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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23> 연해주의 옥(玉) 제작장

진주 대평리 유물과 유사한 곡옥형 장식 등 교류 흔적 발견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8-28 20:39:4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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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쉐끌라예보 21유적에서 출토된 석검, 옥제작도구 그리고 곡옥들.
지금은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제일 귀한 광물이겠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전통적으로 옥을 즐겨 썼다. 한국에서도 평남 궁산이나 춘천 교동 같은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옥으로 만든 장신구가 발견되었으니, 그 역사가 수천 년인 셈이다. 한국에 금이 귀금속으로 도입된 때는 낙랑군이 설치되고 중국의 영향이 미친 후다. 그래도 삼국시대에 옥은 꾸준히 애용되었으니, 신라왕관에 달린 곡옥은 청동기시대 고인돌부터 쓰여진 것들이다.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귀금속인 옥에 대한 수요는 연해주도 마찬가지였다. 1990년대 후반에 진주 남강댐을 지으면서 수몰되는 지역의 구제발굴을 했었다. 당시 진주 대평리의 옥방이라는 마을에서 발굴한 결과 실제로 청동기시대 옥을 만들던 공방지가 발견되었다. 옥방(玉坊)이라는 마을이름이 결코 헛되지 않았던 셈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옥 제작유적인 진주 옥방에서는 원석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서 원하는 장신구로 만드는 전 과정이 확인되었는데, 아마 여기에서 만든 옥은 주변의 여러 마을들로 공급되었던 것 같다. 진주 대평유적은 남강유역의 청동기시대에 농경을 주로하는 생계경제가 밝혀졌다는 점 이외에, 청동기시대 고인돌을 비롯한 다양한 유적에서 발견되는 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주변지역에 공급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획기적인 유적이다.

연해주에서도 비슷한 옥 공방지가 발견되었다. 연해주 한까호 근처의 저수지에 수몰된 쉐끌라예보 21유적이 있다. 2006년도에 마을주민이 물 빠진 저수지 근처에서 유물들을 수습했고, 이를 필자와 다년간 공동조사를 하는 N.끌류예프 조사팀이 근처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그 사실을 알게되어서 정밀 조사를 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유적은 이미 완전히 파괴되었지만 석검, 무문토기, 곡옥 등과 함께 옥을 마연한 찰절구도 다수 확인되어서 옥 공방지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요즈음의 한국 같으면 수몰지구라면 샅샅이 유적을 조사하겠지만 몇 십년 전 연해주에서는 수몰되는 지역에 눈에 띄는 유적만 조사했었던 터라 이 유적은 그냥 잠겨버렸었다.

곡옥, 마제석검, 옥 공방은 바로 진주 대평유적과도 비교되는 점이다. 게다가 진주 대평에서는 연해주 청동기시대에서 발견되는 곡옥형 청동기 장식도 발견되었으며 매부리형 석기라고 하는 석기도 같이 발견된다. 여기에 반월형 석도, 홍도, 돌대문토기 등 많은 문화요소가 유사하다. 환동해 지역을 따라서 청동기시대 연해주와 한반도 남부지역의 문화교류가 빈번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다.

옥 좋아하기로 하면 중국사람들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니 내몽고~요령 서부지역의 신석기시대인 홍산문화에서 발견된 다양한 옥기를 중국 옥기의 대표적인 유물로 소개했고 대중적으로도 크게 인기가 있다. 중국에 가보면 아무리 시골서점이라도 옥에 대한 책은 반드시 판매하고 인터넷에도 수많은 옥관련 동호회가 있으니 중국의 옥 사랑은 대단하다. 하지만, 옥은 중국만의 전유물은 아니며 동북아시아 전역에서 널리 애용하던 귀금속이었다. 자바이칼 지역에서도 옥광산이 많은 탓에 신석기시대 옥으로 만든 도끼를 비롯해서 다양한 예술품이 발견된다. 곡옥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청동기시대 옥문화가 연해주에서도 발견되었으니 가히 옥은 동아시아 고대의 미적 감각을 대표하는 유물인 셈이다.

여전히 아쉬운 점은 쉐끌라예보 옥 공방지처럼 운 좋게 뒤늦게마다 알려지는 유적보다 여러 건설사업으로 사라지는 유적이 더욱 더 많다는 점이다. 연해주에서 우리문화와의 관련을 밝혀주는 구체적인 자료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블라디보스토크는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준비하면서 건설공사를 하면서 여러 유적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APEC이 열릴 루스끼 섬에 다리를 놓으면서 석검과 패총으로 유명한 얀꼽스끼패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물론 조사는 하고 있지만 짧은 기간에 적은 인력으로 일부분만을 조사하는 과정을 볼 때 아쉬움이 많을 따름이다. 더욱이 연해주는 최근 사할린에서 송유관과 가스관이 북한을 관통해서 한국으로 잇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발의되었다. 한국에서는 에너지의 확보라는 데에만 관심이 쏠려있지만 대형의 사업에 희생되는 고대 유적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도 송유관이 지나가는 한·러 국경지역을 포함한 연해주의 여러 지역에 대한 사전 조사가 시작되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발굴작업이 시작될 예정인데, 이번에는 좀 더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지길 바랄 따름이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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