남겨져있다. 이 샤먼의 유물은 연해주 보이스만 패총, 자바이칼의 신석기시대 등에서도 발견되어 적어도 7000~8000년 전부터 동아시아에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선사시대 북방지역 샤먼들의 유물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바로 '다중인격체'로 표현된 정령들을 몸에 달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중인격체의 동물은 얼굴은 맹수인데 몸은 새고 팔다리는 양서류 같은 식으로 표현된 동물상이다.

1950년대 오끌라드니꼬프는 바이칼의 신석기시대 세로보 유적에서 뼈로 만든 28㎝의 길쭉한 예술품을 발굴했다. 머리 쪽에는 두 마리의 곰 또는 맹수의 몸통이 달려있는데, 얼굴은 각각 사람과 여우(또는 늑대)로 표현했다. 몸통 뒤의 꼬리는 마치 뱀처럼 길게 늘어져 있는데, 그 끝에는 또 다른 사람의 얼굴이 달려 있다. 하나의 예술품에 곰, 뱀, 늑대, 인간의 특징이 모아진 셈이다. 샤먼의 정령에 많은 동물의 특징이 한데 모여있는 경우는 극동지역 원주민의 샤먼장식에도 보인다. 예컨대 몸은 새이고 날개와 다리는 양서류, 몸통은 짐승이나 사람의 형태인 것도 있다.

여러 동물을 한데 표현한 것은 샤먼이 하늘에 닿기 위한 의식에서 필요한 것이었다. 샤먼은 하늘에 닿기 위해 여러 의식과 주술의 힘을 빌렸고 때로는 환각작용을 하는 약초를 마시기도 했다. 그래서 하늘을 나는 새, 뭍과 강을 오가는 양서류, 엄청난 힘의 맹수 등을 한데 모은 정령들을 옷에 주렁주렁 달고 그 정령들의 힘을 빌려서 하늘에 닿는 의식을 거행했다. 바이칼 출토의 예술품 꼬리에 달려있는 사람의 얼굴은 아마도 샤먼 자신으로, 하늘의 세계로 이동하는 정령에 붙어서 저승을 오고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샤먼들이 특히 새의 형상을 한 정령들을 많이 쓰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나나이나 울치 같은 극동민족의 샤먼들은 날개달린 곰 위에 사람이 앉아있는 부적을 많이 쓰는데, 역시 하늘에 이르는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의 사다리(Jacob's ladder, 천국에 이르는 계단)도 다소 맥락은 다르지만 하늘의 뜻에 이르고 싶은 열망을 표현한 것이다. 한편, 중국 상주시대에 청동기의 도철문도 비슷한 의미이다. 도철문에는 양쪽에서 맹수가 입을 벌리고 그 사이에 사람의 얼굴이 끼어있는 형상이 자주 보인다. 이는 맹수에 잡아먹히는 장면이 아니라 동물형상을 한 정령의 힘을 빌려 엑스터시에 이르는 샤먼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샤머니즘의 모습은 썩 유쾌하지는 않다. 무당, 무속이라는 말에는 어두움과 슬픔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들은 한때는 우리 역사를 좌지우지하는 지배계급이었으며 세상을 통치하는 사람들이었다. 20세기 초반에 우리나라가 개화되면서 샤먼보다는 외래문명에 사람들이 의지하게 되면서 무속의 위치는 바뀌었다. 우리 민족 탄생의 신화를 이야기해주고 최신의 청동기를 가졌던 사람들이 이제는 막다른 골목길에 남아있을 뿐이다.

시베리아와 극동의 경우 소비에트가 성립된 이후에 샤먼의 활동을 금지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샤먼은 이미 사라졌다. 러시아 개방과 함께 부리야트 공화국에서는 샤먼학교가 세워져서 다시 샤먼을 양성하며, 알타이 지역에서는 샤머니즘에 라마교가 결합된 부르하니즘이라는 다소 변형된 모습으로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과거 샤먼의 계통을 이은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샤머니즘이 없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그들의 의식과 문화에 숨겨진 동북아시아 고대문화의 정수도 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지. 샤머니즘을 몰랐다면 옛 사람들의 생로병사를 치유하던 샤먼의 유물들은 그냥 신기한 조각으로만 전해질 테니까.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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