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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12> 두만강 유역의 석기사냥꾼들

을사늑약 후 일본인들 두만강 유역 석기 도굴에도 열 올려

수집가 등장하고 매매도 성행

수많은 위조품 같이 거래되기도

이후 함북은 고고학의 메카로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6-12 20:38:0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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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삼합진(三合鎭)에서 바라본 2007년 회령시 전경. 회령시 전역에는 선사시대 유적이 널려있었고, 일제때부터 석기수집이 활발했었다.


인디애나 존스가 돌아왔다. 필자가 대학교 1학년 때 마지막 시리즈를 보았는데, 어느덧 마흔 살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 그 후속편이 나왔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일반인들이 고고학자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인디애나 존스이니 고고학회에서 명예박사 학위라도 줄 법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의 이야기는 고고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인디애나는 남의 나라에서 보물 하나 찾겠다고 수많은 유적유물들을 폭파하고 깨부수며 현지인들에게 채찍이나 휘두르니 말이다. 한국으로 말한다면 일제강점기때 일본인이 무슨 보물 찾는답시고 경주 고분 폭파하고 석굴암을 부수는 격이다. 게다가 현지인들은 무지한 소모품인양 대하고 있으니 마냥 박수치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인디애나의 이야기는 사실 제국주의가 발흥한 20세기 초 식민지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반도를 식민지화한 일본인들 역시 보물찾기식 도굴을 자행했다. 나라를 빼앗긴 일제 때의 고적조사는 철저히 일본인들의 몫이었다. 고적·유물 보존법을 만들어 우리나라 유적유물을 보호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사실은 한국인들이 문화유산에 아예 손도 못대게 하려는 의도가 첫째 이유였고, 당시 횡행하던 일본인들의 도굴을 막아보려는 목적이 둘째 이유였다. 총독부의 고적조사과에 근무하는 사람들마저도 도굴의 폐해는 눈을 뜨고 못 볼 지경이라고 했다. 도굴꾼들은 심지어 헌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여유작작하게 유물들을 꺼내갔다고하니 참 통탄할 노릇이다. 요즘 TV에서 명품이라며 골동품의 값을 매기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도굴품의 거래를 방조할 수 있으며 '유물=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서양의 소더비와 같은 유명한 경매장에서는 도굴품에 대해 엄격하게 통제하며 유물의 출처에 대해 확신이 없으면 거래하지 않는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도굴하면 커다란 고분에서 황금같은 유물을 꺼내는 것만 상상하겠지만, 의외로 석기들도 좋은 수집품이었다. 한국에 일본인들이 거주하게 되면서 동호회를 만들어 석기 품평회도 하고 거래도 했다. 특히 석기가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곳은 함경북도 두만강변이었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후 함경북도 회령과 성진에 일본인 거류지가 생겼는데, 두만강 유역의 비옥한 대지에는 선사시대 유적지가 널려있어서 당시 골동품 수집의 표적이 되었다. 대표적인 수집가로 고이케(小池奧吉)라는 사람이 있는데, 1908년경까지 통감부 순사로 일하다가 회령으로 가서 문방구인 회령박문관을 열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해 아는 척하다가 총독부에서 요주의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석기왕을 자처하며 생업은 제쳐두고 문방구점 안을 석기로 가득 채운 기인이었으니 부인이 제법 고생했을 것 같다. 하여튼 많은 사람들이 함북 석기를 수집하면서 이것들은 사방으로 알려지게 됐다. 심지어 경성 골동품상에서는 두만강유역 석기들이 팔렸으며, 수많은 위조품도 같이 거래되기 시작했다. 곧 함북은 선사 고고학의 메카가 되었다. 1920~1930년대 동경대나 경성제대의 교수들이 다년간 체계적인 조사를 했으며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선사시대 발굴을 하기 전인 1970년대까지는 개설서에 소개되는 유일한 선사시대 유적이었다.

골동품 수집가 중에는 짐머만이라는 독일인 신부도 있었다. 그는 간도의 길림과 회령교회당을 맡으면서 틈나는 대로 근처 지역을 조사해서 엄청난 유물을 확보했다. 그는 단지 유물을 채집하는 것이 아니라 유물이 나온 상황과 위치 등 조사기록을 남겼다. 일본 패망 직전 그는 모든 유물을 경성의 총독부박물관에 기증했고, 지금도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지금은 가볼 수 없는 북한의 유물을 접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짐머만 후임으로 부임한 신부는 진주한 소련군에게 총살되었으니, 조금만 늦었어도 귀중한 유물이며 기록들이 없어질 뻔 했다.

함북의 예에서 보듯이 골동품 수집이 때로는 고고학 발전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고고학의 목적은 아름다운 유물을 채집하는 데 있지 않고 유물을 쓰던 과거 사람이 살았던 모습을 복원하는 데 있다. 인디애나 존스같은 신나는 모험도, 감정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골동품을 보며 감탄하는 것도 고고학이 아니다. 고고학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연구가 최종 목적이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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