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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26> 동북아시아 속의 곰 숭배

단군신화와 유사한 여신+곰숭배 곳곳에 남아

극동 원주민이 곰 축제를 벌이면서 사육한 곰을 사냥하는 장면을 재현한 전시물.

곰과 결혼한 영웅 또는 무사 설화

동북아시아와 극동러시아에서 축제·유물 등 다양한 형태로 전래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9-18 21:22:4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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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 아시아에서 곰은 영물로 숭배돼왔다. 우리나라 단군신화에도 곰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곰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토착민들이 공통적으로 숭배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연해주의 에벤키, 오로치, 오로첸, 나나이, 니브흐(길략) 등 우리의 이웃이 되는 모든 민족들은 공통적으로 곰을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간주하고 다양한 곰 축제로 그 신앙을 이어왔다. 곰 축제 중에서 가장 상세한 기록은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1926~1928년, 사할린으로 파견돼 니브흐족과 같이 살면서 그들을 조사한 민속학자 E.A. 끄레이노비치에 의해 남겨졌다. 니브흐족은 고아시아족 계통으로 일본의 아이누족과 이웃해 주로 사할린 지역에 거주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니브흐족의 경우 숲에서 어린 곰을 잡아서 조상 모시듯 정성껏 봉양한다. 그리고 한겨울인 2월 약 10일간에 걸쳐 모든 마을주민이 모여서 제사를 지내고 곰을 죽인 후에 부위별로 고기를 분배해서 먹었다. 끄레이노비치의 조사는 약 35년 뒤인 1973년 '니브흐인'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변변한 사진기나 영사기도 없었던 시절에 그는 오로지 필기에 의존했는데도 이방의 문화를 저리도 생동감있게 관찰하고 표현할 수 있었는지 그 자세하고 생생한 묘사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곰 축제 의식을 통해 다양한 곰에 관한 이야기가 구전되는데, 여기서 곰은 조상인 동시에 여성 이미지로 등장한다. S.V. 베레즈네쯔끼의 책 '오로치족의 신화와 신앙'은 다양한 곰 이야기를 전한다. 오로치족의 곰 신화에는 곰 축제의 기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누이와 결혼한 오빠는 나중에 누이가 곰으로부터 쌍둥이를 낳았음을 알고, 그 곰을 죽였고 누이와 아이들은 스스로 곰이 되어 숲속으로 사라졌다. 시간이 흐른 후 오빠는 사냥을 나가서 곰을 죽여 고기를 잘라내는 순간 유방을 보고 자신의 누이임을 알았다. 죽으면서 누이는 오로치의 친척이 되는 곰의 축제를 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이로부터 곰 축제가 시작되었다'.

또한 무사 므그르핀의 이야기도 곰과 여자를 동일시하는 러시아 극동 원주민의 풍습을 잘 보여준다. 므그르핀은 꿈속에서 예쁜 곰이 나타나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고 먹을 것을 충분히 주겠으며 내년 여름에 돌려보내주겠다고 했다. 그 해 겨울에 그녀는 그에게 결혼할 것을 권했고 3년이 흘러 그들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 그 후 므그르핀은 마을에 돌아와서 2년간 옛날처럼 사냥을 하며 살았다. 그러던 중 어느 해 가을, 커다란 암곰이 공격을 해와서 격투 끝에 곰과 무사는 같이 죽었다. 사실은 암곰이 자신의 신랑 므그르핀을 보고 반가워 한 것을 오인해서 결국 서로 죽이게 된 것이라고 한다.

곰의 형상은 비단 신화뿐 아니라 다양한 고고학적 유물로 남아있다.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서 신석기시대 이래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예술품이 곰이니, 한국의 단군신화에 남아있는 곰에 대한 이야기도 여신과 곰에 대한 숭배가 결합되어서 발현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곰이 동북아시아의 모든 주민들의 공통적인 숭배대상이 되었을까? 정확한 답은 없지만 옛 사람들이 생을 영위하던 숲에서 가장 크고 힘센 동물이며 그 형체마저 사람과 비슷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곰을 사냥하면 엄청난 고기를 얻어 한 겨울 식량이 부족하던 때에 한 마을 구성원의 든든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을 것이다.

곰은 이제 더 이상 영물은 아니다. 웅담 때문에 남획되어서 이제는 사람의 보호를 받아서 살아가는 처지가 되었다. 필자가 시호테-알린 산맥 근처를 답사할 때 근처 마을 주민이 당신도 웅담을 구하냐면서 조금만 사례하면 잡아줄 수도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이나 중국사람들이 웅담 구한다고 들락날락한 모양이다. 물론 야생 곰을 사냥하는 게 아니라 사육 중인 곰을 말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또 웅담 때문에 블라디보스토크 세관과 해프닝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세관원은 발굴조사하고 돌아오는 남루한 내 모습에 혹시 숲속에서 곰사냥이라도 했는지 "웅담같은 것 좋아하냐?"고 물었고, 난 그 말을 웅담이 있는데 사지 않겠냐는 말로 잘못 듣고 농담으로 "있으면 좋지요"라고 했다. 세관원은 내가 웅담이라도 숨겨온 줄 알고 속옷이며 빨래감 할 것 없이 짐을 샅샅이 뒤지는 바람에 따가운 주변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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